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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학교, 최고의 아이들(31)] 피하지 않는 간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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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학교, 최고의 아이들(31)] 피하지 않는 간절함

[글로벌이코노믹 박여범 용북중 교사] 피하지 않는 간절함이 부족하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조그마한 가능성에도 부딪쳐야 한다는 것이 나의 신념이다. 어찌 보면, 예외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나이나 경력, 주어진 환경을 떠나 도전하는 그 정신이 부족한 시대가 아닌가 싶다.
‘교사’, ‘국어 교사’인 내 자신의 조그마한 가능성을 무엇이었을까? 돌아다보면 그것은 ‘간절함’이었다. 나만의 일방적인 ‘간절함’으로 영혼이 망가지는 아픔이 있긴 했지만, 그 버팀목으로 나는 성장하고 있다.

오규원 시인의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라는 시를 다시 한 번 읽어 보았다. 이 시의 소주제는 흔들림을 피하지 말라는 당부이며, 교훈적인 내용을 담은 자유시, 서정시다.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얻고
잎은 흔들려서 스스로
살아 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


바람은 오늘도 분다.
수만의 잎은 제각기
몸을 엮는 하루를 가누고
들판의 슬픔 하나 들판의 고독 하나
들판의 고통 하나도
다른 곳에서 바람에 쓸리며
자기를 헤집고 있다.


피하지 마라.
빈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
-오규원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유사한 어구를 반복하여, 시적 상황을 부각과 의인법, 열거법, 대구법, 도치법 등이 보인다. 주제는 고통을 견디며 성숙하는 삶으로 이 시는 ‘바람’의 의미에 주목하면서 감상해야 시인의 의도에 가까이 갈 수 있다.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의 눈망울은 살아 있는 그 자체이다. 언제 어떤 행동으로 교사인 나를 당황하게도 눈물을 흘리게 하는 감동의 퍼포먼스를 토해낼지 모를 일이다.

그 살아 있는 아이들의 흔들림에 튼튼한 줄기가 되고 영양분을 공급해 주며, 흔들려도 아이들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어야 하는 것이 교사의 힘이 아닐까 한다.

그렇다. 아이들은 이런저런 바람과 햇빛을 받으며, 때론 비바람에 영양결핍으로 아파하면서 성장하고 졸업을 맞이한다. 그들에게 주어진 들판의 고독 하나, 고통 하나를 시인은 피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우리 아이들이 빈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그것은 우리가 늘 흔들려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늘상 반복되는 학교생활에서 긍정적인 마인드로 그 흔들림을 즐긴다면 피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올해도 아이들과 나에게 주어진 시간들에게 후회하지 않는 ‘간절함’을 속삭이고 싶다. 아프지 않고 성장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것은 너무나 이기적인 욕심이다.

아프지만, 아프지 않게, 더욱 성숙한 간절함으로 새로운 만남을 준비해 보자.

나 자신에게 더욱 집중하라. 언제나 나를 1순위에 두어라. 다른 이의 삶에 한 눈 팔며 살기엔 내 인생이 너무 소중하다.

피하지 말자.

▲박여범용북중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
▲박여범용북중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
/글로벌이코노믹 박여범 용북중 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