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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 진전의 괄목할 전범(典範)…제20회 대전 뉴댄스국제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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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 진전의 괄목할 전범(典範)…제20회 대전 뉴댄스국제페스티벌

김종신 안무의 '기생'이미지 확대보기
김종신 안무의 '기생'
너른 들에 뜻 세우고 거침없이 전진하니/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 만나/ 좁혀진 거리에 알곡만 남아/ 뜨거운 열기 빗소리도 잠재우고/ 또렷한 춤 잔치로 감싸 안은 가을/ 무변광대의 춤 세상이 대밭에 펼쳐져/ 농밀한 탐미 땀으로 떨어진 나날들/ 홀춤과 둘춤 무리춤 병풍처럼 둘러싸고/ 숨 고르고 가지런하게 짠 움직임/ 주제에 집중하는 놀라운 열정/ 앗, ‘에게 섬’의 문명 같은 운명이여!/ 너는 탄생 되었으니 길을 잃지 말라!/ 영원히 빛날지어다!/ ‘너의 진전’

9월 25일(토)부터 10월 23일(토)까지 대전 예술가의 집 누리홀·평송 청소년 문화센터 소극장과 대극장 등에서 ‘21세기 현대무용연구회’ 주최·주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의 제20회 대전 뉴댄스국제페스티벌(The 20th DAEJEON NEW DANCE INTERNATIONAL FESTIVAL, 예술총감독 최성옥 충남대 교수)이 구름 관객을 모으며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며 종료되었다.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 행사는 ‘방구석 힐링댄스’, ‘나도 차세대 안무가’, ‘차세대 안무가들의 좌담’, ‘차세대 안무가 공모전’, ‘국내안무가 초청워크샵’, ‘국내안무가 초청공연’, ‘해외예술가초청강연’, ‘해외안무가 초청공연’, ‘댄스필름’을 수용하고 가시적 목적을 달성했다. 유튜브 채널로 ‘New Dance Festival’은 10월 23일 폐막식 댄스필름을 포함 11월 6일까지 송출된다.

신유진 안무의 '왜'이미지 확대보기
신유진 안무의 '왜'

김용흠 안무의 '파동'이미지 확대보기
김용흠 안무의 '파동'

코로나 시대에 대처하여 시민과 함께하는 현대무용 워크숍 ‘방구석 힐링댄스’와 “코로나 시대,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예술가의 자세”라는 주제의 차세대 공모전에 당선된 각 지역 젊은 안무가들의 ‘차세대 안무가들의 좌담’, “예술 장르에서 무용의 존재”라는 주제로 독일 아힘 프라이어의 해외 예술가 초청 강연은 줌을 활용했다. ‘국내 안무가 초청워크샵’은 이선태가 맡았다.

‘나도 차세대 안무가’ 공모전 선정작은 26일(일) 오후 네 시 평송 청소년문화센터 소극장에서 공연이 있었다. 공연작은 구희진(용인대) 안무의 「나르시스, Narcissism」, 김지은(서울예대) 안무의 「낯선 두려움, Uncanny」, 박소현·우주(충남대) 공동안무의 「Body Band」, 신정민(서울예대) 안무의 「‘치고, 쳐지다’, Hit hit」, 박종현 안무의 「집단적 독백, a collective monologue」, 이현우(서울예대) 안무의 「찰나:감지하다, For an instant:sense」이었다.

스무 살 청년이 된 뉴댄스국제페스티벌은 1)대전 지역에서 신진안무가들을 발굴, 실험성 충분한 독창적 작품에 발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차세대 무용가의 플랫폼이 되고 있다. 2)여러 지역 신인 안무가들을 섭외·초청하여 중부지역을 무용 교류의 중심 거점으로 삼는다. 3)명실상부한 국제무용제로의 확장을 위해 여러 해외 무용제와 교류를 갖고 국제 행사로 도약하고 있다.

이선진 안무의 '흔적'이미지 확대보기
이선진 안무의 '흔적'

박소진 안무의 '속마음'이미지 확대보기
박소진 안무의 '속마음'

뉴댄스국제페스티벌에서 뽑아 올린 두 프로젝트는 치열한 경연 끝에 선정된 여덟 팀의 ‘차세대 안무가 공모전’, 다섯 안무가가 선보이는 ‘국내안무가 초청공연’이다. 이 두 프로그램은 안무가들과 직접 대면, 재기를 느끼며 집단 최면에 빠져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다. 대부분 소수 인원 구성의 작품은 실험성과 창의력이 넘치고 구성과 기교가 돋보인 작품들이었다.

