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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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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북 카페에서 띄우는 인문학 편지(29)]

고독한 경쟁의 프레임을 벗어나

나의 재능으로 조금씩 세상을 바꾸는
행복한 공생의 길을 걷기를

그루야! 비가 몇 번 오더니 공기가 차가워져서 두꺼운 외투를 꺼내 입게 되는구나. 얼마 전 수능이 끝나고 바쁜 걸음으로 교정을 걸어가는 너를 봤어. 사회로 나아가는 간이역에 들어서 어떤 기차를 타야 할지를 깊이 고민하는 눈빛이어서 선뜻 수능시험을 어떻게 봤는지, 체육교육학과를 진학하기에 안정권인 성적이 나왔는지, 다른 학과로는 어떤 분야를 생각하고 있는 지 등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수능이 끝나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던 너의 말이 떠올라서 웃는 얼굴로 응원하는 마음만 보냈단다.

선생님은 요즘 인기 있는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에 빠져 있단다. 드라마를 보니 그루 또래의 대학생이던 젊은 시절의 선생님 모습이 생각나더구나. 세상의 부조리함을 바꿔보고 싶었고, 내가 선택한 국문학도로서 성공하는 삶을 살겠다고 의지에 불타던 기억, 친구들과 갔던 대성리 MT의 추억, 신입생 막걸리 신고식 등 그때 그 시절 '우리'라는 울타리로 묶여져 함께했던 추억들이 그리운 것 같아.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까?'를 고민하던 시절 마음에 다가왔던 시구가 생각나는구나.

무엇이 성공인가?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류시화 잠언집 중)

며칠 전 '돌연변이'라는 사회풍자 영화를 봤단다. 유전자 실험의 부작용으로 생선인간이 된 박구라는 대학생의 이야기인데 95%가 월 평균 88만원을 받는 비정규직 세대, 열정페이, 물질만능주의 박구를 생선인간으로 만든 불합리한 사회구조, 물질만능주의에 물든 주인공 주변의 이기적인 인간 군상을 보면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박구가 선택한 삶이 오래도록 잔상이 남아 잠을 못 이뤘는데 그루 생각이 나서 편지를 쓰는 거야. 인생의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서 이제는 그루가 원하는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서 고민하며 최선의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선생님의 바람이란다.

15세기 조선의 세종대왕은 3대 왕으로 등극하셨지. 셋째아들이라는 태생적인 한계, 자신의 정책을 반대하는 노신들, 당파싸움, 신분제도로 인한 불평등, 7년 동안의 가뭄으로 왕에게 쏟아지는 백성들의 비난, 중국과의 사대적인 외교관계, 변방에서의 잦은 오랑캐와의 전쟁 등 국력이 약한 신생국이라는 점이 조선의 현실이었어. 자나 깨나 백성을 생각하며 함께해서 백성들이 배부르게 먹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던 임금이기도 하고, 신하와 백성을 감동시키는 소통과 헌신의 리더십으로 조선을 문화강국으로 탈바꿈시킨 세종대왕의 삶을 읽으며 깊은 감동을 받았어. 박현모 교수에 의하면 어록으로 보는 세종의 리더십의 핵심인 '세종 십계명'은 10가지라고 하더구나.

제1계명 밥은 백성의 하늘이다.

제2계명 왕을 추대한 백성들에게 헌신하라,

제3계명 인재를 기르고 선발하여 맡겨라.

제4계명 싱크탱크를 활용하고 회의를 잘하라.

제5계명 억울한 재판이 없게 하라.

제6계명 외교로 전쟁을 막고 문명국가를 건설하라.

제7계명 영토는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

제8계명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온 힘을 기울여 실천하라.

제9계명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라.

제10계명 사회적 약자를 우선적으로 배려하라.
('세종처럼', 박현모, 미다스북스)

세종대왕 어진
세종대왕 어진
세종대왕이 21세기로 오신다면 만들고 싶은 대한민국을 상상해 보니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는 나라, 노동해서 번 돈으로 가족들과 소소한 일상을 즐기는 행복한 나라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드는구나.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스 피케티는 '21세기 자본론'이라는 책에서 국가소득 중에서 노동소득보다 자본소득이 늘어나는 사회에서는 소득의 불평등이 심해져서 부가 대물림되고 계층이 나뉘는 불평등 사회가 심화된다고 예측하고 있단다. 고령화, 저출산 사회에서는 이러한 소득의 불평등 문제가 심해지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소 상공인, 노동으로 소득을 내는 사람들의 노동임금이 안정화되어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정규직을 많이 늘리고 소득을 재분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단다.

