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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식의 항공이야기] 혼다의 꿈: 닭장수 자전거에서 비즈니스 제트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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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식의 항공이야기] 혼다의 꿈: 닭장수 자전거에서 비즈니스 제트기까지

혼다 자동차는 일본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이다. 현재 도요타, 닛산자동차와 함께 일본 3대 자동차회사 가운데 하나이자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자동차회사이다.

1948년 혼다 소이치로가 설립한 혼다기켄공업주식회사는 자전거에 엔진을 단 오토바이 제조업체로 출발했다. 처음에는 전쟁 후 남아 도는 엔진을 일반 자전거에 부착에서 팔았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1970년대 오토바이가 비싸서 시골에 가면 이런 개조한 소형 엔진을 장착한 자전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닭장수들이 많이 애용해서 일명 닭장수 오토바이라고 했다. 가격이 저렴한 대신 소음과 매연이 심했다.

혼다 초기 모델
혼다 초기 모델
이렇게 초라하게 시작한 혼다는 고급 자동차를 넘어서 이제 항공기로까지 사업영역을 넓히게 됐다. 혼다 자회사 혼다 항공기 회사의 후지노 미치마사 사장이 회의적인 경영진과 기술적 지연, 글로벌 경기침체 등 온갖 난관을 뚫고 30년 만에 이룬 쾌거라고 할 수 있다.

항공기 개발이라는 혼다의 꿈은 조종사였던 혼다 소이치로 창업자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1986년 항공기 엔진을 연구개발하고 시험기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혼다 자동차는 저렴한 소형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서 같은 해 일본 자동차회사 가운데 최초로 고급차 브랜드 아큐라(Acura)를 출시했다. 그리고 자동차 회사와는 관계없이 1980년대 중반부터 인공지능 연구부문에도 투자하여 2000년 아시모 로봇을 내놓았다. 아시모 로봇은 인간처럼 걷고 물체를 인식하는 최초의 인공지능 로봇이다.

혼다 제트기 개발은 혼다의 엔지니어 후지노 미치마사가 창립자의 오랜 꿈인 비행기 제작을 구체화하는 작업에서 시작됐다. 30여 년간의 연구 개발을 통해 경량 비즈니스 제트기를 선보이게 됐다.

항공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후지노 사장은 당시 28세였던 1986년, 회사의 지시로 실험항공기를 설계하기 위해 미국 미시시피주립대 라스펫항공연구소로 가서 그때부터 혼다제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한다.
2003년 자체 개발한 HF-118 엔진이 장착된 소형항공기 혼다 제트(Honda Jet)의 비행 실험에 성공했고, 2004년 제트엔진을 개발하기 위해 GE와 제휴해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2006년 8월에는 항공기사업 부문 자회사 혼다 항공기 회사(Honda Aircraft Company)를 미국에 설립했다. 2006년 혼다제트를 발표한 데 이어 2012년 혼다제트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혼다는 지속적으로 자동차 부분에도 신기술과 혁신을 달성했다. 2012년 하이브리드 차량 백만 대 판대 기록을 세웠다. 2013년 혼다와 아큐라 자동차를 미국으로 수출했으며, 그 해 매출의 약 5.7%에 해당하는 68억 달러를 연구개발 부문에 투자했다.

후지노 사장은 첫 10년간 두 장의 설계도를 완성하긴 했지만, 획기적인 돌파구는 1996년 어느 날 밤에 찾아왔다고 말했다. 종이가 눈에 띄지 않아 벽에 거는 달력 뒷장에 현재 혼다 제트의 기본 설계도를 그렸다. 1930년대 항공역학 교과서에 나온 기본 원리에서 영감을 얻어 엔진을 날개 위해 장착해 객실 공간을 늘리면서 공기저항과 소음은 줄였다고 한다.

후지노 사장과 혼다제트이미지 확대보기
후지노 사장과 혼다제트
가장 큰 특징은 보통 항공기는 날개 아래에 엔진을 장착하지만, 혼다 제트는 기체 날개 위에 엔진을 배치했다.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채용해 속도나 정숙성, 연료 효율성이 뛰어나다. 엔진을 밖으로 드러내 기내 소음도 감소했으며 객실 공간과 적재 공간, 전용 화장실 공간까지 여유롭게 설계됐다.

혼다의 항공에 대한 꿈은 꽤 오래된다고 한다. 1940년대부터 미래 항공기 개발을 위한 항공 기술자를 모집했으며, 1962년에는 가스 터빈 연구소를 만들고, 가스 터빈 엔진의 개발에 착수했다고 한다. 1971년에 가스 터빈 엔진을 탑재한 자동차의 개발이 이루어졌지만 가격이 높아 개발이 중지됐다.

혼다는 1986년에 현재의 항공기 엔진 연구센터 전신인 기초기술 연구센터를 설립해 항공기 기체와 엔진의 연구 개발에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거의 75년 만에 꿈을 이룬 것이다. 아직도 많은 전문가들이 자동차 회사가 상용 제트기 시장에 뛰어 든다는 것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그러나 적어도 창업자의 끝없는 꿈에 대한 노력과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기업정신들과 집념은 존경할 만하다. 혼다는 다시 우주에 대한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요즘은 한국의 경제와 사회가 점점 이런 꿈과 집념이 쇠퇴해 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창업자들은 사라져가면서 그들의 꿈도 사라지고 있다. 한국 대기업과 국민들은 기업정신과 도전의식보다는 단기적 생존과 안정지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대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이나 기술투자 보다는 당장 돈이 되는 금융이나 면세점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것들이 한국의 미래를 더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
조형식 PLM지식연구소 대표 hyongsikch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