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깊은 내수 '불황의 늪'···아모레퍼시픽·잇츠스킨·토니모리 등 화장품 로드숍 매출 성장곡선 꺾여

공유
3

깊은 내수 '불황의 늪'···아모레퍼시픽·잇츠스킨·토니모리 등 화장품 로드숍 매출 성장곡선 꺾여

[글로벌이코노믹 이세정 기자] 지속되는 내수경기 침체와 불황에도 화장품 산업만 상승궤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화장품 로드숍(단일 브랜드숍) 업체들의 매출증가폭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중국발 호재의 약발이 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래픽=문지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그래픽=문지현 기자)
8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은 2015년 629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로드샵 업계 1위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동안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는 매출 5921억원, 에이블씨엔씨(미샤)는 매출 4079억원으로 각각 업계 2, 3위에 올랐다.

이어 한불화장품 잇츠스킨의 2015년 매출은 3096억원, 네이처리퍼블릭 매출 2800억원(추정), 아모레퍼시픽의 에뛰드하우스 매출 2578억원, 토니모리 매출 2199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이들 업체의 2015년 전체 매출액은 2조6964억원으로, 2014년 2조4875억원에 비해 8.4%, 2013년 2조354억원에 비해 32.5% 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일부 업체들의 경우 매출증가폭이 4년째 점점 하락하고 있다. 또 역신장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광폭적으로 이어가던 성장세가 주춤하는 듯한 양상을 보이는 업체도 있다.

먼저 업계 1위 더페이샵의 경우 △2011년 매출 3255억원 △2012년 매출 4381억원 △2013년 매출 5472억원 △2014년 매출 6101억을 기록하며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연도별 매출증가율은 △2012년 34.6% △2013년 24.9% △2014년 11.5% △2015년 3.1%로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니스프리의 경우도 비슷하다. 이니스프리의 연간 매출은 △2011년 1405억원 △2012년 2294억원 △2013년 3328억원 △2014년 4567억원 △2015년 5921억원으로 해마다 상승했다. 연도별 매출 증가율은 △2012년 63.3% △2013년 45.1% △2014년 37.2% △2015년 29.6%로 감소 중이다.
또 한때 업계 상위권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미샤와 에뛰드하우스는 계속되는 역신장 때문에 업계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2012년 총매출 4529억원으로 전체 화장품 로드숍 1위를 기록했던 에이블씨엔씨 미샤는 2013년부터 매출 하락세를 겪고 있다. 미샤의 2013년 매출은 44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줄었다. 2014년은 매출 4383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0.9%, 2015년은 매출 4079억원으로 동기 대비 6.9% 떨어지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에뛰드하우스도 2011년 매출 2148억원, 2012년 매출 2805억원으로 로드숍 탑3에 안착했지만, 지속된 매출감소에 2014년 매출 2810억원, 2015년 매출 257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연도별 매출증가율은 △2012년 30.6% △2013년 13.6% △2014년 -11.8% △2015년 -8.3%로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2014년까지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이어온 업체들의 매출증가폭이 지난해 들어 감소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2011년 총매출 225억원에 불과했던 잇츠스킨은 △2012년 총매출 318억원 △2013년 524억원 △2014년 2411억원을 기록하며 이른바 ‘폭풍성장’을 일궈냈다. 매출증가율도 △2012년 41.3% △2013년 64.8% △2014년 360.1%로 급격히 늘어났다.

잇츠스킨은 2015년 총매출 309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8.4% 가량 매출을 늘렸지만, 매출증가율은 전년의 12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네이처리퍼블릭은 △2011년 총매출 907억원 △2012년 1284억원 △2013년 1711억원 △2014년 2552억원 △2015년 2800(추정)을 기록했다. 매출증가율은 △2012년 41.6% △2013년 33.7% △2014년 48.6%로 증감을 반복하다 2015년 10%대(추정)로 급감했다.

토니모리의 경우 △2011년 총매출 1014억원 △2012년 1505억원 △2013년 1703억원 △2014년 2051억원 △2015년 2199억원을 기록했고, 매출증가율은 △2012년 48.4% △2013년 13.2% △2014년 20.4% △2015년 7.2%로 지난해 감소세를 탔다.

이처럼 화장품 로드숍 업체들의 매출증가폭이 줄어드는 이유로 먼저 ‘내수불황’을 꼽을 수 있다. 대부분의 로드숍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10~25%대로 추산된다. 아직까지 국내 판매 비중이 높은 로드숍이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매출증가폭도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간판 대표 아이템의 부재를 들 수 있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로드숍의 경우 신제품 출시가 잦은 편이다. 하지만 브랜드 대표상품도 없이 이어진 ‘박리다매’식 판매가 매출증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례적으로 잇츠스킨은 브랜드 대표 상품인 ‘프레스티지 끄렘 데스까르고(달팽이크림)’을 선보이며 이른바 ‘대박’을 터트렸지만, 추가적인 히트 상품이 없어 ‘원 프로덕트 리스크’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로 시민들로 붐비고 있는 서울 명동/ 사진=뉴시스
중국인 관광객들로 시민들로 붐비고 있는 서울 명동/ 사진=뉴시스
한편에서는 유커(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매출증가율 하락의 원인이라고 이야기 한다. 국내 매출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을 방문하는 유커들의 구매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

면세점과 백화점, 대형마트, 온라인몰 등에서 유커가 구매하는 화장품은 국내 매출로 계산된다. 한국에서 화장품을 구매해 중국본토에서 재판매하는 보따리상(따이공)의 매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따이공을 불법으로 간주하며 단속강화에 나섰고, 따이공 규제는 국내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을 방문하는 유커 수도 점차 감소하고 있어 소위 말하는 ‘유커 약발’이 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기술력을 무기로 한 중국 로컬 화장품 브랜드들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서 덩달아 중국 화장품 시장의 성장률도 낮아지고 있어 국내 화장품 시장에 먹구름이 낄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매출은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매출증가폭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대표 아이템의 끊임없는 발굴은 물론, 내국인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특히 지난해 메르스와 같이 예기치 못한 상황에 따른 리스크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중국 소비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또 다른 글로벌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세정 기자 sjl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