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작, 아빠의 희망 '하나와 미소시루'…평범한 일상에 행복의 본질이 있다

[노대홍의 한 끗 차이 생각(281)]

2016-05-05 13:31:50
영화 '하나와 미소시루'
영화 '하나와 미소시루'
4월 27일 개봉된 영화 ‘하나와 미소시루’는 일본의 평범한 가정을 모델로 한 실화다. 일본 후쿠오카에 사는 네 살배기 딸 하나는 원했던 장난감 생일선물을 받지 못한다. 선물대신 아빠 싱고는 부엌용 칼을, 엄마 치에는 앞치마를 줬다. 하나를 낳기 전 이미 두 차례 암 투병을 했던 엄마가 온몸에 암이 퍼진걸 알게 된 순간 딸에게 요리하는 법을 가르치기로 작정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하나에게 ‘미소시루(일본식 된장국)’ 만드는 법을 알려줬고 딸은 식사 때 미소시루 담당이 됐다. 미소시루는 죽음을 앞둔 엄마가 딸에게 전해준 유산이자 살아갈 힘이었다.

치에는 두 번째 암에 걸리면서부터 미소시루와 현미를 먹는 건강 식단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 과정과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렸다. 치에가 세상을 떠난 뒤 싱고는 아내가 쓴 블로그의 내용과 각각의 사건에 대해 자신의 시선으로 써내려간 이야기를 담아 책을 냈다. 이 책이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후 2014년 TV드라마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고 지난해에는 영화화됐다. ‘철도원’ ‘비밀’로 한국에서 유명한 히로스에 료코가 엄마 역할을, 다키토 겐이치가 아빠역할을 맡았다. 장본인 야스타케 싱고는 인터뷰에서 딸이 엄마와 함께했던 시간을 잊어버리진 않을까 불안했다. 아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딸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두고 싶은 마음에서 책을 썼다고 했다.

영화 대부분은 실제와 비슷하지만 치에와 여동생이 다투는 장면은 허구(虛構)다. 치에의 여동생은 언니가 어린 딸에게 미소시루를 끓이라고 시키는 게 못마땅했던 것이다. 영화에서 치에는 하나에게 “잘 먹어야 잘 산다. 잘 먹으려면 잘 만들 줄 알아야한다”고 말해준다. 싱고도 “공부는 1순위가 아니다. 스스로 살아갈 힘을 몸에 익혔으면 좋겠다. 치에는 그런 마음으로 어린 딸에게 미소시루 만드는 법을 가르쳐줬다. 미소시루는 살아가는 힘을 상징한다. 그 힘이란 고난을 이겨내는 힘이다. 전통적인 음식, 발효음식을 제대로 먹으며 건강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고백했다.

정작 미소시루로 그런 힘을 얻은 건 딸보다 아빠였다. 아내가 떠나고 나서 그는 살아야할 의미를 잃었다. 어린 딸을 생각하며 어떻게든 회사에 나가 일을 하지만 매일 술과 약으로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이 미소시루를 만들어 주었다. 지켜줘야 할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아빠를 지켜준 것이다.

치에가 석양이 비치는 거실의 소파에 누워 ‘참 좋다 이 평범함이’라고 한다. 시선 너머로 신문을 읽는 남편과 그림을 그리는 딸이 보인다. 그때 네 살이던 하나는 지금 중학교 2학년이다. 아버지와 여전히 사이좋게 지내며 여전히 새벽 5시에 일어나 미소시루를 만든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속에 행복의 본질이 있다. 그런 일상을 소중히 여기며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을 느끼고 가족의 평화를 지키겠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영화다.

노대홍 천지인문화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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