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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통합-성장 전략적 소통이 M&A 성패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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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통합-성장 전략적 소통이 M&A 성패 가른다

[이승우와 함께하는 변화혁신(26)] 통합적 조직문화 구축 위한 전략적 소통

인간적으로 친해지는 것이 일의 성과와 비례하지 않아

조직의 관리자일수록 소통의 방향성에 깊은 고민해야

최근 기업의 인수합병(M&A) 소식이 재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기업 간의 인수·합병이 이미 지난 해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기업의 M&A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며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미래성장의 기반을 확보하려는 기업의 전략적 대응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2014년 11월 삼성테크윈을 비롯한 삼성그룹 화학계열 회사들이 한화그룹의 옷으로 갈아입은 데 이어 올해는 롯데케미칼이 삼성SDI 케미칼 부분과 삼성정밀화학 등의 화학계열 회사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 밖에 SK그룹, CJ그룹 등도 활발한 M&A를 통해 핵심 사업에 집중하려는 전략적 선택을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한국기업의 성장세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그룹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중복투자를 줄여가기 위한 고육지책의 흔적이 느껴지기도 한다.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바탕으로 시행되는 M&A는 해당 기업 양측이 서로 간의 이익을 최대한 담보하려는 목적을 갖는다. 이를 위해 협상의 테이블에 오르기 전부터 최종 마무리 단계까지 수많은 준비와 노력이 뒷받침된다. 기업의 미래전략과 연계된 사업재편의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선택의 과정을 거치는 것은 당연하다. 시장에서 바라보는 M&A 이후의 미래가치에 대한 평가가 눈앞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어려운 절차를 거쳐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려는 기업이 부딪히게 되는 난관이 있다. 바로 조직통합이다. 일명 PMI(post-merger integration)라는 경제용어로 불리는데, 기업의 M&A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조직 내부의 변화와 갈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다. M&A가 표면적으로는 경영권 획득을 통해 법률적으로 하나의 기업으로 합쳐지는 것을 의미하지만 기업 조직의 내면을 통합하는 것은 법적 절차와는 또 다른 국면을 맞는다. 우선 양측 기업 간에 상이한 운영시스템의 조율과 이를 통한 조직체계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인 통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업무양식의 변화 등 전반적인 조직문화의 재창출을 의미하기도 한다.

법률적·재무적인 통합에도 불구하고 기업조직의 실체를 구성하는 ‘사람’의 통합이 뒷받침되어야 진정한 M&A가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통합 이후의 기업은 승진, 보상, 직급체계 조정 등 인사운영 기준의 재설정에 가장 먼저 관심을 둔다. 또한 구성원들의 정서적 일체감 형성을 위해 다양한 조직 내 소통 노력을 강화한다. 자칫 발생할지도 모르는 조직 내부의 위화감과 이질감이 통합 이후의 기업에서 추구하는 지속적인 성과 창출에 큰 부담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조직 내 소통은 전략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소통이 곧 단순한 구성원 간의 화합이 아니라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전략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조직 내 소통은 더욱 목표지향적인 방향으로 재설정되어야 한다. 미국 출신의 조직이론 전문가이자 조직개발의 개척자라고도 불리는 리처드 베카드는 조직의 구조, 목적, 규범, 가치를 공유하고 협력적 상호작용을 통해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과정인 ‘팀빌딩’에 대한 언급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일러스트=문지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일러스트=문지현 기자
첫째 ‘목표와 목적을 확립하고 이를 명확히 하는 것’, 둘째 ‘역할과 책임을 결정하고 이를 명확히 하는 것’, 셋째 ‘규정과 절차를 수립하고 이를 명확히 하는 것’, 끝으로 ‘대인 관계를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는 그간 한국의 조직문화에서 이뤄져왔던 소통의 우선순위에 비춰볼 때 곰곰이 되돌아볼 여지를 많이 남겨준다. 오늘날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그저 직원들 간에 ‘서로 친해지는 것’을 소통의 목적으로 삼고 있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뭔가 풀어야 할 문제가 생기면 일단 ‘친해져야 일이 된다’라는 생각이 앞선다. 이는 아마도 한국적 정서인 인간적인 ‘정(情)’의 문화가 마음깊이 내재화되어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 우선순위의 순서가 늘 거꾸로 향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일단 인간적으로 친해지는 것이 함께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측면에서는 아주 좋은 방안이지만 그것이 반드시 일의 성과와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지적된다. 소위 구성원들이 친하기는 한데 성과가 없는 조직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실제로 기업조직 내부에서 행해지는 목적 없는 회식, 시간을 때우기 위한 교육, 업무개선이 없는 팀워크 활동 등이 오히려 조직성과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친해진다는 미명하에 진행되는 각종 모임과 행사가 업무의 피로감만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나 조직의 책임을 맡고 있는 팀 리더나 부서장이 조직 내 소통 활동을 자신에 대한 충성심을 확인하는 자리로 변질시키는 경우라면 이미 소통의 목적은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조직 구성원들의 말 못하는 스트레스만 쌓여갈 뿐이다. 따라서 조직의 상위 직급에 위치한 관리자일수록 조직소통의 전략적 방향성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소통이 곧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가를 명확히 인식해야 하고 어떻게 그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는 기업 간 통합의 경우는 물론이거니와 내부적으로 발생하는 조직개편의 상황에서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리더십 역량이기도 하다.

소통은 단순히 ‘친해지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그것은 바로 ‘서로 존중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각자 자아(自我)를 갖고 있다. 조직이라는 시스템 속에 들어오는 순간 직급에 맞는 역할과 책임에 따라 스스로의 자아를 조율해가는 것이 곧 직장인의 삶이다. 따라서 소통은 조직이 지향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협력적 성과를 이뤄내기 위한 상호존중의 프로세스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전략적 소통의 개념이 더욱 중요해진다. 조직에서의 소통은 그저 친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수다’가 아니다. 조직 내 일체감을 형성하고 목표를 향한 비전을 공유하기 위한 ‘상호존중’을 이끌어내는 일련의 과정이고, 이를 위해서는 준비된 계획이 실행되어야 한다.

이승우 숭실대 겸임교수
이승우 숭실대 겸임교수
M&A 과정을 거친 이후의 기업은 한층 더 시장에서 관심의 대상이 된다. 기업가치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지켜보는 주주, 채권단 등 이해관계자들의 눈초리가 매섭다. 시장판도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기존 업계에서의 견제도 심상치 않다. 결국 통합기업의 시작단계에서부터 성장한계를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효과적인 PMI(합병 후 조직통합)의 전략적인 설계는 한층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시점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의 통합을 위한 고민은 한층 더 깊어진다. 소통이 곧 경영전략의 일환이 되어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승우 숭실대학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