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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 3가지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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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 3가지 조건

[북 카페에서 띄우는 인문학 편지(29)]

학생 개개인을 이해하고 파악하며 가르치고

소통하고 즐거움 공유하는 것이 좋은 선생이 할 일
그루야, 수능이라는 큰 산을 드디어 넘었구나. 수능한파라는 말이 있듯이 수능날은 항상 날씨가 추웠었는데 올해 수능날은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가뜩이나 긴장돼 몸이 위축되어 있을 텐데 추위 때문에 더 위축될까 걱정했거든.

그루야,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어찌되었든 네가 3년 동안 준비해왔던 시험이 끝났단다. 기분이 후련하지만은 않다던 너의 표정이 떠오르는구나. 수능이라는 것이 오롯이 너의 실력으로만 판가름 나는 시험이라면 너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말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않은 것이 수능이란다. 1년에 한 번 있는 시험이기에 그날의 컨디션과 운도 영향을 미치게 되지. 결과가 안 좋다고 해서 너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자책하지 않아도 된단다. 이제 한 단계가 끝났으니 다음 단계를 차분히 준비하면서 기다리면 되는 거지. 면접, 논술, 실기 등 이제 너의 앞에 남겨진 목표를 다시 확인하고 그것만 보고 달려가면 돼.

체육교육과를 희망한다는 그루의 말에 난 참 기뻤어. 평소 체육 활동을 좋아하고 성실하게 연습하며 잘 못하는 친구들에게 친절하게 기술을 알려주던 너의 모습이 체육선생님이라는 직업과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거든. 수능이 끝난 후 이제 목표가 바뀌었다고 말했었지? 체육교육과를 가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 좋은 체육선생님이 되는 것이 목표라면서 웃는 모습이 어찌나 기특해 보이던지. 물론 아직 체육교육과를 합격한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더 큰 꿈을 꾼다는 자체가 너를 더 빛나게 하는 것 같아. 체육선생님이라는 꿈을 안고 대학생활을 시작한다면 다른 사람보다도 먼저 그 꿈에 다가갈 수 있을 거야. 교사로서 어떤 마음을 가져야할지 지금부터 생각한다면 틀림없이 좋은 선생님이 될 거라 믿어.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한 조건에는 정답이 없지만 이 3가지는 꼭 필요한 것 같아. 첫째 학생 개개인을 이해하고 파악하며 가르치는 것, 둘째 학생과 소통하는 것, 셋째 즐거움을 공유하는 것이다. <장자> 지락 편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어.

‘너는 들어보지 못했느냐? 옛날 바닷새가 노나라 서울 밖에 날아와 앉았다. 노나라 임금은 이 새를 친히 종묘 안으로 데리고 와 술을 권하고, 구소의 음악을 연주해주고, 소와 돼지, 양을 잡아 대접했다. 그러나 새는 어리둥절해하고 슬퍼할 뿐, 고기 한 점 먹지 않고 술 한 잔 마시지 않은 채 사흘 만에 죽어 버리고 말았다. 이것은 자기와 같은 사람을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른 것이지,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르지 않은 것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최고의 교수법은 자신에게만 최고인 것이지, 그 방법이 모든 학생에게 최고의 교수법이진 않을 거야. 학생을 교육할 때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은 학생마다 능력의 차이가 있고 특성이 다르다는 거야. 획일화된 교육방법보다는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 키가 큰 학생이 있고, 작은 학생이 있고, 유연성이 뛰어난 학생이 있고, 근력이 센 학생이 있다고 한다면 이들에게 적당한 목표와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필요하단다.
수영을 잘하려면 물이라는 타자와의 만남에서 소통을 잘하는 게 비결이듯이 선생도 학생을 이해하고 파악하며 소통을 잘해야 좋은 교육을 시킬 수 있다./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수영을 잘하려면 물이라는 타자와의 만남에서 소통을 잘하는 게 비결이듯이 선생도 학생을 이해하고 파악하며 소통을 잘해야 좋은 교육을 시킬 수 있다./사진=뉴시스
“나는 그대가 귀신인 줄 알았네, 그러나 지금 보니 자네는 귀신이 아니라 사람이군, 그대에게 수영을 하는 어떤 특이한 방법이라도 있는지 묻고 싶네.”

