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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인생 살아갈 용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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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인생 살아갈 용기 필요

[이승우와 함께하는 변화혁신(25)] 불안에 대처하는 현명한 자세

스스로 만든 생각의 감옥서 탈출해야 불안·좌절 극복

현실화 되는 불안 많지 않아…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올해 하반기 공채시장의 문이 닫혀가면서 취업을 앞둔 청년층의 불안이 커져간다. 아직 몇몇 남아있는 기업의 채용공고를 훑어보기에 바쁘다. ‘내년을 기약할 수 없으니, 일단 무조건 들어가고 보자’라는 심정이 절박해 보인다. 중년층 직장인들의 불안도 만만치 않다. 20년 이상의 삶을 기업조직에 몸담으며 경제성장의 중심 역할을 했던 그들이 이제는 회사를 떠날 채비를 한다. 소위 ‘희망하지 않는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더 이상 회사에 남아있을 수가 없다.
최근 한국 기업의 대표 주자인 삼성그룹의 계열사를 중심으로 희망퇴직의 물결이 확대되고 있다. 인위적인 합병을 통해 조직 개편에 나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물론 삼성전자에서도 고참 부장급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나름대로 잘 나간다고 하는 삼성그룹 차원에서의 퇴직 권고 물결이 타 기업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듯하다. 그나마 대기업 직장인들은 퇴직과 함께 일정 수준의 보상이라도 받지만 그럴 여력이 없는 중견·중소기업의 퇴직자들은 하루아침에 집안의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인다. 회사를 떠난 이후 마땅히 할 것이 없다는 현실에 직면하면서, 불안감의 수위는 점점 더 높아진다.

이러한 조기퇴직자들의 여파로 인해 더 한층 고통을 받는 계층이 부각되고 있다. 바로 자영업자들이다. 최근 모 경제연구원에서 제시한 ‘2015년 3분기 체감경기 특징과 시사점’의 분석 결과를 보면 40대 중소득층의 자영업자가 느끼는 불안감의 수준을 짐작할 만하다. 물가 상승률, 실업률, 소득 증가율, 의무지출 증가율, 문화 여가지출 증가율 등을 반영해 산출한 경제고통지수에서 40대가 23.6으로 가장 높았고 50대(22.4), 30대(22.0)의 순이었다. 직업별로는 자영업 종사자의 고통지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직장에서의 불안한 고용여건이 사회적인 고통의 악순환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먹고 사는 문제와는 조금 다르지만 그 깊이가 절대로 낮지 않은 불안이 또 하나 남아있다. 바로 11월 12일로 다가온 수능시험이다. 올해 시험을 앞둔 63만 여명의 응시자는 물론 해당 자녀를 둔 학부모의 불안은 점점 더 고조되어 간다. 교회와 성당, 사찰 등 종교기관에서는 수능시험에 지원하는 학생의 합격을 기원하는 바람이 이어진다. 해마다 수능시험 당일의 날씨가 뉴스거리가 되고, 학생들이 시험에 늦지 않도록 경찰을 비롯한 특별 수송단이 꾸려진다. 듣기평가 시간에는 비행기 운항시간까지 조정하는 국가적인 행사를 치른다. 대학진학이 삶의 수준을 좌우해왔던 우리 사회의 학벌 중심 문화가 낳은 단면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인생의 이벤트를 맞아 불안감에 휩싸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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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문지현 기자
문제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경제적·심리적 불안에 대처하는 자세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 어린 시절 학교생활부터 성인이 된 이후 사회생활에 이르기까지 그저 앞만 보고 달리는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만을 배워왔다. 실패를 했을 때 자신을 관리하는 방법, 불안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방법을 배워보지 못했다. 아니,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다고 하는 것이 맞다. 세상을 사는 동안 겪게 될 다양성에 대한 진솔한 교육(Authentic Learning)의 부재(不在)였다고도 할 수 있다. 그 결과 우리 사회에서의 실패는 곧 심각한 좌절을 의미한다. 마치 인생을 건 도박판에서와 같이 올인(All-in)의 선택을 강요받는다. 자칫하면 다 잃을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불안감이 밀려드는 것은 당연하다. 우울증 환자가 증가하고, 자살률이 세계 최고에 이르는 현실이 결코 우연에 의한 결과가 아닌 것이다.

