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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고수’ 정몽진 회장, 사업 B2B에서 B2C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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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고수’ 정몽진 회장, 사업 B2B에서 B2C로 확대

[허은숙의 CEO캐리커처] 정몽진 KCC그룹 회장

정몽진 KCC그룹 회장 캐리커처=허은숙 화백이미지 확대보기
정몽진 KCC그룹 회장 캐리커처=허은숙 화백
[글로벌이코노믹 노정용 기자] KCC의 홈페이지를 클릭하면 ‘KCC는 모래에서 석유를 캐낸다?’ ‘KCC는 차돌에서 기름을 뽑는다?’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뜬다. 전자는 단열재로 단열효과를 강조하는 문구이고, 후자는 KCC의 실리콘 기술을 강조하는 문구이다.

건축자재 전문기업 KCC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막내 동생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만든 기업이다. 정몽진 회장은 정상영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지난 2000년 회사를 이어받아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KCC는 주로 건설 회사들이 건축자재를 구매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낯설었다. 하지만 정몽진 회장은 몇 년 전부터 일반 소비자에게로 다가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홈씨씨인테리어 전시 판매장을 오픈하고 인테리어 플래너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B2B기업(기업 간 거래)에서 B2C기업(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정 회장이 이렇게 기업의 이미지를 바꾸어 가면서 소비자를 직접 대상으로 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두 가지 목적이 있어서다. 하나는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그룹성장이 정체기미를 보이고 있고, 다른 하나는 홈쇼핑이나 온라인쇼핑몰, 전문매장 등을 통해 직접 인테리어 자재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KCC는 소비자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기 위해 수도권, 영남, 호남 등 전국 각지에 인테리어 브랜드인 홈씨씨인테리어 일반 매장과 30여개 플래그십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또 경력단절 여성들을 인테리어 플래너로 채용해 인테리어 견적에서부터, 계약, 시공, 사후서비스(AS)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게 하고 있다. 방송이나 광고를 통해 홈씨씨인테리어를 꾸준히 노출시키는 것도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한편 지난해 제일모직이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할 때 가장 주목을 받은 당사자는 삼성에버랜드를 소유한 이씨 일가가 아니라 정몽진 회장이었다. 정 회장은 지난 2011년 12월 삼성카드가 갖고 있던 비금융계열사 삼성에버랜드 주식 2125만주를 인수해 상장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그동안 삼성에버랜드(제일모직) 이외에도 만도, 현대자동차 등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내며 ‘투자 고수’로 통하고 있다. 그가 본격적으로 주식투자에 나선 것은 지난 2003년부터다. 당시 2560억원 상당의 단순 수익증권을 팔아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등 범현대 계열사 지분을 사들였고, 대박을 터트렸다. 현대중공업 주식의 경우 10배 이상 차익을 올렸고, 현대엘리베이터 투자에서도 경영권 분쟁 이슈로 주가가 단기간에 10배나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진 회장이 삼성에버랜드에 이어 또다시 증권가에 회자되고 있다. 얼마 전 공시를 통해 최근 급락한 현대중공업 주식을 매입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범현대가 지원이냐, 순수 투자목적이냐 하는 논쟁을 벌였지만 정몽진 회장의 현대중공업에 대한 투자는 그 이유를 차치하고 ‘신의 한수’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그이기에 그 결과가 주목된다.
정몽진 회장은 세상에 주식투자의 고수로 더 많이 알려졌지만 건축자재기업 최고경영자(CEO)로서 실리콘 사업에도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990년대 초부터 유럽과 러시아, 중국에 있는 실리콘 공장을 찾아다니며 실리콘 기술을 두루 익혔다. KCC에서 실리콘 사업의 기초를 닦은 주역도 사실 그였다.

KCC 실적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것도 이 덕분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KCC 정몽진 회장.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실리콘의 상업화에 국내 최초로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혁신·가치혁신·경영혁신으로 소비자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되길 기대해본다.
노정용 기자 no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