“무슨 특별한 방법이 있겠습니까? 나는 과거의 삶의 문맥에서 시작해서 현재의 삶의 문맥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부득이한 소통의 흐름에서 제 자신을 완성했기 때문입니다. 물이 소용돌이쳐서 빨아들이면 저도 같이 들어가고, 물의 길을 따라서 그것을 사사롭게 나의 것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과거의 삶의 문맥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의 삶의 문맥에서 자라날 수 있었던 것은 부득이한 소통의 흐름에서 자신을 완성했기 때문이라고 그대는 말했는데, 그것은 무슨 의미인가?”

“제가 육지에서 태어나서 육지에 편해진 것이 옛날의 삶의 문맥이고, 제가 현재 물에서 자라서 물에 편해진 것이 지금의 삶의 문맥이고, 내가 지금의 삶의 문맥에서 어떻게 그렇게 수영을 잘하는지 모르지만 수영을 잘하는 것이 소통의 부득이한 흐름입니다.”(장자, 달생 강신주 역, 2003)

위의 인용문은 장자에 나오는 수영 이야기란다. 폭포수 아래에서 자유롭게 수영하는 사람이 등장하는데 공자는 그 광경을 보고 수영하는 사람이 위급하기 때문에 구해야 한다고 사람을 보내게 돼. 하지만 수영하는 사람은 물고기처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수영을 즐기고 있었던 거지. 그루야, 우리가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물이라는 타자와의 만남에서 소통을 잘하는 것이 수영을 잘 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거야. 물은 물 나름대로의 흐름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고, 수영하는 사람 역시 자신의 의지대로 수영을 하려고 하지. 그렇게 되면 물과 소통이 되지 못하고 단절되게 돼. 자신의 주장만을 요구하지 않고 서로 소통한다면 학생도, 선생님도 물고기처럼 수영을 잘 할 수 있게 될 거야.

그루가 선생님이 되어 수업을 할 때, 그루도 즐겁고 학생들도 즐겁다면 그게 가장 큰 즐거움이 아닐까? 교사도 학생도 수업이 기대되고 기다리는 시간이 된다면 그게 가장 이상적인 학교의 모습이 아닐까 싶어. 맹자의 군자삼락이라는 말이 있어.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이 있는데 하나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고, 땅을 굽어서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 첫째 즐거움이다. 둘째는 부모와 형제가 모두 살아계시고 건강할 때이다. 셋째의 즐거움은 세상에서 영재를 얻어 그를 가르치는 것이다.

배우는 즐거움과 가르치는 즐거움이 군자의 즐거움 가운데 들어있다는 데 의미가 있지. 태어날 때부터 인간이 완전한 지식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잖아. 배움의 과정을 거치면서 세상을 살아가게 되는데, 모르는 것을 하나씩 배워가며 얻는 지혜로운 깨달음은 큰 즐거움 중 하나이지. 이러한 즐거움뿐만 아니라 학생과의 관계 속에서도 즐거움, 웃음, 유머가 있다면 그게 바로 행복이지 않을까 싶구나.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한 3가지 조건이라고 말했지만, 선생님과 학생이 들어가는 부분을 사람과 사람 사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읽어보렴. 좋은 사람과 사람 사이가 되기 위한 3가지 조건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는 것 같아. 타인을 이해하고 타인의 특성에 맞게 대할 것,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자기주장만 내세우지 않고 서로 소통할 것, 상대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알고 관계 속에서 즐거움을 찾을 것.

어때? 그루가 곧 졸업을 하고 대학에 가게 되면 지금보다 더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을 접하게 될 거야.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고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들도 있을 거야. 그 순간마다 선생님이 이야기해 준 이 3가지를 생각하며, 대학에 가서도 건강한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었음 좋겠구나. 선생님은 항상 그루를 응원하고 있단다. 힘든 일이 있거나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렴. 이만 줄일게 안녕.

2015년 11월 18일
달빛로에서 터기쌤 심선덕(그루터기 100년 학교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