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데팡스는 파리의 서북쪽 지역에 위치한 신도시로, 옛 파리의 도시 모습에 현대적 감각을 더하여 만들어진 곳이다. ‘야외 박물관’, ‘센강의 맨하튼’이라는 별명을 가진 문화 상업지구 라데팡스.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 새롭게 건설된 야심찬 신시가지, 그 이상의 기능과 의미를 품은 라데팡스를 가능하게 한 진짜 비결은 무엇일까.
이 원칙은 물리적으로는 루브르 박물관-카루젤 개선문-튈르리 공원-콩코드 광장-샹젤리제 거리-에투알 개선문을 잇는 연장선상에 라데팡스가 존재함을 뜻한다. 16세기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이 중심축을 20세기 새로운 도시 설계에서도 이어가고자 한 것이다. 1989년 7월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기념하여 덴마크 건축가 스프레켈슨(Johann Otto von Spreckelsen)이 디자인한 라데팡스의 신개선문 '그랑스 아르슈(Grande Arche)'는 이 역사적 중심축의 일직선상에 세워진 랜드마크다. 하지만 파리와의 물리적 연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옛 파리와의 정신적 연결이었다. 아름다운 문화, 유구한 역사와 예술적 가치, 낭만과 여유가 깃든 파리의 정신을 계승한 신도시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152만661㎡(46만 평)의 드넓은 부지, 반짝이는 대형 고층건물들, 압도적인 스케일의 신개선문…. 라데팡스에 가면 처음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다. 어느 미래 도시에 발을 내딛은 것 같지만 조금만 더 둘러보면 녹지와 예술작품이 곳곳에 보인다. 자칫 차가워 보일 수 있는 미래형 건물들 사이에 놓여있는 재미있고 독특한 조각품들이 따뜻함을 선사한다. 라데팡스에는 총 69점의 공공미술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기능적으로는 파리 도심을 보완하면서도 역사성과 예술성을 잃지 않은 모습이다. 첨단 건물과 예술조각품이 함께 어우러져 하나의 거대한 전시장이 된 라데팡스는 몇 백년 전의 파리가 간직한 아름다움을 새롭게 재탄생시킨 20세기 버전의 파리다. 광장에서는 다양한 음악회와 퍼포먼스 공연이 펼쳐지고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베르나르 브네(Bernar Venet), 세자르 발다치니(Cesar Baldaccini), 후안 미로(Joan Miro),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 등 세계 여러 작가들의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는 거대한 야외 문화공간인 것이다.
라데팡스는 미학과 기능의 완벽한 조화가 돋보이는 도시 계획을 이루어낸 예시로 평가된다. 건축, 미술, 도시 설계를 공부하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라데팡스. 이 훌륭한 도시 디자인의 중심에는 역사와 예술의 계승이라는 강력한 정신이 깃들어있다. 새로우면서도 예술도시 파리의 숨결을 잃지 않은 신도시를 건설하고자 했던 정부와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고민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곳이다. 영동대로 개발을 계획하고 있는 지금, 서울이 모델로 하고 있는 라데팡스가 화려한 첨단 도시로서의 모습이 아닌 따뜻한 문화·예술의 상업지구로서의 라데팡스 모습이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강금주 이듬갤러리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