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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학교, 최고의 아이들(43화)] 나는 천생(天生) 선생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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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학교, 최고의 아이들(43화)] 나는 천생(天生) 선생인가 보다

나는 천생(天生) 선생인가 보다.

아이들을 바라보면 지난 시절의 내 모습이 떠오르고, 그 모습들에 감추어졌던 아쉬움들을 다 바로잡아 주고 싶으니 말이다. 이러한 생각은 선생을 떠나 부모나 친구도 지인들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교직의 특수성 측면에서 바라보면 아이들을 바라보는 선생의 참 모습이 아닐까 착각 아닌 착각 속에 살아간다.
나는 천생(天生) 선생인가 보다.

천생(天生)이란, ‘[명사] 하늘로부터 타고남. 또는 그런 바탕, [부사] 1. 타고난 것처럼 아주, 2. 이미 정하여진 것처럼 어쩔 수 없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늦은 나이에 아이들과 만나 때론 웃고, 때론 울며, 때론 짜증내며, 때론 회의를 느끼는 그런 나의 교직 생활을 돌아다보는 시간이 참 소중하게 다가온다. 뜬금없이 무슨 이야기인가 궁금증이 증폭되지 않는가?

2015년 싱그런 5월의 6번째 날.

60명의 아이들과 함께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6일부터 8일까지 2박 3일 동안 현장체험학습을 제주도 일대로 다녀오는 일정이다. 초등학교 시절 수학여행을 제주도로 다녀왔다며, 다른 지역으로 출발하자던 아이들과의 회의를 시작으로 가정통신문 발송에서 각종 서류 작성까지 준비 과정은 다 필요 없는 시간이 되었다.

‘출발’, ‘떠남’, ‘비행기’, ‘푸른 바다’, ‘귤’, ‘노래방’, ‘간식’, ‘숙소’ 등 아이들은 들떠 있었다. 여기저기서 질문세례다. 정신이 없다. 광주공항에 도착하여 티켓팅과 수하물을 보내고, 탑승 수속까지 마쳤다.
대다수의 아이들은 비행기를 타고 국내여행이나 해외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다. 그러나 그들 중에 이번 비행기 탑승이 처음인 아이들은 긴장하고 있는 눈치다. 비행기 탑승 수속이 마냥 재미있는 모양이다. 화장실을 들랑날랑 하면서 친구들과 무엇이 좋은지 수다가 대단하다.

나는 천생(天生) 선생인가 보다.

이런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린 시절 비행기는 생각도 못하고, 바로 위의 형과 기차를 타고 서울로 향하던 그 시절의 설렘이 떠올랐다. 지금은 기차도 고속열차가 생기고 비행기는 기본으로 마음만 먹으면 타는 세상이 되었음에도 마음 한 구석이 아파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박여범 용북중 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
박여범 용북중 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
그러나 아이들이 살아가는 삶의 여정에서 만나게 되는 기쁨도, 슬픔도, 아픔도, 치유도, 다 우리 아이들의 몫이다. 누가 우리 아이들의 삶을 대신할 수는 없다. 옆에서 지켜보며 바른 성장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번 수학여행도 우리 아이들이 걸어가야 할 하나의 길이다. 세월호에 남겨진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그들도 지금 우리 아이들처럼 해맑게 웃고,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제주도로 향했을 것이라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들이 일어나지 않길 기도한다.

나는 천생(天生) 선생인가 보다.
박여범 용북중 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