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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 용풍우락] 14. 쌍룡검을 찾아서-(8) 무사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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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 용풍우락] 14. 쌍룡검을 찾아서-(8) 무사의 뒷모습

[글로벌이코노믹 연재소설] 검법 용풍우락(100회)-칼날에 용이 뜨다

좌 자객이 절명하는 사이, 남진 용은 포격세(砲擊勢)를 취하여 칼을 좌측 겨드랑이에 품고 나아가다가 중 자객의 겨드랑이를 향해 찌른다. 중 자객이 공중에서 회전하며 살기를 피해 낸 뒤에 아리를 향해 표창(表彰)을 던졌다. 아리는 급히 기둥 뒤로 숨었고, 중 자객이 허리춤에서 다시 표창을 꺼내려는 순간, 남진 용이 월봉영세(月俸影勢)로 달빛 흩뿌리며 마지막 일격(一擊) 준비를 마친다. 월봉영세는 야간 결투 시에 달빛을 칼날에 모아서 반사하여 순간적으로 적의 눈을 가려서, 상대방 기를 굳게 한 뒤에 공격하는 방법이다. 월광(月光)을 기판으로 하여 주변의 기를 끌어 모아 강한 유인력으로 몰아치는 파도와 같은 검법이다.

중 자객이 급히 몸을 비틀어 피했으나, 이미 섬광이 왼쪽 어깨를 스쳐 지나고 난 뒤였다. 깊은 상처를 왼팔에 입은 채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이때, 중 자객의 찢긴 옷깃 사이 팔뚝 문신이 보인다.
‘칼을 물고 있는 까마귀!’

일본 극우파 이노우에 자객단의 상징이었다. 암살에 실패했을 때에는 몸을 피해 달아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 신분이 노출되면 배후 세력까지 큰 위기에 처해지니, 죽는 게 문제가 아니라 보안을 위해서 빠져나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림=허은숙 화백
그림=허은숙 화백
남진 용이 뒤를 쫓아간다. 깊은 밤중에 용과 까마귀는 쫓고 쫓기는 공중전을 벌이며, 돌담을 넘나든다.

아리는 일엽검을 갖고 모텔로 돌아왔다. 일단 자객들의 침범을 물리치긴 했으나, 자객들이 좀 더 많았다면, 빠져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자객들이 자신을 처단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까지 이른 것은 적들이 다가왔음을 의미함이요. 적극 공격한 것은 자신이 목표가 되었음이 명확하다.

숙소 밖 매화나무의 향기는 서서히 잠든다. 아리는 이러저런 생각을 하다가 의자에 앉은 채 잠들었다.

아리가 잠이 든 그 사이, 그림자가 몰래 숨어들었다. 중 자객이 도망치는 척하다가 방심을 틈 타 되돌아 온 것이다. 아리를 향해 칼을 내려치는 순간, 남진 용의 예리한 칼끝이 짓치고 들어온다. 용비세(龍飛勢)로 상대의 검기를 빨아들여 용트림 하듯이 휘어 감으니, 기세에 눌려 자객은 순간 공세를 잊고 말았다. 그 놀란 틈새를 비집고, 하얀 섬광이 동굴 속의 메아리로 중좌객의 몸을 관통한다.
‘조선의 검법은 호랑이 같구나!’

의식을 잃어 가는 중 자객을 어깨에 메고 남진 용이 재빨리 떠난다.

혼이 빠져나간 공백으로 창가의 매화 향기가 한순간 밀려온다.

아리가 문득 흔들리는 매화 향기를 맡고 눈을 뜬다. 아리가 급히 창문으로 다가가니, 달빛 아래 사라져 가는 무사의 뒷모습이 보인다. 이번에도 얼굴을 미처 보지 못했다. 아리의 곁을 항상 따라 다니는 호위무사, 그는 누구인가!

/글로벌이코노믹 글 박신무 그림 허은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