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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한미약품③ 신약기술 ‘랩스커버리’… 6조원 규모 기술수출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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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한미약품③ 신약기술 ‘랩스커버리’… 6조원 규모 기술수출 ‘대박’

2006년부터 올 9월까지 R&D 9054억원의 60%상당 투입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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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김대성 기자] 한미약품이 올해 5차례에 걸쳐 사노피, 얀센, 베링거인겔하임 등 세계적인 제약사를 상대로 총 계약 규모 7조원이 넘는 대형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 가운데 한미약품이 이달 초 사노피와 얀센과 체결한 기술수출은 6조원 상당 규모로 전체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한미약품이 지난 5일 사노피와 체결한 39억유로(약 4조8600억원) 규모의 퀀텀프로젝트(당뇨 치료제) 기술 수출은 글로벌 빅딜 중에서도 최대 규모로 꼽힌다.

이어 9일에는 자체 개발 중인 옥신토모듈린 기반의 당뇨 및 비만 치료 바이오신약을 얀센에 총 9억1500만달러(약 1조500억원)에 기술수출 했다.

이 두 계약은 모두 한미약품의 랩스커버리(LAPSCOVERY)에 기반을 두고 있다.

바이오(단백질) 의약품은 인체 투여 시 반감기가 짧아 자주 투여해야 하는 불편함을 갖고 있다.

랩스커버리는 이 같은 바이오 의약품의 반감기를 늘려주는 혁신적 기반기술로 투여 횟수와 투여량을 감소시킴으로써 부작용은 줄이고 효능은 개선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지난 2004년 랩스커버리 기술을 첫 개발한 한미약품은 이를 활용하여 당뇨, 비만, 성장호르몬 결핍증, 호중구 감소 증 등 다양한 바이오신약을 최장 월 1회 투약주기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랩스커버리 기술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은 지난 2004년부터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3억 5000만명이 넘는 당뇨 환자들이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고통에 시달리는 것에 주목했다.

당뇨 질환 보유자가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에서도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추세를 미리 간파한 것이다.

임 회장은 랩스커버리를 적용할 경우 당뇨병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고 10여년이 지난 후 본격적인 결실을 맺게 된 셈이다.

한미약품 권세창 연구센터 소장은 랩스커버리 기술개발과 관련, “선진제약업체에 비해 후발업체로서 어떤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연구개발(R&D)에서도 경쟁사들과 어떤 차별화를 둘 것인지 고민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바이오의약품 트렌드가 매일 투여하는 것에서 일주일, 다시 한 달로 바뀌는 것에 집중했고, 당뇨병이라는 시장성이 큰 분야에 도전해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면서 “랩스커버리 기술을 개발하는데 만 12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1996년 한미약품에 입사한 권 소장은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와 20년 이상 호흡을 맞춰온 연구센터의 산 증인이다.

이관순 대표는 “한미약품이 적자를 본 2010년, 2011년에는 정체기가 찾아왔지만 신약 개발을 1년 늦추면 가치가 절반으로 뚝 떨어진다는 신념으로 R&D를 줄이지 않고 유지, 확대했다”며 꾸준한 R&D가 성과를 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미약품이 랩스커버리 기술수출을 하면서 체결한 사노피와 얀센 간의 기술수출료가 4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점도 주목된다.

두 계약은 모두 랩스커버리라는 바이오 신약기술에서 나왔지만 이들 계약의 차이는 사노피와의 계약은 이미 2상 임상 종료된 제품 계약이라는 점이며, 얀센과의 계약은 1상 임상이 종료된 상태라는 점이다.

이런 까닭에 두 제품의 계약금과 마일스톤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는데, 이는 2상 임상시험을 종료하기까지 위험부담을 한미에서 안고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용으로 풀이된다.

​한미약품은 올해 기술수출로 큰 재미를 보게 됐다. 여기에는 한미약품의 꾸준한 R&D 개발이 가장 큰 역할을 해냈다.

한미약품은 올해 9월 말 현재 1384억원의 R&D 비용을 투입했고, 이는 매출액 대비 19.0%에 이르고 있다. 제약사 가운데 단연 선두이다. 별도 기준으로는 R&D 비용이 1221억원으로 21.4%에 달한다.

글로벌이코노믹이 지난 2006년부터 올해 9월까지 한미약품의 R&D 비용을 조사한 결과, 총 9054억원에 이르고 있다.

한미약품은 랩스커버리 기술 개발에 전체 R&D 비용의 60% 이상을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술개발에 전담하고 있는 연구원만 해도 3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미약품의 실적은 R&D 비용을 쏟아부으면서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분기 누계 기준으로 매출액 7276억원, 영업이익 403억원, 당기순이익 38억원을 기록했다.

김대성 기자 kim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