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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 뚫는 꿈 꾸고 복권 1등 당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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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 뚫는 꿈 꾸고 복권 1등 당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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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집에 와서 볼일을 보고 변기가 막혔는데 뚫는 꿈을 꿨다. 해몽을 찾아보니 막혔던 일이 잘된다는 꿈이었고, 그 주에 모든 게 좋았다. 결국 복권까지 당첨되었다.”
연금복권 1, 2등 동시 당첨자는 ‘당첨 소감’을 이렇게 털어놨다고 했다. 복권수탁사업자 ‘동행복권’은 ‘연금복권 720+’ 당첨자의 ‘꿈’을 이같이 홍보하고 있었다.

동행복권의 ‘꿈 홍보’는 더 있었다.

어떤 당첨자는 복권을 구입하기 전에 부부가 각자 꿈을 꿨다. 아내의 꿈은 큰 건물에 불이나 주황색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꿈이었다. 남편은 돌아가신 아버지와 여행을 하는 꿈이었다.

또 어떤 당첨자는 꿈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나왔는데, 아버지가 운영하던 가게 뒤에서 불이 났는데도 불구하고 웃으면서 반겨주고 있었다고 했다.

몇 해 전에도 정부는 ‘꿈’을 강조한 적 있었다. 복권 1등 당첨자 220명 가운데 75명을 대상으로 설문했는데, ‘구입동기’가 ‘좋은 꿈’이라는 응답이 20%를 차지했다고 밝힌 것이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복권 판매는 2조6208억 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1.1% 늘어났다. 하루에 무려 145억 원어치다. 작년 연간 복권 판매는 4조3181억 원으로 처음으로 4조 원을 돌파했다고도 했다.
이렇게 복권이 잘 팔리는데도 정부는 ‘연금복권 720+’라는 것을 지난 4월 30일 출시했다. 월 당첨금을 500만 원에서 700만 원으로 ‘플러스(+)’한 복권이다. 기존 연금복권이 덜 팔리자 매달 지급하는 당첨금을 올려서 내놓은 ‘새 복권상품’이다. 그 ‘연금복권 720+’의 판매를 늘리기 위해 ‘꿈’까지 동원하고 있다.

그렇지만 복권은 국민을 ‘한탕주의’에 빠뜨려서 근로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 번호만 잘 찍으면 ‘대박’인데, 고작 월급 몇 백만 원 받자고 땀 흘리는 데 대한 회의감이 생기도록 할 수 있다. 투기소득을 기대하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의 복권 장사는 가난한 ‘불특정다수’의 주머니를 털어서 부족한 재정을 채우려는 것이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