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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무거운 짐 내려놓고(384)]제22장, 최후의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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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무거운 짐 내려놓고(384)]제22장, 최후의 심판

[글로벌이코노믹=정경대 한국의명학회장]

최철민의 시신을 그대로 둔 채였다.
인적이 끊어지자 황량한 바람의 넋이 버려진 최철민의 몸뚱이를 차디차게 쓸어 가는데 찬란한 별들은 식어진 그 몸을 슬픈 눈동자처럼 측은이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먼동이 터 오르자 푸른 바다 빛 하늘이 펼쳐지고 따사로운 햇살이 어루만지듯 내리는데 미풍은 슬픈 곡조처럼 불어왔다.

“若使民常畏死(약사민외사) 而爲奇者(이위기자)

사람은 언제나 죽기를 두려워하는데 나쁜 짓을 했다고 해서

吾得執而殺之孰敢(오득집이살지숙감) 常有死殺者殺(상유사살자살)

내가 잡아 죽이면 감히 나쁜 짓을 못할 테지만,
잡아 죽일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자(天道) 만이 항상 죽일 수 있는 법

夫代死殺者殺(부대사살자살) 是爲代大匠斲(시위대대장착)

만약 누군가 그(天道)를 대신해 죽인다면

목수를 대신해서 나무를 깎는 자와 같으니,

夫代大匠斲者(부대장착자) 希有不像其手矣(희유불상기수의)

그런 자 치고 손을 다치지 않은 자는 드물구나!”



하였다.



한성민은 처연했다.

금은보화도 시궁창도 무위로 실은 천하의 짐수레처럼 선악을 분별없이 한 마음에 실어 구원의 삶을 살고자 했던 자신의 뜻을 꺾고만 처지가 원망스러웠다.

신령한 그릇인 천하의 도만이 생명을 낳고 기르고 가져갈 수 있는 것을, 아무 권한도 없는 자신이 천도를 대신해 생명을 빼앗았으니 그 업을 어찌해야 할까?

목수도 아닌 자가 나무를 깎다가 몸을 상하는 것처럼, 후일에 입을 영혼의 상처가 두려웠다. 그리 될 것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마지못해 내린 결단이었기는 하지만, 죽일 권한이 없는 자신이 죽임의 권한을 행사했으니 응보는 필연적인 것, 한 마음 한 육신 제물(祭物)이 돼 속죄함이 옳았다.

그래서 그는 처음부터 이미 그리 하리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던 터라 주저 없이 결행하기로 단안을 내렸다. 사랑과 연민 행복과 불행 그 모든 것은 몸똥아리가 있어서 일어나는 법, 육신의 집착을 버리면 사랑의 아픔도 이별의 슬픔도 그리고 세속의 그 어떤 미련도 없을 테니 초연함을 지키면서 얼마간을 아내와 함께 했다.

그리고 어느 날 어둠이 걷히지 않은 이른 새벽에 조용히 일어났다.

최서영은 언제나 긴장한 채 거의 뜬 눈으로 밤을 보내던 중이라 이불을 걷어내는 남편의 기척에 말없이 일어나 앉았다.

드디어 그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남편이 무슨 말을 할 것인지 알고 있기에 슬픔도 괴로움도 안타까움도 없는 담담한 눈길로 남편을 쳐다보았다.

한성민은 그런 아내가 고마워 편한 마음으로 조용히 말했다.

“여보, 당신은 알고 있었을 줄 믿소........... 지금 산으로 갈 생각이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