‘차세대 안무가 공모전’은 대전 예술가의집 누리홀에서 이틀간 저녁 일곱 시에 공연되었다. 첫째 날(9월 29일): 기생과 공생의 인간관계를 비판적으로 접근한 김종신 안무의 「기생, Parasite」, 시·공간과 움직임을 키워드로 그 관계성을 탐구한 신유진 안무의 「왜? Why?」, 사람이 만드는 파동에 관한 한 연구인 김용흠 안무의 「파동, Wave」, 나치의 만행을 역사로 기억하자는 이선진 안무의 「흔적, Trace」이 감각적 우수성을 선보였다.

도윤승 안무의 '시끄러운 몸'이미지 확대보기
도윤승 안무의 '시끄러운 몸'

유가원 안무의 '자기검열'이미지 확대보기
유가원 안무의 '자기검열'

둘째 날(9월 30일」: 몸의 이완과 수축을 통한 일상의 소박한 진리를 보여준 박소진 안무의 「속마음, Penetralium」, 강력한 굉음을 타고 전율하며 욕망을 가시화하는 도윤승 안무의 「시끄러운 몸, Loud Body」, 택배 상자에서 배송된 포도주잔과 수다적 말에 관한 유가원 안무의 「자기검열, Self-censorship」, ‘토끼와 거북이’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최재호 안무의 「레이스, Race」는 다양한 실험성을 띤 우수작으로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국내안무가 초청공연’: 태평양 바다를 떠도는 쓰레기를 다룬 현실고발작 방지선 안무의 「GPGP」(Great Pacific Garbage Patch), 춤에 대한 고정관념과 착각을 걷어내고 대중의 예술화를 꾀한 이선태 안무의 「Going」, 감정의 글랑블루를 두르고 공허함이 깃든 사각 테이블에서 누군가의 시선을 기다린다는 감각적 사유의 이루다·이루마 공동안무의 「Blue Table」, 인간소외를 무인도에 비유한 정재우 안무의 「무인도, Uninhabited Island」에 이르는 네 팀 다섯 안무가는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완성도 있는 예술적 작품으로 높은 기량의 교본이 되었다.

최대호 안무의 'Race'이미지 확대보기
최대호 안무의 'Race'

방지선 안무의 'GPGP'이미지 확대보기
방지선 안무의 'GPGP'


‘해외안무가 초청공연’은 코로나로 인해 독일 폴크방(Volkwang) 대학 출신 김민주 안무의 「호모 사이보그, Homo Cyborg」, 미국 알렉산더 돈즈 안무의 「점쟁이 X 회랑, soothsayer X cloister」, 전통과 아방가르드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스페인 조르디 빌라세카 안무의 「바세리, Baserri」, 이스라엘 로니 차다쉬 안무의 「구피, Goofy」가 온라인으로 상영되었다.

2000년 3월 24일 대전 평송청소년수련원 소강당에서 제1회 뉴댄스페스티벌을 연 이래 새로운 형식의 댄스필름이 폐막식에서 상영된 것은 처음이다. 가을 폐막식에서 상영된 네 편의 작품은 놀라운 안무작의 댄스필름 버전으로 재창조된 곽영은(메타댄스프로젝트) 안무의 「Off Station Ⅱ」, 김모든(모든 컴퍼니) 안무의 「자메뷰, Jamais Vu」, 이경은(리 케이댄스) 안무의 「안녕, Annyeong」, 홍정아(메타댄스프로젝트) 안무의 「트렁크, Trunk」였다.

이루다&이루마안무의 'Blue table'이미지 확대보기
이루다&이루마안무의 'Blue table'

이선태 안무의 'Going'이미지 확대보기
이선태 안무의 'Going'

정재우 안무의 '무인도'이미지 확대보기
정재우 안무의 '무인도'


뉴댄스국제페스티벌은 춤으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All That Dance)을 젊은 피에서 찾는다. 장편과 기존의 것을 우회하여 중·단편을 선호하고 격려하는 예술감독의 예지(叡智)는 철학적 상부구조에 닿는다. 정갈한 밥상에 차려진 음식은 맛있을 수밖에 없다. 깔끔한 페스티벌에 선보인 작품들은 군더더기 없는 가능성 상급의 예술품들이었다. 이 단체가 두 번째로 가을을 선택하여 올린 페스티벌은 여름 열기로 익어가는 들판의 화려한 몸짓이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