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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그룹50년-10]대대적 투자 통해 업계 최고 기업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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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그룹50년-10]대대적 투자 통해 업계 최고 기업 등극

현대오일뱅크의 귀환②
전 대주주 외면했던 설비 고도화 추진해
인수 1년 만에 최고 수준인 30.8% 기록
국내외 파트너와의 합작 통해 사업 확장

2012년 11월 현대오일뱅크 BTX 전경. 사진=현대중공업그룹이미지 확대보기
2012년 11월 현대오일뱅크 BTX 전경. 사진=현대중공업그룹
현대오일뱅크는 그룹의 지원 속에 재도약의 날개를 활짝 폈다. 경쟁사들이 앞다퉈 고도화 설비를 확충하는 것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시절을 뒤로 하고, ‘제2고도화 설비(No.2 HOU(Heavy Oil Upgrading))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했다.

고도화 비율은 현대오일뱅크의 오랜 숙제였다. 고도화비율이 높아지면 부가가치가 높은 경질유 생산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배럴당 정제 마진을 크게 개선하고, 자연스럽게 수익이 늘어난다. 그런데 고도화 비율이 낮아 고부가 제품 생산 비중이 낮다 보니 실적 면에서 앞서 나가기 어려웠다. 우여곡절 끝에 2008년부터 ‘제2고도화 설비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그렇지 않아도 투자에 소극적이던 외국계 최대주주가 매각 움직임까지 본격화하면서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오일뱅크의 시설 투자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이익이 나더라도 투자에 인색하던 기존 외국계 주주와 달리 현대중공업그룹은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현대오일뱅크의 ‘퀀텀 점프(Quantum Jump)’를 이루고 말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2011년 제2고도화 설비를 상업가동하면서 17.4% 수준이던 고도화비율을 2배에 가까운 30.8%로 끌어올렸다. 업계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고도화비율이었다.

2015년 초, 현대오일뱅크가 전년도 실적을 발표하자 업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국제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고 처참한 실적을 발표한 정유업계에서 ‘나홀로 흑자’를 발표한 것. 가장 작은 규모에도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등 잠재적인 다크호스가 아닌 시장을 뒤흔드는 게임체인저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합작 파트너와 공조로 신성장동력 확보


2010년 현대오일뱅크에 새롭게 부임한 경영진은 향후 회사를 이끌어갈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열중했다. 정유, 석유화학, 재무 및 회계 등 신규 사업 추진에 필요한 각 부문별 인력을 선발해 경영기획팀을 조직하고 사업 다각화를 위한 신규 사업 인큐베이팅에 착수했다. 매출은 크지만 영업이익률은 낮았던 정유사업 비중을 줄이기 위한 전략적 행보였다.

“석유정제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혁신하면서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을 새롭게 도모해 보자.”

석유화학사업 확대, 오일터미널 진출 등 신성장동력 마련 방안이 다각적으로 도출됐다. 그중 윤활기유 사업이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원유값 하락과 경기 침체, 셰일가스의 영향으로 계속해서 수익이 악화되는 속에서도 정유산업의 실적을 뒷받침해 주는 사업이 바로 윤활기유와 윤활유였다. 윤활유의 기초원료인 윤활기유는 세계 자동차 수요 증가와 환경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시장 확대 추세에 있었다.

사실 예전에도 실무선에서 사업 추진을 계속 건의했지만 최종 의사결정 단계에서 번번이 무산되다가 현대중공업그룹 편입 이후 가시화된 것이었다. 대신 합작사업을 추진해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투자 비용 부담도 덜기로 했다.

합작 파트너를 구하기 위해 먼저 국내 업체를 노크했으나 퇴짜를 맞았다. 오기가 발동했다. 이왕 시작하려면 해외 시장을 상대하자는 현대정신을 발휘해 글로벌 에너지기업 셸(Shell)의 문을 두드렸다. 셸의 생산기술 노하우를 확보할 수 있는 데다 글로벌 유통망까지 활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1년 여에 걸친 협상 끝에 2012년 현대오일뱅크는 셸과 손잡고 현대쉘베이스오일을 설립했다. 현대중공업그룹 편입 이후 최초의 합작사업을 성사시키며 윤활기유 사업 진출의 포문을 연 것이었다. 2014년 8월 윤활기유 생산 개시와 함께 비정유 사업의 성장에도 속도가 붙었다.

