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학자 홍대용이 중국에서 오르겔을 처음 견학한 후 100여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한국으로 오르겔이 건너왔다. 오르겔은 그로부터 시대의 격변 속에서도 조금씩 발전해왔다. 그 시간이 또 100여 년 가까이 흘렀다. 한국도 이제는 160여 대의 오르겔을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오르가니스트협회를 포함한 학술단체도 여럿 있다. 오르가니스트들이 오르겔 음악의 미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지만,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는 아직도 탐구중이다.
오르겔이 우리 대중들에게 하나의 문화로 깊이 자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제작가로서 오르겔 문화가 한국 땅에 재빨리 자리매김 하도록 몇 가지 구상을 하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오르겔 100회 음악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100회를 향한 음악회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 모르겠다. 100회면 사실 한 달에 8회, 일주일에 2회꼴이다. 어마어마한 계획이다.
고가의 오르겔을 소유하고 있는 음악 홀이나 성당, 교회에서 연주한다는 것이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뛰어난 연주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라 해도 연주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흔하지 않다.
그러다보니 그 어떤 소리를 내는 악기보다 영적 감흥을 주고 화려하고도 생동감 넘치는 이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 곳을 일반 대중들이 찾아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모처럼 찾아가서 그 생소한 오르겔 음악을 이해하고 감동을 바란다는 것은 마치 외국인들에게 갑자기 판소리를 듣고 추임새가 나오기를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레퍼토리의 부재가 연주자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다른 악기는 이제 웬만한 수준에 다다라 누구라도 한 두 개쯤의 곡은 알고 있다. 그 만큼 친숙하게 대중화(?) 되어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100회 음악회에 1/3은 무조건 한국적 음악을 삽입하여 우리에게 부족한 빈 소리들을 오르겔로 채워 더 완벽한 오르겔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민요, 가곡, 창작, 동요, 궁중음악 등 오르겔로 연주할 수 있는 레퍼토리는 따지고 보면 무궁무진하다.
단지 오르겔의 특성상 유럽에서 공부하고 오는 연주자들이 많다보니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적 음악에 취약하여 우리의 음악을 제대로 연주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번에 하순봉 교수(동아대)가 수제천을 오르겔로 연주할 수 있도록 편곡을 맡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음악으로서의 오르겔이 가야할 첫 디딤돌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그 다음의 계획은 우리의 민요 진도아리랑이다. 한국의 많은 작곡가들이 아직은 오르겔을 제대로 접하지 못했을 뿐이지만 이제 그 가능성을 접하는 순간 새로운 세계로의 자생적 문화적 융성의 빅뱅을 가져올 것이다.
이젠 오르겔 음악으로 우리 민족의 ‘신명’을 다시 한번 일으킬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