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금액은 2000억 엔이다.
지방은행과 생명보험 등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수요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애플의 이번 채권 발행이 성공하면 2007년 미국 씨티그룹이 2700억 엔어치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한 이후 가장 큰 규모가 된다.
일본 채권발행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애플의 높은 신용도로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그 정도의 돈을 쉽게 마련할 수 있다.
애플 회사채의 신용등급은 'AA+'로 최상급이다.
여기에는 나름의 두 가지 사연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첫째가 금리다.
일본은 수년째 제로금리를 이어가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일본은행이 앞장서 양적완화라는 이름 아래 기업의 채권을 마구 사들이고 있다.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으로서는 소화하기가 일단 쉬운 것이다.
무엇보다도 조달금리가 싸다.
애플은 이 조달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본에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다.
깍쟁이 애플다운 발생이다.
엔화 채권은 미국 달러화 채권보다 조달금리가 약 1%포인트 낮다.
또 미국은 연내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지만 일본은 그 반대로 추가 양적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일본 금리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이 일본에서 사무라이 본드를 발행하는 두 번째 이유는 투자 전략과 연관이 있다.
조달한 돈의 상당액을 일본에서 사용하기 위해 일본에서 조달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쓸 돈이기 때문에 사무라이본드로 일본 엔화를 조달하는 것이 환수수료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세계가 주목하는 것은 일본에서 조달하는 일본 돈으로 무슨 사업을 벌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애플은 그 용처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일본에서의 사업이라고만 언급하고 있다.
일본에서의 스마트 폰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데 쓰일 수도 있다.
일본은 삼성전자가 건재하고 있는 한국에 비해 애플에 대한 견제가 훨씬 덜한 편이다.
굳이 스마트 폰이 아니더라도 이번 사무라이본드는 애플이 본격적으로 일본에서 뿌리를 내리는 데 필요한 실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애플의 일본 사무라이본드 발행은 금융시장의 소식이기도 하지만 정보기술(IT)에서의 중요한 움직임일 수도 있다.
김대호 연구소 소장/경제학 박사 tiger8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