우리 사회의 각 계층이 느끼고 있는 불안의 원인은 다양하다. 글로벌 경제환경의 영향, 정부정책의 한계, 다양성 교육의 미흡, 개인의 사회·문화적 배경 등 그 범위도 엄청나다. 이러한 불안의 원인을 한방에 속 시원하게 풀어낼 현실적인 대안도 찾기 어렵다. 이러한 현실적 상황에서 우선 개인의 입장에서 적용해 볼 수 있는 불안에 대한 자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피츠버그 출신의 심리학자 앨버트 엘리스(Albert Ellis)는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 therapy, CBT)의 한 형태인 합리적 정서행동치료(rational emotive behavior therapy, REBT)의 방법을 통해 인간이 갖는 불안과 심리적 장애에 대한 치료방법을 제시했다.
합리적 정서행동치료(REBT)에서 엘리스는 우리가 느끼는 불안의 원인을 그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 즉 ‘신념체계’에서 찾았다. 우리가 안 좋은 상황에 처할 때 그 상황속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 대한 과장된 해석을 통해 감정적 불안을 가중시킨다고 했다. 그가 인용한 A.D. 1세기의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픽테투스의 언급이 의미심장하다. ‘인간은 사실 때문이 아니라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관점 때문에 혼란스러워한다’라고 보았던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어려운 일을 겪는 자신을 냉정하게 판단해볼 때 극단적인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잘못된 생각이 오히려 비관적인 좌절과 고통으로 이끌어 간다는 뜻이다. 따라서 불안과 좌절에 처할수록 자신의 비합리적 신념에 도전하고 반박함으로써 긍정적 대안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러한 엘리스의 진단과 처방은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청년구직자들이 반드시 취업을 하지 않으면 인생 전체가 불행해지는가? 퇴직한 중년층이 직장을 떠나는 순간, 정말로 자신의 인생은 끝이라고 생각하는가? 명문대 진학을 위해 밤잠을 설친 학생이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한다고 해서 평생을 패배자로서 살아가야 하는가?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정한 시기에 무언가를 하지 못했다고 해서 평생을 사회의 낙오자로 살 것이라는 생각은 우리가 만들어 놓은 생각의 감옥이다. 우리가 스스로 작은 우물을 파고 그 안에 갇혀서 세상을 향한 불안에 힘겨워한다. 곧 우리의 비합리적인 신념체계가 세상의 크기를 한계 짓고 패러다임의 전환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예전의 각광받던 직업이 사라지기도 하고, 이전에 없던 직업이 또 생겨나기도 한다. 이미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졌다. 그렇기에 자신이 가치 있게 여기는 일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보람을 얻기 위한 선택을 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한 가지 꼭 필요한 것은 더 이상 남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다. 이를 통해 오늘날 한국 사회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는 ‘남들과의 비교’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남들보다 더 나아보여야 한다는 체면문화와 비교의식이 있는 한 내 마음의 불안은 영원히 떨칠 수 없다. 끊임없이 경쟁하며 이겨내려고 한들 평생을 1등으로 살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합리적 대안을 찾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이승우 숭실대학교 겸임교수
이승우 숭실대학교 겸임교수
지금 불안한가? 그렇다면 정말로 자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원인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자. 의외로 그 불안은 현실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다만 자신이 그렇게 판단하고 행동하면서 그 불안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지금의 우리가 겪는 불안의 기운이 쉽게 사그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럴수록 오히려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현재의 상황을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신념이 필요한 때다. 점점 더 커져가는 불안이라는 괴물에게 먹이를 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이승우 숭실대학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