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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자존감 높이는 '이부진 스타일'이 호텔신라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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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자존감 높이는 '이부진 스타일'이 호텔신라 경쟁력

[이승우와 함께하는 변화혁신(18)] 자존감을 높이는 조직문화가 기업을 살린다

리더의 역할은 존중받고 싶어하는 구성원들 다독이는 것

단순한 부속품의 역할보다 성공의 보람 만끽하게 해줘야
지난 10일 관세청의 면세점특허심사위원회가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자를 발표했다. 7개 대기업이 벌인 대형 면세점 입찰경쟁에서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회사인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가 선정되었다. 관광활성화 정책과 함께 향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도 불리는 사업이었기에 진행 과정에서 매우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발표 결과와 함께 많은 언론으로부터 주목 받은 사람이 있었다. 바로 호텔신라의 이부진 사장이다. 기업의 사활을 건 비즈니스 전쟁터에서 그녀가 던진 하나의 메시지가 긴 여운을 남겼다. ‘사업 선정이 잘 되면 당신들 덕, 떨어지면 내 탓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최고경영자(CEO)로서 직원들에게 듣기 좋은 말 한마디를 했다고 볼 수도 있다. 결과가 실패로 끝날 가능성도 있기에 그간 고생한 직원들에 대한 격려의 표현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 발표를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부진 사장이 던진 메시지는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바로 ‘자존감’이다. 성공적인 결과의 공(功)은 직원들에게 돌리고, 실패한 결과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진다는 당당함을 내비쳤다. 그녀의 말을 전해들은 직원들이 어떤 마음으로 마지막 결과에 임했을지는 능히 짐작이 간다. 그들 모두는 호텔신라의 주인이 된 마음으로 결과 발표를 기다렸을 것이다. 성공의 결과가 자신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얻어진 것임을 CEO로부터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업의 수익향상만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부속품의 역할이 아니라 자신들이 노력한 대가로 얻어지는 성공의 보람을 만끽하는 주인공이 된 마음이었을 것이다. 결국 이부진 사장의 메시지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직원들이 스스로를 귀하게 여길 수 있는 마음을 불러일으킨 최고의 힐링이 되어주었다.

자존감은 말 그대로 스스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자신이 살아가는 가치를 깨달음으로써 스스로가 주인 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불러일으킨다. 자신을 귀하게 여기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상사와 부하, 동료와의 형식적인 관계에서 각박한 하루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조직문화가 필요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러한 조직문화의 형성은 기업의 경영성과를 이끌어내는 리더십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기업경영에서 위기 상황은 늘 찾아온다. 예측하지 못한 돌발적 상황으로 인해 극도의 긴장과 불안 상태에 놓일 수도 있다. 문제는 경영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어려움을 어떻게 돌파해나갈 것인가에 있다. 회사가 힘들다고 해서 직원들을 벼랑 끝에 몰아세우고 희생을 강요할 것인가, 아니면 직원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주인 의식을 갖도록 격려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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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의 마음 속에는 누구나 존중 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이 욕구가 채워지지 않거나 행여나 상처라도 받게 되면 평소와는 다른 비정상적 행동이 종종 드러난다. 때로는 동료의 사소한 실수에 지나치게 화를 내거나 상사의 지적에 과도하게 위축되어 무기력에 빠지기도 한다. 심지어는 자신을 ‘왕따’시키고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목소리에 괴로워하는 직원도 있다. 좀 잘해보려고 무리수를 두다가 더 일이 꼬이는 경우도 생긴다. 회사에서 이러한 부정적 기운을 만들어내는 주범이 혹시 리더라고 자처하는 내가 아니었을까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자존감은 그저 개인이 갖는 감정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조직문화에 배어있는 자존감의 공감대는 기업 전체의 긍정적 에너지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나를 존중하는 자존감을 높이는 동시에 다른 사람의 자존감도 지켜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더구나 조직의 리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는 조직 성과를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경영 성과의 관점에서 볼 때 직원들의 자존감을 최고로 높여주고 있는 기업은 바로 ‘구글’이 아닐까 싶다. 구글의 조직 문화에서 묻어나는 자존감의 키워드는 바로 ‘자유’와 ‘책임’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와 같이 구글의 직원들이 회사에서 갖는 자유의 범위는 전통적인 기업의 그것과는 많이 달랐다. “직원의 자유 보장이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낸다”라고 했던 라즐로 복 구글 인사담당 수석부사장의 표현이 의미심장하다. 직원들 스스로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것은 각자의 개인이 갖고 있는 자존감에 대한 신뢰이기도 하다. 또한 이를 통해 모든 직원들의 공감대를 얻고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회사 안에 놀이시설을 만들고 노는 시간을 보장한다고 해서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직원들의 내면에 잠재된 자존감을 높여줌으로써 스스로 생각하고, 몰입하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훌륭한 동기를 부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자존감이 높은 직원들이 좋은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많은 이유는 바로 ‘책임’에서 찾을 수 있다. ‘책임’을 느낀다는 말은 곧 자신이 맡은 일의 결과를 예측하고 이를 대비한다는 의미가 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이 맡은 일이 쓸데없이 무의미하게 끝나는 것을 절대로 바라지 않는다. 뭔가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에 몰두하게 되고 그 결과가 좋으면 자신의 보람도 더 커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설령 결과가 잘못되더라도 다시 일어서서 도전하는 의욕과 용기를 발휘한다. 일의 성과가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자유를 줄 테니 결과를 내놓아라”라고 표현되는 구글의 기업문화에서 볼 수 있듯이 자유를 누리는 만큼 결과에 대한 책임도 피할 수는 없다. 따라서 어차피 해야 할 일에 억지로 끌려다니며 불만을 쌓기보다는 일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갖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리더의 핵심 역할은 이렇듯 ‘자유에 따른 책임’을 이행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구현하는 것이며 이는 곧 직원들 각자의 자존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이승우 변화혁신연구소장
이승우 변화혁신연구소장
‘잘되면 직원들 덕, 잘못되면 내 탓’, 치열한 경쟁의 순간에 나온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의 메시지가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에 어떤 상승효과를 가져오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주식시장은 대형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결과에서 얻게 될 기대수익으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CEO가 지향하는 조직문화가 직원들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방향으로 맞춰질수록 이는 기업이 원하는 성과를 위한 거대한 무형자산을 쌓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은 결국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일하는 공동체다. 리더는 이 공동체의 수레바퀴를 원활하게 움직여가기 위한 원동력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사람이다. 명쾌한 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바로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 속에 잠재된 자존감을 일깨우고 이를 조직문화에 제대로 녹여내어 공감대를 넓혀 나가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존중 받고 싶어하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기 때문이다.
이승우 변화혁신연구소장(www.ci21.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