김지환 현대오일뱅크 차장은 “글로벌 에너지기업인 쉘과 합작사업을 성사시키면서 현대오일뱅크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도 많이 달라졌죠. 국내업체와의 합작이 불발됐는데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근간에 현대중공업 가족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세계 1위로서 반세기 가까이 하나의 산업을 이끌어 왔다’는 그 자부심이 현대중공업그룹의 뿌리이고, 현대오일뱅크도 그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글로벌 기업과 대등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고 말했다.

윤활기유 사업으로 촉발된 합작사업은 석유화학 분야에서 빛을 발했다. 2014년 롯데케미칼과 합작해 현대케미칼을 설립, 혼합 자일렌(Mixed Xylene: MX) 사업에 진출했으며, 카본블랙(Carbon Black) 사업을 위해 국내 1위 업체인 OCI와 손잡고 2016년 현대OCI를 설립했다.

합작 설립 전략은 주효했다. 신규 사업들이 빠르게 본 궤도에 오르면서 현대오일뱅크는 2017년 영업이익률 업계 1위에 올랐다. 본업인 정유사업에서는 설비 고도화로 효율성을 높이고, 비정유 부문에 활발하게 진출해 사업다각화에 성공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며 종합 에너지 회사로 탈바꿈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현대오일뱅크는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올레핀(Olefin) 제품 생산을 앞두고 있다. 2018년부터 현대케미칼을 통해 올레핀과 폴리올레핀을 생산하는 HPC(Heavy Feed Cracker) 건설에 나섰다.

이 프로젝트에 투자된 2조7000억원 중 60%는 현대오일뱅크가, 40%는 롯데케미칼이 부담했다. HPC의 상업 생산이 개시되면 현대오일뱅크는 여느 석유화학업체 못지않은 석유화학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다. 본격 가동을 앞두고 2021년 9월 시운전을 시작했다.

그룹 미래 ‘친환경 에너지 플랫폼’으로 진화


“2023년부터 본격적인 2세대 화이트 바이오 사업에 진출하고, 바이오 항공유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환경규제 움직임에 맞춰 바이오케미칼 등에도 진출할 것이다.”

2021년 3월 열린 ‘현대중공업그룹 미래 성장 계획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는 미래 친환경 사업으로 블루 수소, 화이트 바이오, 친환경 화학・소재 3가지를 제시했다.

기후변화와 친환경 사업에 대한 시대적 요구에 현대중공업그룹과 현대오일뱅크가 내놓은 해법이다.

앞으로 현대오일뱅크를 ‘정유사’로 단정짓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미 현대오일뱅크는 ‘비전2030’을 통해 2030년 정유업 매출 비중을 45%로 줄이고, 3대 친환경 미래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을 7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최종 목표는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시대에 대비해 재생 가능한 에너지(Renewable Energy: RE), 친환경 화학·소재 사업 플랫폼으로의 전환이다.

가장 앞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은 수소. 현대오일뱅크는 2021년 대산공장에서 수소차 연료로 쓰이는 고순도 수소 생산을 시작했다. 국내 정유사 가운데 수소차용 고순도 수소를 생산한 것은 현대오일뱅크가 처음이다. 2025년까지 블루 수소 20만 톤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소 연료전지 발전 분야에서도 다른 기업과의 협업을 준비 중이다. 수소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별도 설비를 통해 친환경 건축 자재인 탄산칼슘과 드라이아이스·비료 등으로 자원화해 블루 수소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포석이다.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바이오 항공유 등 화이트 바이오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2021년 6월 대한항공과 바이오항공유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블루 수소로 고속도로를 달리고, 바이오 항공유로 하늘길을 개척하고, 에너지 산업의 새 지평을 여는 현대오일뱅크와 함께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도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자료: 현대중공업그룹>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