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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학교, 최고의 아이들(61화)] 안녕, 컴(퓨터), 복(사기), 프(린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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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학교, 최고의 아이들(61화)] 안녕, 컴(퓨터), 복(사기), 프(린터)야

“쌤, Why, 멀쩡한 컴퓨터와 복사기, 프린터를 다 버려요? 지들이 볼 때는 멀쩡한디유. 그냥 쓰세요. 낭비아녀유”

아이들을 소형트럭에 실려 있는 수명을 다한 전산실의 컴퓨터 본체와 모니터, 그리고 교무실의 낡은 프린터와 복사기를 보며 무엇인가 아쉬운 모양이다.
첨단과학의 발달로 하루가 다르게 성능이 업그레이드 되고 디자인도 예쁜 전자제품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참 좋은 세상이다. 뛰어난 성능과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사용하려면, 기존의 컴퓨터로는 활용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새롭게 출시된 프로그램과 성능이 뛰어난 컴퓨터와 프린터, 복사기는 정말 누구나 사용하고 싶은 욕망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새롭게 출시된 전자제품을 선호한다. 성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속도는 정말 제품에 ‘쏙’ 빠져 들어가게 만든다.

“안녕, 컴(퓨터), 복(사기), 프(린터)야. 정말 그동안 수고가 많았당. 너희들이 우리랑 수업도 진행하구, 선생님들 일손도 돕구 정말로 정말로 수고가 많았네. 귀여운 녀석들.”

“그래, 울 친구, 컴(퓨터), 복(사기), 프(린터)야. 잘 살아.”

소형 차량에 실린 각종 전자제품을 아이들은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아쉬움과 함께 이별의 멘트를 허공에 날린다. 아이들은 전산실에서 그동안 정들었던 전자제품과의 이별이 아쉽고 아쉬운 모양이다. 비록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이 많이 들었었나 보다.

장난삼아 ‘툭’ 던지는 듯 한 이 멘트에서도 아이들이 ‘올바른 인성’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나만의 행복이 아닐까! 갑자기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 나도 모르게 아이들의 말과 행동을 ‘흉내 내기’ 시작한다.
“사랑한다. 컴(퓨터), 복(사기), 프(린터)야. 잘 살아라. 그동안 고맙고 고마웠어. 사랑해.”

박여범 용북중 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
박여범 용북중 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
그렇다. 아이들은 전자제품들과의 이별이 아쉬운 것이다. 나의 성장기 경험으로도 ‘이별’은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아픔이 수반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별의 대상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건이든 말이다.

새로운 컴퓨터와 복사기, 프린터가 교무실과 행정실, 전산실, 교실, 각종 특별실에 자리 잡는 날, 우리 아이들은 또 ‘만남’이란 놈과 깊은 정을 나눌 것이다.

‘만남’과 ‘이별’을 경험하며, 건강하고 멋지게 성장하는 녀석들이 대견스럽다. 아, 아쉽지만 시간은 흘러갈 것이고, 그 속에서 또 얼마나 많은 ‘만남’과 ‘이별’이 우리를 웃게도, 눈물짓게도 할까?
박여범 용북중 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