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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총수 9명, 국정조사 청문회 무더기 증인 출석…'호통' 보다 '진상규명'에 초점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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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총수 9명, 국정조사 청문회 무더기 증인 출석…'호통' 보다 '진상규명'에 초점 맞춰야

6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재계 총수 9인.이미지 확대보기
6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재계 총수 9인.
[글로벌이코노믹 유호승 기자] 재계 총수 9명이 6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청문회의 핵심은 ‘진상규명’이다. 재계는 과거 사례처럼 총수를 세워두고 의원들이 호통을 치고 면박 주는 모습이 연출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한 총수들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날 국회 증언대에 오르는 총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9명이다.

◇ 총수 무더기 청문회, 핵심쟁점은?


이번 청문회의 초점은 최순실과 주요 기업의 연결고리 규명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자금출연 배경이 주된 조사내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삼성·SK·롯데 등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기업들은 다른 곳에 비해 강도 높은 질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의 경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조력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번 청문회에서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날선 질문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향할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지난 5일 “삼성그룹이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국정조사특위에 자료 제출을 가장 안하고 있다”며 “삼성에 자료제출을 충실히 해달라고 요구해달라”고 김성태 위원장에게 요청했다.

SK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111억원이 최태원 회장의 사면이나 면세점 허가 관련 청탁에 사용됐는지 등을 집중추궁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SK는 전경련의 모금 분담비율이 ▲삼성 2.0 ▲현대차 1.2 ▲SK 1.0 ▲LG 0.8로 정해져 있어 비율에 따라 돈을 낸 것이며, 대가성 있는 자금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롯데의 경우 박 대통령과 신동빈 회장의 독대 이후 면세점 추가 발표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집중공세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 측은 지난 3월 시내 면세점 추가 가능성이 언론에 보도돼, 그 이후 박 대통령과 신 회장의 만남이 면세점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CJ 역시 이재현 회장의 사면 및 이미경 부회장에 대한 청와대의 퇴진 압박 등에 대한 질문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CJ 측은 이 회장 사면이 해당 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압박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통해 내용을 확인했지만 박 대통령의 뜻인지는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 TV 생중계, 총수들에게 큰 부담


이날 청문회는 TV로 생중계된다. 총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그대로 국민에게 전달된다. 청문회는 오전 10시부터 시작되지만 종료시간은 예측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총수들의 건강상태가 주목된다.

증인으로 채택된 9명 중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한 6명이 65세 이상이다. 정몽구 회장은 1938년생으로 우리 나이로 79세다. 역대 청문회 증인 중 최고령. 현대차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국회 인근에 의료진과 구급차를 대기시키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1939년생인 손경식 CJ 회장은 지난 7월 폐암 수술을 받고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은 장시간 증인석에 앉아 의원들의 날선 질문에 답변을 해야 한다. 모든 상황이 실시간으로 국민들에게 전달된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등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보여지는 모습은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 관심 모은 총수 좌석 배치… 중앙 자리는 이재용·최태원

지난 5일 총수들의 자리배치가 결정됐다. 관심을 모은 중앙 자리에는 이재용 부회장과 최태원 회장이 자리한다. 정몽구 회장과 손경식 회장은 가장자리에 배치됐다. 두 회장이 고령인 점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총수들의 자리배치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번 청문회가 TV로 생중계 되는 만큼 중앙 자리는 미디어에 노출이 가장 많이 되기 때문이다. 자리배치는 총수들의 연령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각에선 최순실 의혹과 관련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삼성·SK·롯데가 중앙에 배치돼 국조특위의 십자포화를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야당이 발의한 박 대통령 탄핵안에서 이 세 그룹에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죄’가 적용된 것도 자리배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청문회에 출석하는 총수 9명 중 국정감사나 국정조사 청문회 경험이 있는 총수는 신동빈 회장과 조양호 회장 등 2명 뿐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9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불거진 기업 지배구조 등을 해명하기 위해 10대 그룹 총수 중 처음으로 국정감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과정과 관련해 지난 10월 국감에 출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각 기업 총수들이 이번 청문회에 대비해 상당히 많은 준비를 했다”며 “답변시간이 7분이기 때문에 타이머를 두고 답변을 맞춘 곳도 있다. 몇몇 기업은 국회에서의 총수 이동경로와 의전, 예상질문 등을 롯데 측에 문의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유호승 기자 y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