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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상의 입고 관람오세요"…남산예술센터·극단 신세계 위험한 집단주의 경고 '파란나라' 16일 무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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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상의 입고 관람오세요"…남산예술센터·극단 신세계 위험한 집단주의 경고 '파란나라' 16일 무대에

[글로벌이코노믹 노정용 기자] "본 공연의 관객분들은 흰색 상의를 입고 오셔야 합니다. 다른 색상의 옷을 착용하실 경우 느낄 불쾌감에 대해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신세계는 어떠한 책임도 질 수 없음을 안내드립니다. 선택은 관객분들의 몫입니다."

관객들에게 흰색 상의를 입고 연극을 관람하러 오길 종용하는 연극이 있다.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주철환)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신세계가 공동 제작한 연극 '파란나라'가 바로 그 연극이다.
오는 16일(수)부터 27일(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르는 이 연극은 집단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 관객들에게 흰색 상의를 입고 연극을 관람하러 오도록 종용한다.

1967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큐벌리 고등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 '제3의 물결(The Third Wave)'을 바탕으로 쓴 '파란나라'는 집단의 논리에 쉽게 좌우되는 한국사회를 고발한다.

통제가 어려운 교실을 보여주고 학생들을 통솔할 수 없는 선생님이 학생들을 집중시키기 위해 조퇴를 조건으로 내세운 게임을 하며 연극은 시작된다. '훈련을 통한, 공동체를 통한, 실천을 통한 힘의 집결'이라는 구호 아래, 그 어떤 것으로도 차별하지 않는 파란나라를 만들고자 시작된 '파란혁명'은 순식간에 교실을 넘어 학교 전체로 퍼져나간다.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교실임에도 학생들은 집단의 힘이 곧 자신의 힘인양 착각해 집단을 자기 자신의 이익보다 우선시한다.

공연장에 들어선 관객들은 '파란나라'에서 강조하는 집단주의, 불평등, 개인의 자유에 대해 간접 체험하며, 작품 속 실험이 오늘날 우리 사회와 닮아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관객들의 간접체험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제작단은 사전 리서치를 통해 생생한 교실, 학생, 교사의 모습을 재현했다. 배우들은 석관중, 동구여중, 강원고 등 수도권과 지방 학교들에서 연극 교사가 되어 수업을 진행해왔다.

뿐만 아니라 '협동조합 학습공동체 아카데미쿱(AcademiCOOP)'과 수도권 고등학교 교사 및 학생과 각각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우리 사회가 원하는 교실과 학생의 표본, 그리고 개개인의 학생상(象) 속 집단주의적 특징을 수집했다.
이번 작품의 연출은 김수정 극단 신세계 대표가 맡았다. 김수정 연출가는 지난 2014년 서울연극센터 유망예술지원사업 '뉴스테이지(NEWStage)'에 선정됐으며, 2015 서울연극제 '미래야 솟아라' 연출상을 수상한 바 있다. 특히 '안전가족' '인간동물원초' '그러므로 포르노' '멋진 신세계' 등을 통해 거칠고 도발적인 연극 문법으로 현실사회의 불편함을 적나라하게 고발해왔다.

한편 남산예술센터는 이번 작품과 공감대를 가진 학생 관객들을 배려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목)에 맞춰 '파란나라'를 공연하며, 관객과의 소통을 위한 극장투어 '남산여담-어바웃스테이지(AboutStage)'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노정용 기자 no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