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현대제철 2025년 비전 매출 31조원 "달성 가능한가?"

공유
3

현대제철 2025년 비전 매출 31조원 "달성 가능한가?"

철강업계, 실현 가능성은 무리 지적…각종 불안요소 제거해야

[글로벌이코노믹 김국헌 기자] 현대제철은 지난 7월 24일 기업설명회를 통해 야심차게 '비전 2020'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의 매출 20조원 규모의 매출을 2020년에 26조원으로 올리고 2025년에는 3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5년에 5조원씩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인데 이러한 현대제철의 비전은 과연 달성 가능한 목표일까?

태스크포스(TF)팀이 꾸려진 올해 초 당시 현대하이스코 합병, 동부특수강 인수 등 굵직한 사안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현대제철은 "이제 우리의 비전을 선포할 때가 되지 않았나"하는 수뇌부의 생각이 있었다고 한다.
이는 바로 행동으로 이어졌다. 현대제철은 지난 3월 초 각 사업장에서 선발된 직원들로 '비전경영추진단'이란 이름의 TF를 구성했으며 이들을 중심으로 약 4개월에 걸친 비전 수립 작업을 진행했다. 이번 발표는 그 결과물이다.

현대제철이 발표한 비전은 야심찼다. 2014년 기준 20조원(현대하이스코와 단순 합산 시) 규모의 매출을 2020년에는 26조원으로, 2025년에는 31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 방향은 사업전략, 정보기술(IT) 및 경영 인프라 분야로 나누어 제시했다.

사업전략은 고객사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획, 설계 단계부터 생산, 판매에 이르는 모든 프로세스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구성원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정보기술 기반인 ‘지능형 플랫폼(Smart Platform)’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협력과 상생의 기업문화를 지향하는 ‘개방형 시스템(Open System)’으로 선진화된 경영 인프라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취재 결과 2020년 매출 목표는 미약하나마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온 상태다. 2020년까지 특수강 분야에서 1조5000억원, 해외 생산설비 증대 및 해외 SSC 분야에서 2조5000억원, 차량경량화 분야에서 1조원, 신규제품 및 시장 확대를 통해 1조5000억원, 강관제품 다변화와 단조사업 효율화로 총 26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31조원까지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단지 31조원 규모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철강분야에 한정되어 있는 소재개념을 비철 및 비금속 분야까지 확장한다는 내용만 확인됐다.

이미지 확대보기

◆ 철강업계, 비전 달성 가능성 "무리"

철강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의 이러한 비전 달성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다. 20조원에서 10년 동안 매출 10조원을 올린다는 내용이 실현 가능성으로 볼 때 다소 무리라는 지적이다. 현대제철을 둘러싼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경량화 요구로 차강판 적용 비율이 점차 작아지는 추세 속에서 강판 판매량 증대를 꾀하는 것은 힘들어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봉형강도 포스코의 해외공장을 통한 한국시장 진출, 중국산의 범람으로 판매량 증대가 어렵다. 그렇다면 설비투자를 통한 매출 증대밖에는 답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고로의 투자 신설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 이상 국내에는 고로를 지을 여력이 없다. 중국산 저가 수입재 공세 등 공급 초과로 동부제철은 눈물을 머금고 제철소 가동을 중단해야 했다.

그렇다면 해외밖에는 없다. 현대제철이 고로를 짓는다고 가정하면 현대기아차가 진출한 인도, 중국 등 해외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미 10년 전에 인도에 진출한 포스코가 아직 오릿사 제철소 착공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고, 중국은 고로 제철소만 600개가 넘는다. 고로 진출을 검토하기에는 너무 무리수가 많다는 것이다.

믿고 있는 자동차 업황의 불안정성도 불안요소다. 현대제철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고 가장 큰 수요처이기도 한 현대기아자동차의 내수시장 지배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70%를 넘었던 현대기아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수입차들의 공세로 60%대로 주저앉았으며 향후에도 계속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대기아차는 내수시장 점유율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내수시장 환경이 만만치 않다.

2020년에서 2025년으로 올라갈 근거가 철강분야에 한정되어 있는 소재 개념을 비철 및 비금속 분야까지 확장해 소재기업으로 가겠다는 것은 이미 포스코가 밝힌 미래 비전이기도 하다. 이 분야를 통해 매출 5조원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설명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번 비전이 합병과 인수, 자동차산업의 호황 등이 영향을 미친 현재의 매출 상승률이 향후 10년 동안에도 유지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짜여진 비전이란 지적도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비전은 현재 호황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 보고 짜여진 비전으로 향후 10년간 5% 이상씩 꾸준히 매출액이 증가할 수 있다고 보고 만든 것"이라며 "당장 1년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실정에서 이 같은 비전은 현실가능성이 낮아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은 비전은 비전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비전이라는 것은 우리가 꼭 달성한다는 경영목표라기보다 앞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성의 표현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 포스코 선례 밟지 않도록 불안 요소 제거해야

철강업계가 현대제철의 비전 달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는 것은 선례가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미 포스코는 지난 2010년, 2018년에 연결 매출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비전 2018'을 선포한 바 있으며 여기에 대한 수정안으로 2020년에 매출 2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 2020'을 선포한 바 있다.

당시 포스코의 비전 발표는 회사가 성장하고 있다는 착각에 모두의 찬사를 받았다. 실제 당시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은 전 철강사 중 최고였고 문어발식 인수합병을 통해 계열사가 급격히 불어나는 것처럼 성장만 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포스코의 2014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65조원에 불과하다. 올해 매출 목표는 67조원으로 5년 뒤 200조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기대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시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은 포스코에 독이 되어 포스코의 재무구조를 악하시켰다. 현재 철강 본업으로 돌아가겠다며 강력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고 확장 속 비리가 드러나며 정준양 전 회장의 소환 조사가 조만간 있을 예정이다.

현대제철이 포스코와 같은 전철을 밟지는 않겠지만 비전 선포는 '더욱 현실 가능하며, 뜬 구름 잡는 얘기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포스코의 역사를 통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비전 선포는 모두가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얘기여야 하는데 현대제철의 경우에는 미래를 장밋빛으로만 보고 비전을 선포한 경향이 없지 않다"며 "포스코 사례가 되지 않고 실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많은 불안요소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국헌 기자 k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