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왕(幽王)의 애첩 '포사(褒姒)'를 웃겨라

[노대홍의 사마천(司馬遷)에게 길을 묻다(53)]

2017-04-05 06:40:02
주공(周公)과 강태공(姜太公)의 지략으로 일어난 주나라는 다행히 군주들이 대대로 영명(英明)한데다 제후들의 충성도 극진하여 300여 년간 무사태평을 누릴 수가 있었다. 그러나 12대 유왕(幽王)이 제위에 올라 경국지색 포사(褒姒)에게 미쳐 돌아가자 국운은 급속도로 기울기 시작했다.

포사는 아비도 모르는 동첩(童妾)이었다. 그러나 유왕은 그녀의 미모에 혹하여 정비인 신후(申后)와 태자 의구(宜臼)를 폐위시켰다. 태사(太史) 백양(伯陽)이 참다못해 어전에 나와 울면서 간했다.

“일찍이 하(夏)나라는 말희(末姬)라는 여인으로 말미암아 망했고 은(殷)나라는 달기(妲己)라는 여인으로 인해 망한바 있습니다. 대왕께서는 그들을 거울삼아 대궐 안에 요사스러운 여인을 두지 마소서.”

유왕은 늙은 충신의 간언이 몹시 귀에 거슬려 백양을 그 자리에서 목 베어 죽이고 간신(奸臣) 괵석보(虢石父)의 말대로 포사를 왕후로 삼았다. 포사는 워낙 표독스러워 웃는 법이 없는 요부(妖婦)였다. 애가 탄 유왕이 석보에게 물었다.

“짐(朕)이 왕후의 웃는 모습을 꼭 보고 싶은데 경(卿)에게 묘책이 없겠소?”

자료=글로벌이코노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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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보는 나라가 망하거나 말거나 천자의 비위만 맞추면 되었기에 머리를 조아리며 황공한 듯 말했다.

“대왕의 소망이신데 신에게 어찌 묘책이 없겠습니까.”

“어떤 묘책인지 어서 말해보오. 왕후를 웃겨 보인다면 경에게 천금의 상을 내릴 것이오.”

“성은(聖恩)이 망극(罔極)하옵니다. 선왕께서 도성(都城)의 방비를 튼튼히 하시려고 사위(四圍)의 제후국에 이르는 산봉우리마다 5리 간격으로 봉수대(烽燧臺)를 설치해 두셨습니다. 도성에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때 봉화를 올리면 제후들이 군사를 이끌고 달려와 구출하려고 만든 것입니다. 다행히 대왕께서 즉위하신 후 천하가 태평하여 사용할 일이 없었습니다. 오늘밤 시험 삼아 봉화를 올리면 제후들이 군사를 이끌고 달려올 것이고 헛물을 켜고 무안하게 돌아가는 꼴을 왕후께서 보시면 하도 재미스러워 웃게 되실 것입니다.”

말만 들어도 모골(毛骨)이 송연(悚然)한 간계(奸計)였다. 그러나 어리석은 유왕은 탄복을 마지않았다.

“그것참 천하의 묘책이오. 오늘밤 짐이 왕후와 함께 망변루(望邊樓)에 나가 있을 테니 봉화를 올리도록 하시오.”

조정대신들이 매우 놀라며 간했다.

“거짓 봉화를 올려 제후들을 우롱하시면 정작 위급지추(危急之秋)에 달려오지 않을 것인즉 그때 무슨 힘으로 외적을 막겠습니까.”

그러나 유왕의 귀에 충신의 간언(諫言)이 들릴 턱이 없었다.


노대홍 천지인문화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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