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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무거운 짐 내려놓고(380)]제22장, 최후의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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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무거운 짐 내려놓고(380)]제22장, 최후의 심판

[글로벌이코노믹=정경대 한국의명학회장]

다음 날 아침이었다.
소진수는 화장실에 앉아 급하게 메모했다. 짤막짤막하게 중요한 내용을 적고 자신은 최철민과 행동을 같이한다는 글자 끝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최대한 가늘게 쪽지를 돌돌 말아서 안 호주머니 깊숙한 곳에 넣고는 겉에서 쓰다듬어 보았다. 만에 하나 지수영이나 사내가 몸을 샅샅이 뒤진다 해도 손가락에 감각이 가지 않을 정도는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안심하고 밖으로 나오는데 먼저 씻고 기다리고 있던 최철민이 말했다.

“진수야, 아침식사 하러 내려가자.”

오늘이 거사일이라서 그런지 표정과 어투가 상당히 긴장돼있어서 최철민도 두려움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수영과 사내가 문을 열고 나가다가 같이 내려가자며 기다리는 바람에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한 체했다.

그리고 아침식사를 하고난 뒤였다.

소진수는 식사 내내 어떡하든 밖으로 나갈 핑계거리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묘안은 떠오르지 않고 이대로 방으로 바로 올라가면 영락없이 갇혀서 이들과 행동을 같이 해야 하므로 쪽지를 전할 기회가 없을 듯해서 마음이 다급했다.
다행히 자신을 의심해서 몸수색을 하지는 않았으나 특히 사내의 눈초리가 감시하는 빛이 역력해서 섣불리 말을 꺼내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하늘이 도왔을까?

아마 그랬을 것이다.

이들의 경천동지할 음모를 하늘이 두고 보지 않았기에, 그리고 애국가처럼 하느님이 보우했으므로 기회가 저절로 찾아왔다.

적어도 소진수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어이 아우, 방안에만 있으니까 소화가 안 되는데 우리 바깥바람 좀 씌다가 들어가자.”

하고 지수영이 식당 문을 나서면서 그 기회를 주었던 것이다.

“예 형님, 저도 좀 그렇습니다. 출발할 때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 좀 걷다가 올라갑시다.”

최철민이 기다렸다는 듯이 얼른 대답했다.

소진수는 기회는 이때다 싶었다.

최철민 역시 하늘의 힘에 의해서 마다하지 않고 그러자 했을 것이라 믿고 싶었다.

그런데 사내는 밖으로 나와서 별로 내키지 않은 듯 어슬렁거리는 걸음걸이로 맨 뒤에서 따라와서 좀 불안은 했다.

그러나 역시 하늘의 도움이 있었다.

지수영이 상당히 넓은 야외주차장을 몇 바퀴 돌자했던 것이다.

실로 절호의 기회였다.

마침 배영기의 차가 다른 차들의 맨 뒤에 있는데다가 그곳은 꼭 지나쳐야 할 산자락 바로 밑이었다. 그래서 미리 안 호주머니에서 돌돌만 쪽지를 꺼내 손에 쥐고는 일부러 느릿느릿 맨 뒤에서 따라오는 사내보다 몇 걸음 뒤처져 걸었다.

그리고 배영기의 차 뒤에 와서는 무얼 보는 척 슬쩍 고개를 돌려 쪽지를 차바퀴 밑으로 던져 넣었다.

일이 잘 되라고 그러는지 쪽지도 정확하게 차바퀴 밑에 떨어졌다.

이제는 안심이었다.

의심하지 않게 빠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 사내를 따돌리고 두 번째 걷고 있는 최철민의 바로 등 뒤에 바싹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