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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구] 현대무용가 이윤경 "몸으로 생각하는 거침없는 춤밭의 여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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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구] 현대무용가 이윤경 "몸으로 생각하는 거침없는 춤밭의 여무사"

바람 업고 향기 불러오는 나대지 않는 올곧은 춤꾼


춤으로 뒤틀린 사회 응징도


▲블랙Black
▲블랙Black
이윤경(LEE YOON KYUNG, 李倫炅)은 아버지 이동헌과 어머니 박향서 사이에서 1남(동생) 2녀 중 차녀로 1982년 7월 경북 대구에서 출생했다. 그녀는 대구교대부설초등, 효성여중, 경북예고, 세종대 무용학과, 세종대 공연예술대학원 무용학과 석사를 거쳐, 세종대 일반대학원에서 무용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예술가로서의 경쟁자인 미술계의 실력파 이윤정이 언니다.
예술가들의 삶을 이해하는 부모님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소박하지만 자유롭게 예술을 접하게 된 이윤경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춤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빛나는 청춘을 춤에 헌신하기로 마음먹는다. 연습은 조련이었고, 과정은 수행이었다. 그녀가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법 중 하나는 내게 맞지 않아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그런 그녀의 생각은 성장하면서 점점 바뀌게 된다.

그녀에게 경쟁은 늘 있어온 일, M극장 베스트 레퍼토리 상(2013), KDAF 수료(2002) 및 장학생에 선발되었고, 제34회 동아무용콩쿠르 동상 수상(2004)에 이어 제11회 전국대학무용대회 금상 수상(2004)의 영예를 누렸으며, 춤판과 학업을 오가며 재능과 혜안을 갖춘 춤 연기자로 인정받는다. 그녀는 무리 속의 하나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며 나대지 않는 올곧은 춤꾼이다.

▲블랙Black
▲블랙Black
▲블랙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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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움트는 두릅나무의 강인한 생명력, 여름 장마의 끈질긴 이어짐, 야위어가는 가을 나무의 비움, 겨울을 견디는 풀들의 인내 모두에 존중을 표하는 그녀는 ‘연(緣)’의 소중함을 간직하고 예술의 깊이감에 경외심을 갖는다. 남모르게 큰일을 해치우고, 조용히 사라지는 도덕적 덕목을 소지하고 있다. 바람은 늘 그녀의 편이었고, 그녀는 향기를 불러오는 춤꾼이었다.

이윤경은 경북예고, 인천예고, 단국대, 한양대, 세종대를 거쳐 한양대에서 열강정진하고 있다. 늘 활달하며, 긍정적으로 세상을 관조하는 그녀는 ‘배려’가 몸에 배어있다. 그녀는 독서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그녀의 거침없는 용맹스러운 춤으로의 행보는 열정과 냉정사이의 간극을 헤아리는 부석사 가는 길에 열린 붉은 사과를 닮아있다.

▲신비로운삶,TheMysteryofLife
▲신비로운삶,TheMysteryofLife
▲신비로운삶,TheMysteryofLife
▲신비로운삶,TheMysteryofLife
이윤경은 2014 PADAF 이해준 안무의 『푸른 말들에 관한 기억–말들의 시간』(Time of horse, 2014, 아르코예술 대극장), 끼리댄스페스티벌(2013), 배준용 안무의 『Need』(2013, 아리랑아트홀), 제32회 서울무용제 『율』(2011, 아르코예술 대극장), 미디어 퍼포먼스-『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1, 아르코예술 대극장), 『이상한 카타르시스, Strange Catharsis』(2011, M극장), 밀물정기공연 이해준 안무의 『파르티잔-말들의 시간』(2010, M극장), 제32회 서울무용제 『율』(2010, 아르코예술 대극장)에 참여, 남다른 재능을 보여주었다.

‘삶의 이면’, ‘샤샤 발츠의 안무형식에 나타난 신표현주의’, ‘노인 생활무용 참가에 따른 우울증 및 정서적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 ‘대학교양무용의 교수유형이 흥미도’, ‘친밀감 및 무용소비행동에 미치는 영향’, ‘대학교양무용의 교수유형과 흥미도가 무용소비행동에 미치는 영향’, ‘무용전공대학생의 전공만족도와 취업의식 조사’등에 대한 연구로 자신을 알리기도 했다.
▲신비로운삶,TheMysteryofLife
▲신비로운삶,TheMysteryofLife
▲신비로운삶,TheMysteryofLife
▲신비로운삶,TheMysteryofLife
이윤경은 많지 않은 안무작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높였다. 『블랙, Black』(2013, M극장), 『Adrenalin, 아드레날린』(2013, 교육문화회관), 『블랙 빌, Black Ville』(2014, M극장), 『신비러운 삶, The life of Mystery』(30분‧2014)은 자신의 개성과 현대무용 연구의 현재를 드러내는 작품들이다. 가능성이 충만한 도전적 안무작은 그녀를 남달리 보는 계기가 되었다.

