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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무거운 짐 내려놓고(376)]제22장, 최후의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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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무거운 짐 내려놓고(376)]제22장, 최후의 심판

[글로벌이코노믹=정경대 한국의명학회장]

그냥 해본 소리가 아니었다.
자기 아내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곧 태어날 아이까지 잃게 한 조종자가 자신이고 그 배후가 최철민이란 사실마저 그가 간파하고 있다는 것도 확실히 깨달았다.

그리고 그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아 더 버텼다가는 죽음뿐이어서 모골이 송연했다. 그와 동시에 저 밑바닥에 숨겨져 있던 양심이 전류처럼 치솟아 올라 그에 대한 죄스러움과 후회감이 한꺼번에 덮쳐들었다.

“그럼 말해보아라!”

한성민이 명령하자 소진수는 즉시 일그러진 표정을 편안히 했다. 심장의 통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져 또박또박 말할 수 있었다.

“예, 저에게만 말씀하시고 비밀리에 지리산에 가셨습니다. 지수영이란 분하고 처음 보는 또 한 사람과 같이 같습니다. 한 일주일 뒤에 오신다고 했는데 그 안에 휴대전화는 꺼놓는다 하셔서 지금 연락이 안 됩니다.”

“뭐라 지리산? 그리고 지수영이란 사람하고?”
한성민은 크게 놀랐다.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번개같이 스치고 지나갔다.

최철민의 주변인물 중에서 듣도 보지도 못한 지수영이란 인물을 주목하고 있던 터였다. 그래서 줄곧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는데 지수영이란 이름을 듣는 순간 마치 먹물을 뿌려놓듯 불길한 그림자가 엄습했다.

그리고 이유 없이 초조했다.

급히 서둘지 않으면 세상이 뒤집힐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 천둥소리처럼 전신을 뒤흔들고 가슴이 두근대서 그냥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지리산 어디로 간다 하더냐?”

“예, 저어기..........00 콘도라 했습니다.”

“00 콘도라........그럼 지금 즉시 나와 그리로 가자!”

한성민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결연한 의지의 눈빛으로 명령했다.

소진수는 거역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양처럼 순순히 그의 명령을 따랐다.

배영기는 그가 그만 가보라 했으나 마침 재판에 참석할 일도 없고 해서 같이 가겠다며 운전대를 잡겠다 하였다. 그리고 누군가 한 사람만 더 데리고 가겠다며 양해를 구하고는 김민수한테 전화를 걸어 급히 택시를 타고 고속버스 진입로로 오라하였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를 사태를 기자인 김민수의 눈으로 보고 확인해 기록으로 남길 생각이었다.



00콘도는 남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리산 산자락에 있었다.

덩그렇게 선 건물이 골짜기를 바라보아서 앞이 좀 트이긴 했으나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이고 인적도 뚝 끊어져서 호젓하면서도 황량했다.

거기다가 꽃샘추위가 스산한 솔바람을 타고 어린 듯 으슬으슬 흘러 음산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곳 주차장에 도착한 배영기는 줄지어 선 여러 대의 차 뒤에서도 눈에 잘 띄지 않을 으슥한 데에다가 차를 대놓았다.

그리고 양복을 벗어버리고는 휴게소에서 새로 산 위장할만한 옷으로 갈아입고 모자를 깊이 눌러썼다.

김민수도 그리했다.

한성민은 본래 아무렇게나 입는 옷이라 등산모만 쓰고 소진수는 그대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