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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시대를 향한 기업가정신, 나눔경영으로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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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시대를 향한 기업가정신, 나눔경영으로 실천

[이승우와 함께하는 변화혁신(21)] 대림산업 이준용 명예회장의 2000억 기부 의미

우리 사회가 원하는 바람직한 기업인상 보여준 사례

남한의 기술-북한의 자원 결합해야 지속가능한 발전
무더웠던 올해 여름의 끝자락을 더욱 뜨겁게 달궜던 이슈는 바로 남북한 간의 고위급 회담이었다.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판문점에서 마주앉은 양쪽 대표단의 마라톤 회담은 며칠간 국민의 애간장을 태우기도 했다. 다행히 남북 양측이 합의한 6개항의 공동보도문이 발표되면서 군사적 대치상황이 해소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합의문의 내용에는 군사적 대치 상황의 종료와 함께 향후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자 접촉,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의 민간교류 활성화를 위한 의지를 담았다. 극단적인 전시 상황까지 이를 수 있었던 위기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남북한의 관계개선을 위한 물꼬를 트게 된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남과 북의 극단적인 대결 구도는 피하게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머나먼 여정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 상태로 남아있는 한반도의 통일을 향한 발걸음이 바로 그것이다.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많은 국가들이 보이지 않는 경제전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지금, 여전히 남한과 북한은 군사적 대치 상황 속에서 엄청난 인력과 자원을 소모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국방 예산의 지출은 물론이거니와 보이지는 않지만 국민이 겪고 있는 정서적 불안감 또한 심각하다. 통일이 단순히 이상적인 국가를 지향하는 하나의 관념이 아니라 실질적인 우리 삶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차원에서도 통일에 대한 시대적 요구는 절실하다.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짊어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어느 기업인이 보여준 나눔경영은 앞으로의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우리 사회에 좋은 본보기가 되어주었다. 바로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정한 대림산업의 이준용 명예회장이다. 2000억원에 이르는 돈을, 그것도 통일시대를 위한 밑거름으로 쓰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통일나눔펀드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평생을 경영활동에 매진한 기업인으로서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는 것도 유례가 없던 일이었지만 더 놀라운 것은 기부와 함께 전해진 그의 메시지였다. “후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통일”이라는 이준용 명예회장의 말은 기존의 한국사회에서 있어왔던 기부문화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신선한 충격으로 여겨진다.

대기업 총수가 자신의 재산을 직접 사회에 기부하는 것은 물론 존경받을 만한 일이다.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한국 사회에서 정착되기에는 그 수준이 한참 부족한 것이 현실이기에 이준용 명예회장의 사회적 나눔은 의미가 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들려오는 기부문화 확산의 소식에 우리는 스스로 위축되는 느낌을 저버릴 수가 없다. 연간 조 단위가 넘는 기부를 실천하는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등 ‘기부왕’들의 뉴스는 말할 것도 없고 대한민국의 국력수준에 어울리지 않는 기업인들의 사회적 기부 참여는 초라함마저 느끼게 한다. 지난해 영국의 자선원조재단 CAF(Charities Aid Foundation)에서 실시한 세계 기부지수 조사에서 한국은 60위 수준이었으며, 그나마 2010년의 81위보다는 상승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준용 명예회장의 개인재산 기부는 우리 사회가 원하는 바람직한 기업가 정신의 실천을 보여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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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통일시대를 살아갈 후손들을 위한 기부라는 차원에서 이준용 명예회장의 메시지는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통일은 국민이 마음으로 바라기만 한다고 해서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경제수준의 격차와 심리적인 이질감을 좁히기 위한 엄청난 양의 재원과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업 경영자가 솔선해서 사회적 기부를 실천해준 것은 진심어린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이 남한의 수준으로 높아지기까지 투자되는 ‘통일비용’은 천문학적 수치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서독과 동독은 통일 이후 25년간 약 2조 달러(약 2300조원)가 소요되었다고 한다. 양국의 통일시점에서 1인당 국내총생산(GDP) 격차가 2.1대 1의 수준이었던 반면에 오늘날 남북한의 차이는 25대1 수준까지 벌어지고 있다.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통일 독일의 경우보다 훨씬 더 큰 경제적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해진다.

한편 통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도 국민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국가의 재정으로 감당하기에는 벅찰 수밖에 없다. 경제공동체 기반조성을 위한 산업 인프라의 구축, 민족 간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사회적 통합을 위한 투자, 그리고 세계를 품에 안을 수 있는 통일시대의 창의적 리더를 양성하는 교육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러한 통일기반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경제성 검토에 따라 외국자본이 투자될 수도 있고 국제금융기구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은 우리 국민이 갚아나가야 할 부채로 남게 된다. 중요한 것은 비록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이러한 선결과제를 해소하지 않은 채로 우리가 원하는 온전한 통일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통일은 막연한 이상이 아니라 냉철한 현실이고 더 늦기 전에 이에 대한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최근 한국 사회의 2030청년들이 갖고 있는 통일에 대한 관심이 점차로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극심한 취업난에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통일에 대해 고민할 겨를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청년들이 사회의 주역으로 살아갈 20년 후를 내다볼 때 통일은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좌우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남한의 기술과 고급인력, 그리고 북한의 자원과 성장동력이 결합하게 될 때 전 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역사가 만들어 질 수 있다. 결국 통일을 향한 수고와 그 열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승우 변화혁신연구소장
이승우 변화혁신연구소장
이러한 관점에서 이준용 명예회장이 실천한 나눔경영은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기업가 정신이 무엇인가를 청년들에게 보여준 롤모델이 되어 주었다. 취업을 준비하는 많은 청년들이 한번쯤은 생각해볼 것이다. 왜 기존에 기부를 해왔던 사람들과는 달리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활동이었을까? 하고 말이다. 최근 정부와 대학, 그리고 사회단체에서 진행하는 통일교육이 과거와 같이 대한민국의 체제 우월성을 선전하는 수준에 머무르던 단계는 이미 지나갔다. 현실적인 삶의 문제, 그리고 미래시대의 국가경쟁력을 확보하는 실리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방식으로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이에 더하여 통일준비를 위한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기성세대의 선배들이 후배 청년들에게 솔선해서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특히 청년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인들의 모습을 통해 통일의 청사진을 그려본다면 이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통일교과서가 될 수도 있다. 앞으로도 사회 각층에서, 그리고 국가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기업인들이 자발적으로 보여주는 통일리더십의 모습을 더 많이 접하게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승우 변화혁신연구소장/숭실대학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