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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즙은 색상과 물성 활용한 섬유 강화가 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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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즙은 색상과 물성 활용한 섬유 강화가 강점

[염장 김정화의 전통염색이야기(50)] 류황색Ⅱ

[글로벌이코노믹 김정화 전통염색 전문가] 두 가지 색을 합한 것이 오간색이라 하는 것은 관념적인 논리다. 염색에 있어서 류황색은 흑과 황을 복합한 것이 아니다. 실제 염색을 할 때 염장은 두 가지 염료를 섞어서 염색을 하지 않는다. 두 가지 염료로 염색할 경우 한 가지 염료로 염색을 끝내고 그 위에 다른 염료로 덧 염색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모든 염료는 각기 다른 물리적·화학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다. 저마다의 특성에 맞는 염료 용출법, 침염시간, 적정 매염제의 종류가 달라 각기 다른 공정을 거친다. 두 가지 염료를 한데 섞어 물들이면 서로 다른 염료가 제대로 발색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렵다. 그 결과 먼저 발색된 색이 나서고, 반응이 늦은 염료는 자신의 본색을 감춘다. 때문에 두 가지 염료를 합하여 염색한 것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변색되거나 퇴색이 심하다.
류황색은 갈색계통이고 갈색으로 발색되는 염료는 정말 많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감물로 감물염색은 쪽 염과 견줄 만큼 견뢰도가 좋다. 채록을 다닐 때 고기 잡는 그물, 새로 지은 집의 기둥이나 서까래에 감즙을 칠했다는 말은 많이 들었으나 기록이나 실물자료를 본적은 없다(출토복식이 있다고 하나 보지 못했다).

하지만 '해행총재'를 보면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도료로 사용했다고 한다. '사신들이 머무는 숙소와 복도의 모든 나무가 옻칠이 되어 있어 옻나무가 어디서 재배되는지 보고자 하니, 이것은 옻이 아니고 감물이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옻칠대용으로 감즙이 사용된 것이다.


감물은 직물의 표면과 섬유내부에 쉽게 흡착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별다른 매염처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러한 흡착, 결합성은 섬유를 강하게 하므로 염색공정으로 직물이 손상되는 일을 방지해 주며 오래 사용하는 나무, 종이, 밧줄 등의 도료로도 그 이용가치가 높다.

학계에서는 감즙에 함유된 탄닌이 이러한 성질을 갖게 한다고 하나 이는 맞는 말이 아니다. 탄닌이 그러한 물성을 갖게 한다면 탄닌산 처리를 한 직물에 여타의 염료로 염색을 해도 같은 결과가 있어야 하나 필자의 다양한 실험결과는 그게 아니었다.

그 일에 골몰하던 때, 그 꼴을 보시던 어머닌 말했다. “고건 고놈의 성질이 그러니까 그런 게야. 타고난 성미니까. 남자와 여자가 모양만 달러? 성질이 달러, 성질이 다른 것은 연구만으로는 안 되는 거야. 몰라, 고것만 연구하다 보면 알아질 날이 있겠지. 니는 맨날 그런 쓸데없는 일에 힘을 다 빼는 게 문제야. 감은 고 성질이 본디 그래서 그런 것이야!” 아직도 확실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 이 부분은 학계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감즙은 점성이 뛰어나고 햇볕으로 발색이 되므로 매염제가 필요 없다. 염료로 쓰려고 할 때는 열매가 익기 전, 당분함량이 낮을 때에 착즙해야 하고 발효가 일어나기 전에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발효가 일어나면 점성이 떨어져서 섬유는 부드러워지나 탈색이 쉽게 된다. 최근 품종 개량된 단감, 반시, 대봉감 등은 수분과 당분의 함량이 높아 본래의 감즙 염색이 가진 장점을 잘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개량품종으로 착즙할 경우 8월초 까지가 적당하고 그 이후엔 당분 때문에 염료로 한계가 있다. 이렇게 개량된 감으로 염색할 경우 섬유가 부드러워지는 강점도 있으나 이 경우 감즙이 가진 단단한 물성을 활용할 수 없으므로 변색이나 퇴색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 이러한 갈색은 굳이 감이 아닌 계피나, 밤껍질, 도토리, 나무수피 등으로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고 견뢰도가 더 좋다. 감즙은 색상 뿐 만이 아니라 그 물성을 활용하여 섬유를 강화하는 것이 최고의 강점이다.

/글로벌이코노믹 김정화 전통염색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