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미래전략가 박경식의 미래진단: 응답하라 2020(4)] '절벽공화국'이 된 아찔한 대한민국 해법은 있나?

공유
8

[미래전략가 박경식의 미래진단: 응답하라 2020(4)] '절벽공화국'이 된 아찔한 대한민국 해법은 있나?

인구감소로 경제 전 분야 침체 고용없는 성장…청년들 절망

한국 주력산업 갈수록 둔화돼 소비침체로 자영업도 '한파'
세계적인 관광국가인 스페인에 가면 그 유명한 ‘누에보’라는 다리가 있다. 자연의 경이로움과 인간의 위대함이 돋보이는 다리다. 스페인 말로 ‘새것’이라는 뜻의 누에보는 늘 새것처럼 단단하게 그 자리를 지키며 자연과 인간을 이어주고 있다.

협곡 사이에 놓인 누에보 다리는 하늘을 향해 100m가 훨씬 넘는 높이로 치솟은 론다 절벽 위에 세워져 있다. 절벽 위에 건물을 지은 투우사의 나라 스페인, 소설가 헤밍웨이가 그의 마지막 생일을 지낸 곳도 바로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협곡마을 론다이다. 그는 이곳 절벽에서 피카소와 함께 즐기면서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썼다. 이처럼 헤밍웨이를 매료시킨 깎아지른 절벽은 우리에게 모험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3면이 바다에 둘러싸여 있어 바다로, 대륙으로 진출하기에 최고의 입지를 갖고 있다하여 부러움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 지리적인 이점을 잃어버리고 이제는 4면이 절벽으로 둘러싸인 나라로 변해가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2016년 새해 들어 사회 모든 분야에서 어려움과 절망적인 현상을 나타내는 여러 가지 형태의 절벽이란 단어가 쏟아지고 있다. 인구절벽, 고용절벽, 성장절벽, 자영업절벽, 소비절벽, 희망절벽에 이어 최근의 남북교류절벽, 통일절벽까지 우리의 미래를 짓누르고 있다.

이제 우리는 벼랑 끝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미래로 나아갈 것인가, 과거로 돌아갈 것인가?

스페인 론다 절벽 위에 세워진 누에보 다리.이미지 확대보기
스페인 론다 절벽 위에 세워진 누에보 다리.
지금 한국 사회는 한 발만 삐끗하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벼랑 끝에 서 있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하고 발버둥쳐도 한 번만 실패하면 바로 절벽 밑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막장 사회인 것이다. 대한민국의 현실을 진단하는 고재학의 ‘절벽사회’는 벼랑 끝에 서 있는 현재의 한국사회의 실태를 파악하고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자립형 사립고나 로스쿨에 들어 갈 수 없고, 가난한 아이들은 변호사, 의사의 꿈을 꿀 수 없는 교육절벽, 출산과 육아로 일자리를 떠난 여성들은 일자리 구하기가 불가능한 일자리절벽, 재벌 대기업의 승자독식이 가져오는 재벌절벽 등 절벽으로 밀어내는 사회를 진단하고 절벽을 허물기 위한 인간적 자본주의로 가는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직면한 사회의 실상을 고발하고 이와 같은 한국 사회의 절벽을 어떻게 허물 것인가를 놓고 절벽 문제들에 대한 사회적 대안을 제시했다. 먼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중산층과 서민층 소득을 높이고 이를 위해 성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 비정규직, 대형 할인점과 영세 자영업자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협업과 상생의 경제 패러다임을 실천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서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노후 준비와 자녀 교육이다. 전문가들은 직장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노후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결혼 준비에다 출산, 육아, 자녀 교육에 들어가는 과중한 부담 탓에 대다수 직장인은 노후 준비에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서울대 노화 고령사회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인의 은퇴준비지수는 100점 만점에 60점대 초반. 겨우 낙제점을 면하는 수준이다.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 조사에서도 한국인들은 높은 집값, 교육비, 고물가 등 삼중고 탓에 10명 중 7명은 노후 준비를 포기했거나 아예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 인구절벽
‘인구’, 당신을 경제 성장 방해죄로 체포합니다!

‘2018 인구 절벽이 온다’(원서명: The Demographic Cliff)에서 인구구조와 소비 흐름의 변화에 기반을 둔 경제 전망과 투자전략 분야 최고 권위자이며 포천에서 ‘100대 컨설턴트’로 선정된 해리 덴트는 지난 1980년대 일본 버블 붕괴와 1990년대 미국 경제 호황을 정확히 예측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의 저자이기도 한 해리 덴트는 경제 성장을 막는 원인으로 ‘인구’를 지목했다. 즉, 인구가 감소하면서 돈을 쓸 인구도 없고, 돈을 빌리는 인구도 없고, 돈을 투자하는 인구가 없기 때문에 경제가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 현실만 보더라도 ‘인구’는 유력한 용의자가 틀림없다. 해리 덴트는 이러한 인구 감소로 인한 세계 경제의 위기를 ‘2018 인구 절벽이 온다’에서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세계 곳곳에서 베이비 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다음 세대의 소비 주역이 나타날 때까지 경제는 아찔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이를 ‘인구절벽’이라 명명했으며, 그 불가피한 불황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2018년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고점에 도달하면서 앞으로 몇 년 내에 한 국가에 이어 또 다른 국가가 일본을 따라 식물경제에 빠질 것이라 전망한다. 빠르게 고령화하는 선진국들은 정상화하지 못할 것이고 더 큰 규모의 부양책을 쓴다 해도 경제 상태는 기껏해야 비틀거리는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마침내 글로벌 부채 위기가 터지고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부채 버블이 조정되면 인구구조 추이가 다시 올라가는 2020년 초부터 차기 호황기가 시작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 했다.

