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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살 깎는 백화점들, ‘밥 먹듯 세일’에 소비지갑 ‘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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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살 깎는 백화점들, ‘밥 먹듯 세일’에 소비지갑 ‘꽁꽁’

전문가들 “경기 불안 요인 가격 할인 타파 한계” 지적

잦은 세일로 백화점 업계가 소비자들에게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의견이 흘러나오고 있다. 사진=롯데백화점이미지 확대보기
잦은 세일로 백화점 업계가 소비자들에게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의견이 흘러나오고 있다. 사진=롯데백화점
[글로벌이코노믹 박영찬 기자] 연초부터 백화점 업계의 세일 경쟁이 치열하다. 신세계를 제외한 롯데와 현대의 지난해 11월~12월 매출이 대폭 줄어들자(전년 동기대비) 백화점 업계는 더욱 세일에 목매고 있다. 일 년에 몇 차례 밖에 하지 않던 백화점 세일이 한두 달 간격으로 이어지다 보니 세일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 현대 등 주요 백화점 업계는 새해가 밝자마자 일제히 세일에 돌입했다. 롯데백화점은 22일까지 100만개 이상의 상품을 10%에서 최대 70%까지 할인 판매하며 ‘럭키 스페셜 기프트’ 등 각종 사은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신세계도 세일 기간 동안 개별 상품들을 최대 70% 할인 판매하고, 현대백화점은 ‘럭키7’을 주제로 ‘황금알 경품 행사’ 등을 진행한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연초 세일에 그룹 역량을 총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들 대형 백화점 3사의 세일은 시작일부터 종료일까지 모두 똑같다. 할인 폭도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뚜렷한 차이가 없다.

글로벌이코노믹이 백화점업계 각사 자료를 살펴본 결과 롯데백화점은 2012년에 102일, 2013년엔 101일을 기록하며 2015년부터 작년까지 평균 100일 이상 정기 세일을 했다.

현대백화점도 2015년 92일, 2016년 88일 간 세일을 한데 이어 신세계백화점도 최근 4년간 평균 91일의 정기 세일 일수를 기록했다.

여기에 재작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코리아 세일 페스타’ 등의 할인 행사가 겹치면서 실질적인 세일 일수는 더 늘어났다.

상시 세일로 인해 제 값에 물건을 사지 않으려는 소비자들도 많다. 백화점을 자주 이용한다는 소비자 김민준(29)씨는 “세일 기간에 구입한 제품이 몇 달도 안 돼 다른 세일에서 더 낮은 가격에 팔리니 자연스럽게 싸게 팔 날만 기다리게 된다”고 말했다.
매출 신장을 위해 잦은 세일을 하다 보니 도리어 역풍을 맞게 된 것이다.

비슷비슷한 마케팅과 세일이 반복되면서 유통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화점 판매가와 할인점 판매가 간에 가격 차이가 없어지면서 둘 사이를 구분 짓던 가격 균형이 모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대 경영학과 강윤식 교수는 “유통업계가 경기 불황 장기화로 각종 할인을 남발하고 있는데 이는 분명한 한계가 있는 정책”이라며 “미래에 경기가 좋아져 정상가로 받을 때 소비자 반감을 어떻게 감당할지 미지수”라고 세일 풍조를 지적했다.

이어 “백화점 업계는 지금의 경기 불안 요인을 가격 할인으로 타파할 수 있을지 충분히 자문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영찬 기자 y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