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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학교, 최고의 아이들(59화)] '꽃', 그 아름다움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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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학교, 최고의 아이들(59화)] '꽃', 그 아름다움을 위하여

2학기를 개학한 지 2주차.
오늘도 학교에 내리쬐는 태양은 따갑다.

1개월여 방학을 지내고 학교현장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여전히 재잘거린다. 아무 것도 아닌 일도 아이들이 재잘거리면 웃음이 되고, 즐거움이 되고, 추억거리가 만들어진다.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보면, 철없이 나도 그 무리에 끼어들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나의 이런 생각이 나잇값도 못한다는 꼴불견이 될까 두렵기도 하다.

나이를 먹어 주름살이 늘고 배도 나와 조금은 그저 그런 몸매를 자랑하는 나의 외모로서는 아이들과의 ‘어울림’에 민폐를 끼치는 것이 아닐까? 걱정 아닌 걱정이 앞선다.

시끌벅적한 아이들을 뒤로 하고, 중앙 현관을 나가 학교를 두런두런 거닐었다. ‘꽃’하면 봄날의 그것을 자랑하겠지만, 우리 학교 교정에는 ‘꽃’들이 지천이다. 그 누구도 바라보아 주지 않지만, 꽃들은 자신만의 매력을 뽐내며 자신만만하게 교정의 한 자리를 채우고 있다.

나는 꽃에 대한 지식이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름도 잘 모르는 꽃들이 많다. 아주 가까이에서 자주 만나는 그녀들이 낯설지는 않다. 그렇지만 정작 누군가 이름을 물어오면 알 수 없음이 정답이다.

이름을 모르다고 무엇이 그리 큰 문제인가? 꼭, 이름을 알아야 그와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냥, 지나치다보면 만나게 되는 알 수 없는 이름의 꽃. 그녀의 향기에 나는 취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도 어찌 보면 ‘꽃’ 아닌 사람이 있을까?
하나님이 주신 선물 중 가장 위대한 그것이 바로 ‘사람꽃’이 아닐까?

감사함으로, 진정, 영혼을 담아 적어본다면, ‘사람꽃’ 중 가장 아름다운 꽃은 바로 우리 아이들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무엇이 좋은지 웃어대는 아이들은 만개한 어떤 꽃보다도 더 아름답다. 이견을 달 수 없는 명료한 정의다.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꽃들 중의 꽃이 바로 우리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어떤 ‘축복’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이다. 만개하지 않아도 만개한 듯 그 향내를 풍기는 우리 아이들.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반가운 미소들과 손동작. 아, 어떤 풍경이 비보다 아름다울 수 있을까?

교정을 떠나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처럼 밝게 웃은 현실만이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다. 때론, 힘든 대화가 우리 아이들을 시련과 갈등이라는 아픔을 수반하겠지만, 그래도 온실 속에 핀 꽃이 아닌 비바람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우리 아이들의 삶은 그 누가 무어라 해도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박여범 용북중 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
박여범 용북중 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
세상을 살다보면, 가능하게 늦게 접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우리 아이들도 가능하면 그 갈등과 시련이 멀리 있어, 마냥 웃는 즐거운 학교생활의 연장이길 기도한다. 직업으로서의 교사가 아닌 인간적인 교사로 아이들에게 거듭 다가가는 그날까지 교정의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들은 우리 아이들과 함께 피어 있을 것이다.

‘꽃’, 그 아름다움을 위하여
박여범 용북중 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