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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짓는 '음악목수'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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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짓는 '음악목수'의 길

[홍성훈의 오르겔이야기(41)] 음악목수

[글로벌이코노믹=홍성훈 오르겔 바우 마이스터] "뭘 한다구요?"

"네! 오르겔바우요!"
모처럼 만난 사람이 오르겔 얘기를 나누다가 나에게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돌려지면서 물어본 것이었다.

"아 그래요! 그런데 그게 뭔데?"

"오르겔은 파이프오르간을 뜻하는 독일식 단어구요. 바우는 건축을 뜻하는 말입니다."

파이프오르간을 제작하면서 아직은 생소할 수 있는 나의 직업에 대해 궁금해 할 때마다 이런 식으로 자동으로 설명을 덧붙이곤 한다. 그래서 아예 오르겔바우를 우리 한글로 좀 바꿔볼까 생각도 해 보았으나 지금까지 딱히 떠오르는 것도 없어 그냥 놔뒀더니 매번 부연설명이 필요하게 되었다.

독일에서 제작활동을 할 때 동료 한 사람은 오르겔을 소개할 때마다 자신을 항상 '소리 디자이너'라고 말한 것이 생각난다.

웃음을 짓게 하지만 군더더기 없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별명이라고 여겨왔었다. 그것이 새삼 떠올랐다.
언젠가는 멋진 우리식의 이름을 갖게 될 때까지 그 옛동료의 것처럼 이참에 멋진 별명(?)을 하나 가져보면 어떨까 하는 욕심이 생겼다. 나를 나타낼 수 있는 그런 별명을…

처음 독일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할 때다. 이 일을 처음 시작하려고 하던 나에게 마이스터가 내 뱉은 첫마디는 "오르겔 제작을 공부하려면 목수가 먼저 되고 난 후에나 오십시오." 하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대패는 고사하고 못질 한번 제대로 해 본적이 없는 내가 목수는 웬 목수. 그때부터 졸지에 생각지도 못한 목공을 배우기 위해 목수마이스터를 찾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러다 찾아간 한 목공소가 인상적이어서 지금도 기억이 새롭다.

▲인디애나주립대의파이프오르간'피스크'이미지 확대보기
▲인디애나주립대의파이프오르간'피스크'
허허벌판 같은 곳을 헤매다 근처의 집이 하나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무작정 들어가 이 근처에 목수가 있는지를 물어보게 되었다. 집 주인은 내 손을 붙잡고 밖으로 데리고 나가더니 "여기가 바로 당신이 찾는 목공소요!" 하면서 지붕 난간을 가리켰다.

거기 둥그렇게 생긴 아취형의 입간판에는 이렇게 씌어있었다. '예수도 목수였다 목공소' 목공소 간판이 기막히다.

"그래! 예수도 목수였었지!"

세상에서 아름다운 직업이라는 것을 그 목수는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그것 하나로 목수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그대로 묻어나는 듯하였다.

오르겔 제작은 세상의 모든 재료가 전부 필요로 할 만큼 방대하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이 쓰이는 중요부분을 말한다면 두 가지인데, 그 중 하나가 나무다. 거의 40%가 넘게 목재가 사용된다. 그 종류만도 10~20여 가지가 넘는다. 그러다보니 목수기능은 기본이다.

버팀목, 문짝, 케이스틀, 바람상자, 바람창고, 바람터널, 바람조절장치, 메카니즘장치 등 목재가 사용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이것이 서로 상호 작용하여 생명력을 만들어간다.

다른 두 번째는 말할 것도 없이 파이프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주석으로 만들어지는 파이프는 오르겔의 꽃이다. 오르겔 제작가들이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을 하늘의 소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가장 공을 많이 들이는 부분이 이것이다.

▲1780년도에건축된수도원의쌍둥이오르겔
▲1780년도에건축된수도원의쌍둥이오르겔
어떤 금속이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지 숱한 합금의 방법을 수백 년을 연구했다. 결국 주석과 납의 합금이 가장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찾아냈다. 지금 우리가 듣는 파이프소리가 바로 그 소리인 것이다.

이렇게 목재로 이루어진 바람의 생명이 공급되면 비로소 파이프는 파스텔톤의 소리가 음을 만들어 공명을 통해 진동하며 울려퍼진다.

"나무는 태어날 때 가장 아름다운 예술품에 쓰여지기를 바라는 것이 최고의 소망이요, 희망"이라고 했던 어느 일본 목수의 말이 머리 속을 맴돈다.

내 마이스터에게서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내 앞에 있는 이 나무에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갚을까 해서 일자나사로나마 나뭇결에 맞추고 싶네."

'소리와 나무' 이 두 가지를 합한 뭐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생각 하나가 스쳤다.

'음악목수'. 많은 나무를 다뤄야하는 것에서부터 소리를 다루는 파이프오르간제작을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 단어. 그 소리의 높낮음을 바꿔가면서 찬찬히 음미해 보았다.

"그래 깡통과 나무에 살아 숨 쉬는 음을 집어넣는 생명의 목수가 아닌가. 더 이상 볼 것도 없다."

"그래 음악을 짓는 음악목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