『블랙, Black』(17분)은 선종락, 이윤경 듀엣의 탐구적 춤이다. 현실의 암울함, 불확실성의 어둠에서 빛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은 암흑 속에서 자신이 차지해야할 모든 감각을 열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그리움에 대한 묘사는 장애와 어둠의 대비로 차별화되며, 불필요한 것들을 고요함에 묻은 채 움직이는 자취마다 흔적을 남긴다.

그녀가 골프에서 그린을 정복해 나아가는 심정으로 연습량을 확보하며 안무한 작품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어둠속에서’ 찾아낸 작은 빛, 그녀는 사회성 짙은 작품의 무용화로 현대무용의 전초 기지로 삼고 전초전을 벌이고 있다. ‘블랙’은 어둠이 아니라 장벽을 뚫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희망이다. 그녀는 들장미처럼 조용하지만 그녀의 ‘별것 아님’은 유별이다.

▲아들레날린Adrenalin
▲아들레날린Adrenalin
▲아들레날린Adrenalin
▲아들레날린Adrenalin
『아드레날린, Adrenalin』(20분)에서 현대인들은 자신을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면 생존의 성취감과 스릴을 느낀다. 이때 몸은 즉각 반응하여, 아드레날린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킨다. β-엔돌핀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작용을 한다. 동일 조건이라도 부정적으로 사회를 본다면, 몸에는 정반대의 물질인 노르아드레날린과 아드레날린이 나타난다.

이것은 매우 강한 중독성 물질로써 그 독성은 자연계에서 복어와 뱀의 독 다음으로 강력하다. ‘우리는 멈출 수 없는 성공을 향한 열망, 어쩌면 그 독성에 중독된 것은 아닐까?’하는 데에서 춤의 모티브를 삼은 작품이다. 피할 수 없는 현대인들의 끝없는 경쟁, 그 공간에서의 춤은 더욱 강렬하며 무한 디테일을 수반한다. 그녀는 현대무용의 핵심과제를 성실히 수행한다.

『신비로운 삶, The life of Mystery』(30분‧2014)은 죄악에 대한 무력증을 비판한 작품이다. 현대인들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모든 것을 되돌리려 한다. 인간의 가장 추악한 모습은 자신의 죄를 덮으며 그 누구도 용서하지 않은 자신을 자신이 구원하는 것이다. 그런 삶 자체에 대한 용서할 수 없는 수많은 죄악이 주변에 상존한다. 위선자는 날카로운 혀를 치마 속으로 숨기며 아우성치며 울부짖는다. 나약한 존재에 대한 권력의 남용 뒤에 숨겨져 있던 폭력성과 잔인함이 뒤따른다. 오만과 탐욕, 본능이 서로 엉켜 불꽃을 일으키며 추악한 모습 이전으로 복귀하고자 한다.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이윤경은 춤으로 뒤틀린 사회를 응징한다. 그녀의 ‘신비로운 삶’은 이해할 수 없는 사회의 속성이다.

▲아들레날린Adrenalin
▲아들레날린Adrenalin
▲아들레날린Adrenalin
▲아들레날린Adrenalin
이윤경은 명랑한 자신의 성격과 다르게 『블랙』, 『아드레날린』, 『블랙 빌』(『블랙』의 다른 버전), 『신비로운 삶』에서 보여준 병든 사회에 대한 안쓰러움, 약자와 소외자에 대한 따스한 시선은 그녀의 춤 철학의 건강성을 입증하는 것이며, 앞으로의 그녀의 춤이 사회적 이슈와 연결되어 진화를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되기에 믿음을 준다.

이윤경, 어두운 거리를 나서며, 늘 빛의 구원자를 찾고 있다. 그것은 사람일 수도 있고, 물질일 수도 있다. 큰 뜻, 작은 걸음들로 사선(斜線)에 선 그녀는 비상을 꿈꾼다. 그녀는 고즈넉한 주산지의 고목과 빠른 호흡으로 도시를 오가는 차들의 흐름을 간파해 낼 수 있다. 현대는 그녀를 수용했고, 현대무용의 거친 물결 속에 기꺼이 자신을 던질 수 있는 무용가다.

/장석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