(2)고용절벽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1월 고용통계 현황을 보면 ‘2016년 1월 고용동향’은 청년 고용절벽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15~29세 청년 실업률은 지난 한 달 사이에 1.1%포인트나 급등해 9.5%에 달했다. 이러한 청년실업률은 1월을 기준으로 2000년 1월(11.0%) 이후 16년 만의 최고치다. 사실 ‘고용절벽’은 이미 예견돼 왔던 일이다. 성장률도 낮아지는 데다 고용 없는 성장이 심화되는 등 성장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엔 국내총생산(GDP)이 2.6% 증가했지만 취업자 수 증가율은 이의 절반인 1.3%에 머물렀다. 비정규직 증가 등 고용의 질을 제쳐놓더라도 우리 경제의 고용창출 능력이 한계에 이른 셈이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고용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말의 잔치’를 벌일 뿐 실효적인 대책을 내놓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알바와 인턴을 전전하는 청년들이 더 이상 꿈과 열정을 포기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청년실업률 극복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에서는 말뿐인 정책을 극복하고 실질적으로 청년고용 창출을 위한 입법과 대책마련이 필요하고 맞춤형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 강화와 청년 창업, 창직을 위한 지원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고 정부와 지자체 및 국회가 청년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청년 정책 추진과 청년일자리 확대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 청년 고용절벽을 해소해야 한다. 특단의 대책이 없을 경우 고용절벽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3)성장절벽

글로벌 경제가 성장률 저하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성장절벽에 대한 우려감이 확대 중이다. 우리의 8대 주력산업이 그 힘을 다하고, 이제는 서서히 바통을 터치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선산업, 철강산업, 통신산업은 ‘성장절벽’이 현실로 드러났다. 그동안 우리 산업의 밑거름이 된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의 시장규모가 지속적으로 축소되면서 앞으로 새로운 투자여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 통신산업 침체가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매출이 일제히 하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통신 3사는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통신서비스 사업 외에 사물인터넷(IoT)부터 핀테크,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수익을 올릴만한 사업으로 일제히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성장절벽’을 맞은 통신사들, 이제는 IoT·핀테크·스마트카 등 ‘뭐든지 한다’는 자세로 바뀌어야 한다.

(4)취업절벽

높아진 취업 절벽…100명 중 3명만 붙는다

2015년 기업들의 대졸 신입 공채 경쟁률이 평균 32.3 대 1로 나타났다. 100명의 지원자 중 3명만 붙는 셈이어서 청년 취업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전국 377개 기업을 대상으로 신입사원 채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졸 신입사원의 취업 경쟁률이 평균 32.3대 1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대기업의 취업 경쟁률은 35.7대 1로 조사돼 6.6대 1 수준인 중소기업보다 높을 뿐 아니라 전체 평균보다 높다. 또 제조업체(29.4 대 1)보다 서비스업종 등 비제조업체(37.0대 1)에 입사하기가 더 어려웠다. 여기에 지원자들이 취업의 마지막 관문인 면접까지 가는 비율은 올라갔지만 최종 합격비율은 줄어들어 더욱 심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총에 따르면 한 기업에 100명 지원시 서류전형에 합격한 인원은 절반에 가까운 49.2명이지만 면접 대상은 16명으로 줄고, 최종합격은 3.1명에 불과했다.

(5)자영업절벽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보다 많은 대한민국 치킨집

2015년 10월 경제기사를 보면 한국 자영업자들의 상징인 치킨집 창업이 해마다 늘어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치킨 전문점 수는 10년간 연평균 9.5% 늘어나 약 3만6000여 개에 달하며 현재 이 숫자는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를 초과한다. 치킨집이나 커피숍, 식당을 개업하는 자영업자들은 은퇴한 베이비부버 세대(1955∼1971년)가 주를 이룬다. 50~60세 이상 자영업자 비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데 정년,명퇴 이후 재취업이 거의 불가능한 현실에서 자영업 전선으로 뛰어들고 있어 자영업 시장을 포화상태에 이르게 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의 조사에 따르면 새로 창업하는 자영업자의 대부분(80.2%)이 다른 대안이 없어 생계유지를 위해 자영업을 선택한다고 한다. 즉, 지금 대한민국의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점포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창업에 뛰어들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슬픈 우리의 현실은 불과 얼마 전까지 직장인이었다가 명예퇴직 후 척박한 자영업의 생태계로 들어선 우리 부모 세대들의 90%는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는 사실이다. 자영업의 절벽에서 밀려나는 것이다.

취업난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구직시장이 점점 축소되는 가운데 창업으로 내몰리는 사람이 늘고 있는 모습이다. 더욱이 소비절벽 우려가 커지며 자영업자가 극심한 ‘한파’를 겪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국내 자영업자 비율은 타 국가들에 비해 너무 높다. 각국의 자영업자 비율을 보면 미국 7%, 일본 12%, 영국이 13% 정도 되는데 우리나라 자영업 비율은 2014년도 기준으로 15세 이상 생산 가능 인구 가운데 22.1% 정도에 이른다.
박경식 미래전략정책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