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현대제철은 지난주 일본산 고철을 약 16만톤 가량 확보했다. 주 단위 계약량으로는 역대 최고 물량이다. 최근 러시아산 고철도 13만톤 가량 계약했다. 수입고철 계약 잔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고철업계 관계자는 “국내 고철 물동량은 한 두번의 추가 인상으로 물량이 쏟아질 수 있는 상황이다”며 “제품가격 인상 지연으로 적자를 논하고 있는 제강사들이 왜 고가의 수입고철을 구매하는지 이해라기 힘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결정적으로 고철시장을 자극한 것은 대한제강이 일본산 고철 구매에 동참했다는 소식이다. 대한제강은 현대제철 구매계약 이후 발빠른 행보를 통해 일본산 고철을 현대제철 보다 톤당 1000엔 인하해 계약했다. 이 회사는 H2등급을 FOB기준 톤당 3만 2500엔에 계약했으며, 성약량은 1만톤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제철은 꾸준한 수입 계약을 통해 고철 가격 안정화를 추진해 왔다. 예전부터 수입고철 구매를 지속해 왔기 때문에 고철업계의 저항감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대한제강이 국내 고철보다 톤당 4만원 이상 높은 가격에 일본산 고철을 대량 구매했다는 소식은 업계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국내 고철 물량 흐름을 증대시키기 위한 제강사의 움직임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또한 대한제강의 발빠른 움직임이 오히려 제강사간 구매 경쟁으로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겼다. 현대제철은 높은 비용을 지불해 가며 일본 측 시황을 꺾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 과실은 대한제강에게 돌아갔다. 비슷한 시기에 대한제강보다 1000엔을 높게 구매한 현대제철의 입장이 난감해진 것이다. 순차적이 가격 하락을 유도하려던 현대제철이 이번 주 일본산 고철 구매가격을 얼마로 제시할지 사뭇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윤용선 기자 y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