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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김형수 기자] 신동빈 롯데의 50조원 통큰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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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김형수 기자] 신동빈 롯데의 50조원 통큰 투자

생활경제부 김형수 기자
생활경제부 김형수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김형수 기자]
‘짠돌이 롯데’는 과연 ‘통큰 롯데’로 바뀔 수 있을까. 수십년 롯데가 걸어온 행보만봐도 의문은 지울 수 없다. 롯데는 정권에 맞춰 그 정권의 입맛에 맞는 행동을 했다가 나중에 접기를 되풀이해왔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MB가 키워준 롯데라는 말이 나왔겠나.

롯데마트는 지난 2010년 ‘통큰 치킨’이라는 이름으로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파는 치킨보다 훨씬 저렴한 5000원에 치킨을 팔았다. 당시 한 정부 인사는 “2주에 한 번 정도씩 치킨을 먹는데 가격이 너무 비싼 것 같더라"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 동네 치킨집이 다 죽는다는 원성이 높아지자 롯데마트는 1주일 만에 ‘통큰 치킨’ 판매를 종료했다.

롯데는 지난 2015년 최순실 씨가 설립 과정을 이끈 K스포츠재단에 17억원, 미르재단에 45억원을 출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중심으로 이뤄진 모금을 통해서였다. 이듬해인 지난 2016년 5월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K스포츠 재단에 또 70억원을 기부했다. 이 가운데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건넨 70억원은 검찰 수사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6월에 돌려받는 해프닝까지 겪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신동빈 회장은 그와 연관된 특혜 의혹으로 고초를 겪는다. 불과 며칠 전 만에도 수의(囚衣)를 입고, 환절기 냉기를 온몸으로 감옥에서 느껴야 했다.

재벌 특혜 비난에도 신 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구치소를 나온 신 회장은 곧바로 직무실로 향했다. 회사 걱정이 앞선 것이다.

그 후 정확히 19일 만인 23일 롯데는 기가막힌 제안을 했다. 야당이 잡은 정권의 입맛에 간이 딱 맞게 투자계획을 발표한 게 그것이다. 자그마치 50조.

문재인 정부는 하락세인 성장률 전망치를 끌어올리고 계속되는 고용난을 해결할 방법을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짠돌이 롯데’란 직원들의 낮은 연봉, 다른 대기업에 못 미치는 직원 복지 제도, 기업 규모에 맞지 않는 사회공헌활동 등을 에두른 표현이다. 관계자들은 흥분하지 마라. 물론 예전의 그 짠돌이 롯데가 아닌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렇다하더라도 앞으로 5년간 ‘짠돌이 롯데’가 ‘통큰 롯데’로 탈바꿈할 수 있을까? 눈칫밥만 10년, 절대 일본기업이 아니라고 잡아떼지만 정작 일본기업이 틀림없는 게 롯데의 정체성이다. 그런 이중 정체성의 논란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이번엔 진짜 통큰 투자를 기대한다.

김형수 기자 hyu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