또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소설에서 하느님은 천사 미하엘에게 지상에서 죽어가는 한 어머니의 영혼을 데려오라고 했단다. 미하엘은 쌍둥이가 클 때까지만 미뤄달라는 어머니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혼자 하늘로 돌아와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돌아오라고 지상으로 추방당했지. 미하엘은 세몬 부부의 도움으로 구두 세공법을 배우며 '사람의 내면에는 사랑이 있고, 사람은 미래를 알 수 없는 불안한 존재이지만, 이 사랑의 힘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단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돈이다. 그러나 온라인 백과사전을 놓고 위키피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맞붙었다. 위키피디아는 누구든 들어와서 답을 해 줄 수 있도록 했고,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전문 작가와 편집인에게 급여를 줬다. 승자는 위키피디아였다. 지식을 전파하는 데 자신도 기여할 수 있다는 네티즌의 자기만족이 돈을 이겼다. 또한 사유재산을 부정하고 부의 재분배를 위해 자신의 전 재산을 기부하여 공동체 마을을 만들고 농사일을 하면서 무소유의 청빈한 삶을 살았던 톨스토이를 통해서 따스한 경제학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p22 '경제학자의 문학살롱', 박병률, 한빛비즈)

그루야. 우리가 살아갈 미래사회는 로봇과 인공지능 발달로 옷으로 입는 웨어러블 컴퓨터, 인공지능을 이용한 전자제품은 사물인터넷으로 실용화되고, 3차원(3D)프린터, 드론, 유전자 복제, 휴머로이드 로봇 등의 기술이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어. 세계 미래학자들은 미래사회에 필요한 직업으로 검색기획전문가, 오감인식기술자, 도시대시 보드개발자, 사물데이터 인증원, 기억대리인, 아바타 개발자, 데이터 소거원, 마인드리더, SNS 보안전문가, 웨어러블 로봇개발자, 뇌기능 분석전문가 등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난다고 예측하고 있어. 살기 좋은 세상이란 기회가 평등한 세상이겠지. 그루가 되고자하는 체육선생님의 길도 이제는 첨단과학 기술의 도움을 받아 교과융합을 해야 하는 분야란다. 정보기술(IT)을 통해 자신의 재능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기회가 가도록 도우며 함께 사는 길을 걷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 줄게.

먼저 카이스트의 나눔 디자이너 배상민 교수는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의 이념을 담아 제품을 디자인하고 판매하여 기금을 모으는 '씨드 프로젝트'를 통해 지구상 70억명의 사람들 중에서 하루 1000원 이하의 돈으로 살아가야 하는 90% 이상의 제3세계 사람들, 북한 어린이들에게 정수기, 태양열 전등, 말라리아 모기퇴치제, 잔디가 자라는 바르는 페인트 등 삶에 꼭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가난한 지구 저편의 사람들을 돕는 일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는 점이 감동을 준단다.

'나다움을 발견하라. 문제를 파악하고 창조적으로 해결하라. 세상과 함께 나눠라. 공부하고 노력하고 재능을 단련해서 정말 필요한 순간에 그들이 원하는 그대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준비하라. 지금 내가 선 자리에서 세상을 바꿔라.'라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나눔 디자이너 배상민의 나는 3D다', 배상민, (주)시공사)

다음으로 3D프린팅 기술 스타트업 만드로를 창업한 이상호 대표는 삼성전자의 기술연구원이었으며, 2014년까지는 절단 장애인에 관한 복지나 전자의수 시장과는 별로 관련이 없는 사람이었대. 전자의수가 비싸게는 4000만원을 호가한다는 것, 값이 너무 비싸 전자의수가 꼭 필요한 대부분의 절단 장애인은 구입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는 것, 만약 전자의수 가격이 50만~100만원 정도인 지금의 노트북 수준까지 떨어지면 지금보다 더 많은 절단 장애인이 전자의수를 구입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4000만원을 호가하는 의수를 저렴한 가격에 제작하여 절단 장애를 당한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단다. 인터넷검색 사이트에서 펀딩으로 기부를 받고 있고, '빅워크'라는 착한 애플리케이션도 일상의 걷기를 통해 의수 기부를 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일을 하고 있단다.

그루야.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들려주고 싶구나. 그루에게는 탁월한 운동감각,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 독서를 많이 해서 창의력이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 너의 재능으로 네가 속한 세상에 많은 도움을 주며, 함께 행복해지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 선생님의 길도 많은 학생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길이기 때문이야. 가장 그루다운 일을 찾아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 늘 고민하고 최선의 선택을 하리라 믿어. 선생님은 늘 그루의 삶을 응원할게. 환하게 웃는 얼굴로 다시 만나자. 이만 줄일게. 안녕.

2015년 11월 25일
달빛로에서 터기쌤 김희지(그루터기 100년 학교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