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노는 소유자의 협력과 협조가 있어야만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재난 앞에 돈과 이익에 따라 생각이 분분하니 졸지에 불이라도 나면 현장은 아비규환이고 결과는 망연자실이다.
목숨보다 귀해지는 돈 때문에 시민들은 불편해도 감수하며 살아간다. 이 와중에 국가는 규제를 완화한다고 하니 불법 건축물과 무허가 건물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우후죽순 늘어난다.
누구의 책임이냐 묻기 전에 입주민도 집주인도 정부도 말하기 힘든 여건 때문에 누구에게 따지기도 어렵다. 말이 도시형 주택이지 하나의 큰 건물을 쪼개고 쪼개어 사는 사람에게 편리성은 남의 얘기고 안전성은 가당치가 않다. 거주지의 만족도를 운운하는 것도 능력이 되어야 하는 말일 뿐 당장의 생활고로 허덕이는 사람에겐 그저 노곤함만 풀면 그뿐이니 안전 대책을 생각할 여력이 없다.
관리되지 않는 경제상황에 국민들의 생계형 선택을 제재하기란 어렵다. 또 누가 노크를 해도 고개를 내밀지 않을 만큼 각박한 세상은 재난이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한 푼이 어려우니 보일러도 멀리하고 장판이나 난로를 껴안고 사니 화재 가능성은 높아진다. 그도 모자라 스티로폼이나 비닐종이를 창문에 감싸가며 언 몸을 녹이니 주변은 고립되고 화재에 노출된다.
언론과 전문가들이 안전 불감증을 두고 떠들어 대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고단하고 찌든 일과에 불감증이라 해보았자 얼마나 방심했을 것이며, 안 그래도 곤두서 있는 신경에 죽을까봐 주변까지 꼼꼼하게 따진다면 사는 것은 지옥이나 따로 없다.
편의도 안전도 주시하지 못할 이유는 가난이다. 선택하고 싶은 결정보다는 결정에 불복하여 따라가는 삶이 대부분인 서민들에게 재난은 무서울 것 없는 또 하나의 고난일 뿐이다. 삶 자체가 재난인 서민에게 안전 수칙을 강요하며 시설을 갖추라는 요구는 그 속을 알 리 없는 무책임한 정부와 무능한 담당 전문가들이다.
안전관리를 몰라서 안하는 것도 어려워서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하루하루 생계가 인화점인 서민에게 전소는 당장의 형편이다. 화재의 중요성을 알리기 전에 국민의 심경부터 이해해야 한다.
/김용훈 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