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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무거운 짐 내려놓고(375)]제22장, 최후의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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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무거운 짐 내려놓고(375)]제22장, 최후의 심판

[글로벌이코노믹=정경대 한국의명학회장]

설마 그가 찾아오리라고는 예상조차하지 않았던 참이어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괜스레 가슴이 쿵덕쿵덕 두 방망이질 하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혹시 최서영과 주성수 부부를 폭행한 깡패들을 뒤에서 조종한 범인이 자신이란 걸 알고 왔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렇다고 도망이라도 치면 사실을 인정하는 것밖에 되지 않으므로 만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심호흡을 크게 해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증거가 없는 이상 그가 뭐라 하든 딱 잡아떼면 그만이라 단단히 각오하고는 태연을 가장했다.

그런데 사무실 접견실에 가서 그의 눈을 보는 순간 오금부터 저렸다.

평소의 인자한 눈빛이 아니었다.

입술을 꾹 다물고 쏘아보는 그 눈은 마치 먹이를 낚아채는 보라매 같았다.

그리고 그는 인사할 틈도 주지 않았다.
모골이 송연하고 등에 식은땀이 물을 끼얹듯 쏴-하고 퍼짐과 동시에 두 다리에 힘이 쭉 빠지더니 그 앞에 그대로 털썩 무릎을 꿇고 주저앉고 말았다.

교육장에서 그가 한 번 쏘아보자 여러 명의 깡패들이 나가떨어졌다는 그 이야기가 번개처럼 뇌리를 스쳤다. 그리고 한 마디로 혼비백산해서 무슨 질문이건 잡아떼려했던 그 각오가 모레알처럼 무너져 내렸다.

거기다가 거역할 수 없는 그의 엄명이 먼 하늘의 뇌성을 듣는 듯 우렁우렁하게 떨어져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내 너에게 속죄할 기회를 줄 테니 철민이가 어디로 갔는지 말해라!”

“그.....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소진수는 공포 속에서도 최철민과의 의리를 되새기고는 일단은 잡아떼고 보았다.

하지만 곧 뼈저린 후회가 뒤따랐다.

의리를 지킨답시고 거짓말을 한 대가는 죽음의 공포였다.

잘 모른다는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심장이 찢어져나가는 고통이 밀어닥쳤던 것이다. 그 통증이 얼마나 큰지 아프다는 신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사지가 굳어 가슴을 움켜쥘 수도 쓰러질 수도 없었다.

그 모양을 보는 배영기도 경악해 가슴이 쿵쿵 댔다. 말로만 듣던 그의 도력을 눈으로 직접 목격하고 보니 두려웠다.

여직원은 영문을 몰라 얼굴만 새파랗게 질렸다. 다급히 소진수를 부축해주려 했으나 마음뿐 몸이 움직이지를 않았다.

“너는 지은 죄가 많아서 지금 하늘의 벌을 받고 있으니 이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을 말하면 내가 구원해줄 것이다.”

이번에는 그의 음성이 아주 가깝게 들리는 우레 소리 같았다.

그 말을 들은 배영기는 그제야 자신을 대동한 그의 의중을 개달았다.

스승이 최철민과 소진수를 병신으로 만들거나 목숨까지 빼앗을 각오였던 게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어떤 무기나 손으로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마음의 힘으로 사람을 죽인다는 이 경천동지할 사실을 천하의 그 누구건 믿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증인이 필요해서 자신을 대동했음이 분명했다. 여직원이 있는 사무실 접견실에서, 그리고 하늘의 벌을 받는다 한 말도 다 그 때문임을 알아차렸다.

“마.......말씀드리겠습니다. 서, 선생님! 사.......살려주십시오.”

소진수는 죽을 수도 있다는 그 말이 무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