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임박
통화 질서 재편 앞서 선제적 대응해야
금융 선진국 위해 '원화 역외 거래' 필수
스테이블코인이 세계화 위한 대안 될 것
통화 질서 재편 앞서 선제적 대응해야
금융 선진국 위해 '원화 역외 거래' 필수
스테이블코인이 세계화 위한 대안 될 것

"한국은 세계 6위 무역국임에도 원화(KRW)는 기축통화는 물론 그에 준하는 교환성 통화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법제화는 기존 통화 정책 상 한계나 리스크를 딛고 원화의 국제화를 위한 '통제된 역외 거래'의 테스트배드 역할을 할 수 있다."
블록체인법학회 부회장을 맡고있는 김종승 엑스크립톤(xCrypton) 대표가 지난 18일 열린 '디지털자산 시장 현황과 주요 법적 과제' 학술대회에서 '스테이블코인과 통화정책: 원화의 국제화, 기회인가 리스크인가?'란 주제로 강연하며 한 말이다.
이번 학술대회는 블록체인법학회와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디지털금융법포럼 3개 단체가 공동으로 선보인 학술대회다. 법무법인 광장이 후원사로 참여한 가운데 스테이블코인과 가상자산시장의 세계화, 법인의 디지털자산 시장 참여 등 세가지 주제로 강연과 토론이 이뤄졌다.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는 올 6월 대통령 선거에서도 주요 공약으로 언급됐다. 미국에서도 18일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정의, 발행 요건, 공시 의무 등을 담은 '지니어스 법안'이 의회를 통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비준을 거쳐 법제화되는 것을 앞두고 있다.
김종승 엑스크립톤 대표는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의 국제 표준이 될 법안을 통과시킨 만큼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무역 결제의 본격화가 다가왔다"며 "신흥국에선 이미 결제, 송금은 물론 가치 저장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달러 스테이블 코인이 '비공식 달러화'로서 화폐와 유사한 기능을 할 경우 기존의 중앙은행 중심의 통화 정책, 외환 시장 예측의 실효성 또한 저하될 것이라며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이후를 대비하며 변화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수출액 중 원화의 결제 규모는 182억4000만 달러(약 25조 원)로 전체의 2.7%에 불과했다. 김 대표는 "MSCI(모건 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 지수)에서 한국이 금융 선진국으로 포함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이 역외 외환 시장 부재"라며 "원화의 국제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대안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평했다.
스테이블코인의 전면적인 도입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함께 다뤘다. 김종승 대표는 "통화·외환 정책 실효성 약화는 물론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따라 이중 레버리지나 과거 테라와 같은 '코인 런' 등의 리스크 또한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제도적 안전장치가 없다면 수십 년 동안 유지해온 금융 정책의 틀이 구조적으로 붕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스테이블코인이 현재 제도 상 자산·지급결제수단·유가증권·전자화폐 중 어느 기준에도 명확히 부합하지 않다는 점, 이에 따라 외국환거래법·전자금융거래법·한국은행법·자본시장법 등 여러 법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들어 법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현황과 우려를 종합해 김 대표는 '통제된 역외화 실험'이란 키워드를 제시했다. 발행·소각 정책계약화, 발행 한도 지정, 유동성 공급자 실명제, 환매 대응을 위한 특정 금융기관 지정 등을 통해 환투기, 과잉 유동성 등 리스크를 통제하는 수준에서 제한적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무역, 해외 거래 등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강연 말미에 김종승 대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이미 디지털화 달러로 기능하고 있으며 동시에 달러 패권 질서의 불안정성 또한 커지고 있다"며 "글로벌 통화 질서 재편에 대응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인프라 실험, 제도 개선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