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돌아다보면 ‘부끄럽고, 창피하고, 당장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정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내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쌤, 왜, 우리 3학년은 기사를 써 주시지 않는 거예요? 저희들도 기사 써 주세요. 1학년, 2학년 아이들의 이야기가 신문에 실리는디, 우리 3학년 이야기만 없잖어유. 미워용.”
“쌤, 아녜요. 저희 2학년도 아직 많은 이야기가 있잖아요.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 갈 것이고요. 글구, 가장 치명적으로 우리 글을 써 주셔야 하는 이유가 있잖어유. 바로 울 담임 쌤이잖어유. 사랑혀유. 쌤. 하트 팡팡.”
어렴풋이 떠오르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아이들은 이제 자신들의 학교생활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나 보다. 작년 이맘때쯤으로 기억된다. 아이들의 학습활동이나 체육활동, 점심시간의 친구들과 놀이 활동, 동아리 활동 등등에 카메라를 들이대면 부담스러운 듯이 고개를 숙이거나 얼굴을 가리기 바빴던 친구들이다.
지나온 1년이 나에게도 변화의 바람을 가지고 왔다.
어찌 보면, 그저 그렇게 흘러 보낼 수 있는 아이들과의 학교생활이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도 다 추억거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보잘 것 없는 나에게 주신 또 하나의 선물이라 생각하며, 조금 더 아이들과 잔잔한 ‘사랑 나눔’을 통해 그들의 성장과 미래에 초석이될 수 있길 기도한다.
이렇게 감히 당찬(?) '시골학교, 최고의 아이들'을 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아이들이다. 그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의 삶이 교육현장이고, 미래이고, 우리들의 꿈이다. 맑고 밝고, 티없이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이 어디 나 하나의 그것에 그치겠는가. 사랑하는 부모님과 친구들,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모든 이들의 바람으로 우리 아이들은 튼실하게 자라날 것이다.
나의 소박한 소망은 바로 하나다.
활짝 핀 해바라기처럼 늘 웃으며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진정, 아이들이 있어 행복한 국어교사 민초 박여범이고 싶다. 게으름 피지 말고, 또다시 내 자신을 돌아다보고 미래를 향해 달려가련다. 아이들이 기다리지 않는가. 모르긴 해도, 다가올 미래는 분명 ‘맑음’이다.
이 학교에서 퇴임하는 그날까지, 아이들을 바라보며, 아이들이 아파하지 않고, 지혜롭게 세상으로 나갈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미력한 나의 길을 함께 걸어가련다.
박여범 용북중 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