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에게 흰색 상의를 입고 연극을 관람하러 오길 종용하는 연극이 있다.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주철환)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신세계가 공동 제작한 연극 '파란나라'가 바로 그 연극이다.
1967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큐벌리 고등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 '제3의 물결(The Third Wave)'을 바탕으로 쓴 '파란나라'는 집단의 논리에 쉽게 좌우되는 한국사회를 고발한다.
통제가 어려운 교실을 보여주고 학생들을 통솔할 수 없는 선생님이 학생들을 집중시키기 위해 조퇴를 조건으로 내세운 게임을 하며 연극은 시작된다. '훈련을 통한, 공동체를 통한, 실천을 통한 힘의 집결'이라는 구호 아래, 그 어떤 것으로도 차별하지 않는 파란나라를 만들고자 시작된 '파란혁명'은 순식간에 교실을 넘어 학교 전체로 퍼져나간다.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교실임에도 학생들은 집단의 힘이 곧 자신의 힘인양 착각해 집단을 자기 자신의 이익보다 우선시한다.
공연장에 들어선 관객들은 '파란나라'에서 강조하는 집단주의, 불평등, 개인의 자유에 대해 간접 체험하며, 작품 속 실험이 오늘날 우리 사회와 닮아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관객들의 간접체험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제작단은 사전 리서치를 통해 생생한 교실, 학생, 교사의 모습을 재현했다. 배우들은 석관중, 동구여중, 강원고 등 수도권과 지방 학교들에서 연극 교사가 되어 수업을 진행해왔다.
뿐만 아니라 '협동조합 학습공동체 아카데미쿱(AcademiCOOP)'과 수도권 고등학교 교사 및 학생과 각각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우리 사회가 원하는 교실과 학생의 표본, 그리고 개개인의 학생상(象) 속 집단주의적 특징을 수집했다.
한편 남산예술센터는 이번 작품과 공감대를 가진 학생 관객들을 배려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목)에 맞춰 '파란나라'를 공연하며, 관객과의 소통을 위한 극장투어 '남산여담-어바웃스테이지(AboutStage)'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노정용 기자 no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