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과 실상은 많은 거리가 있는데 때로는 하늘과 땅, 때로는 순간이라고 불리는 찰라만큼 일지라도 반드시 거리가 있다. 이 자주색도 마찬가지다. 적색과 흑색을 빛으로 합하거나 색료로 합하거나 어느 방법을 쓴다고 해도 자색은 될 수 없다. 임의로 빨강에서 검정으로 가는 도표를 그리다 보면 억지춘향으로 자주가 나오긴 한다. 오행이론은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니 필자는 그냥 물쟁이로서 자주, 보라를 염색하는 법을 이야기 하려 한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던 자주색 염재는 자초, 소목, 군소 조개 등이다. 자초는 식물의 뿌리이고 소목은 나무의 심재, 군소는 검은 보라색 먹물을 가진 껍질이 없는 연체동물인 해산물로 경상도에선 군소조개라 부른다.
자초로 물들인 자색은 소목으로 물들인 것보다 색이 맑고 밝다. 40여 차례 물들이면 푸르고 붉은 빛이 도는 기품 있는 자주색이 된다.
소목으로 철 매염을 하면 검은 빛을 띤 자주가 되고, 동 매염을 하면 푸른빛을 띤 자주가 된다. 소목은 물이 잘 드는 대신 색이 잘 빠지므로 적어도 열 차례 이상 새로운 염료로 염색하는 공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런 다음 수 십 차례 행구고 마지막엔 삭힌 풀로 다듬이를 하여 사용하면 색이 묻어나지 않는다.
군소조개는 자색이라기보다는 푸른 빛이 많고 색상의 견뢰도와 색감이 떨어진다.
한편 쪽이나 잉물은 남색이 짙어지면 붉은색이 얹힌 듯 보여 양색이 진다고 말하는데 이것을 청보라색이라고 부르며 상노인들은 이 색을 최상의 색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