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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알밤의 껍질 색 같은 류황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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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알밤의 껍질 색 같은 류황색

[염장 김정화의 전통염색이야기(49)] 류황색(騮, 駵黃色)

[글로벌이코노믹 김정화 전통염색 전문가] 살면서 우리는 "듣도 보도 못했다"는 말을 가끔 한다. 류황색이란 단어를 보았을 때 정말 그랬다. 오방정색의 상극방향을 합한 색을 오간색이라 하고, 오간색중에 류황색은 검정과 노랑을 섞은, 그 둘을 합한 색이다. 노랑과 검정을 섞는다면 검정이 아니면 녹두색 정도이니 류황색의 실체 값을 정의하기가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 책, 저 자료 다 살펴보니 류황색의 한자 표기가 硫, 騮, 騮, 다양하게 쓰여지고 있었다.

硫는 류황 유, 騮, 騮는 월따말, 절따말 류 자이다. 국어사전은 월따말을 털빛이 붉고 갈기가 검은 말, 절따말은 적다마(赤多馬)로 풀이하였다. 유황의 색은 녹미를 띤 노랑이니 녹색과 유사 색으로 억지풀이가 될 일이어서 유황색은 아니라고 진즉에 미련은 버렸으나, 월따말이 무엇이며, 그 색 또한 정확하게 어떠한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도대체 류황색을 어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해 오랜 시간 고심하다가 제주 표선면 성읍리에서 노인 목부(제주방언으로는 말테우리라 함)에게서 월따말의 실체를 들을 수 있었다. 말테우리 어른의 말씀은 월따말은 모르겠고 '월라말'은 있다면서 그 색은 밤색, 붉은색이 도는 갈색의 말이라고 하였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잘 익은 알밤의 껍질 색 정도로 비유해 주었다.

빨강, 노랑, 파랑, 검정, 하양인 오정색은 서양의 색체이론과도 잘 들어맞아 현대인들도 너무나 이해가 잘 되는 논리이지만 오간색은 잘 설명하지 않으면 그 논리를 이해하기 어렵다. 필자는 오행에서 서로 상생이 되는 색을 빼고 상극이 되는 색을 오간색으로 한 것은 양의 색인 오정색과 짝이 되는 음의 색를 배치한 것이 그 이유라고 본다. 이글을 쓰면서 다시 정보 검색을 해도 역시나, 그 많은 학자 분들이 하고 있는 류황색의 정의가 이십년 전 그 자리에 머물고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우리말로 하면 류황색은 갈색, 밤색이다. 월따말이 알밤색이라 하여 류(騮, 騮)라는 한자어에만 매달리면 붉은 말은 자주색과 유사색이 되니 그 또한 이치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노랑에 검정을 합한 색이 붉은 끼가 돌 수는 없다. 즉 우리말로 누르다, 누렇다가 류황이다.

실상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자연의 색이 이 갈색이다. 식물의 시작은 하얀 씨눈이나 식물의 끝은 갈색이다. 죽음으로 가는 색이 갈색이다. 자연 상태에서 죽음이란 서서히, 천천히 나아가는 것, 모든 기운을 줄여가는 것, 그래서 우리는 갈색을 보면 평안해지는 것이다. 오정색이 양의 색이고 오간색이 음의 색이라는 절대적인 논리에 비해 현상은 절대적이라기 보다 상대적이다. 갈색이 류황색이라는 것은 우리 삶의 현장에서도 지극히 당연하고 합당한 말이다. 노랑도, 빨강도, 파랑도, 검정도, 하양도 아닌 정말 온전히 특별한 이 갈색이 오방색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논리의 허망함에 우리는 얼마나 절망을 느꼈으랴!

갈색은 지천으로 널렸고, 그 염색법 또한 가장 쉽다.
모든 나무의 수피는 갈색으로 염색된다. 도시인들이 가장 값싸게 구할 수 있는 염재는 계수나무의 껍질인 계피이고 느릅나무, 후박나무, 소나무, 오리나무, 정향, 회향, 망개나무들의 뿌리와 수피는 무조건 갈색이다. 이보다 더한 갈색 염료가 있으니 감물이다. 감물은 무조건 갈색으로 발색되어 천이 낡아 죽을 때까지 갈색으로 살다 간다.

/글로벌이코노믹 김정화 전통염색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