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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 팔면 침몰한다는 각오로 희망절벽 뛰어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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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 팔면 침몰한다는 각오로 희망절벽 뛰어넘자"

[미래전략가 박경식의 미래진단: 응답하라 2020(4-2)] 3면 바다에서 4면 절벽으로 바뀐 대한민국

● 희망절벽

2016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는데 인구절벽, 고용절벽, 부동산절벽 등 각종 절벽론이 난무한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올해 주택 인허가가 빠르게 늘어 주택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주택 인허가 물량은 74만채에 이른다. 분당·일산 등 신도시 건설이 진행됐던 1990년 이후 최대치다. 올해 분양 물량도 51만가구에 달한다. 1~2년 뒤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것이다. 이를 감안한 듯 서울 등 부동산 가격은 벌써부터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주택 수요 측면에선 이미 ‘인구절벽’에 부딪혔다. 만 15~64세인 생산가능 인구는 2016년을 정점으로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그만큼 주택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1인 가구가 늘어난다고 하지만 대세는 막을 수 없다. ‘인구절벽’을 쓴 해리 덴트는 “한국은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소비 성장을 이끌 다음 세대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부동산 가격 거품이 곧 꺼질 것이고 일본의 모습을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12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감안하면 충격파는 상상 이상일 수 있다. 가계부채가 곧 직면할 문제는 미국의 금리 인상, 즉 기준금리 제로시대의 종언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의 충격은 곧 시작될 것이다. 또한 그동안 위기 극복의 선두에 섰던 선도기업들은 저성장 늪에 빠졌다. 조선, 건설, 해운 등 위기 업종은 물론이고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등도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무역수지 흑자는 늘어나지만 이른바 ‘불황형 흑자’다. 수출은 매달 감소세다. 무역협회가 내놓은 내년 산업별 수출기상도는 ‘맑음’ 업종이 하나도 없다. 주력 업종 대부분이 ‘흐림’이다.

중국 기업의 추격과 중국 경제의 경착륙은 더욱 공포스럽고 각종 절벽에 부닥친 경제·정치 여건도 문제지만 요즘에는 만나는 사람마다 희망이 없다고 하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의욕을 잃어버린 청년들, 사교육비와 자녀 결혼비용에 허리가 휜 중년들, 갈수록 가난해지는 노년들. 부자는 돈 굴릴 곳도 쓸 곳도 없고, 가난한 사람은 돈 벌 곳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계층별·세대별로 미래 희망을 잃어버리고 있다. 대한민국은 점점 희망절벽에 다가서고 있다.

● 남북교류절벽

최근의 개성공단 폐쇄 여부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다. 찬성하는 측은 “이대로 북한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고 하고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개성공단 폐쇄는 경제, 안보, 정치 등 여러 분야에서 우리에게 큰 충격을 줄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느 진영의 말이 옳고 그르며 합리적인가를 떠나서 남북 인적교류는 작년 13만2000명으로 2008년 이후 최대로 그중 개성공단 인력이 97%를 차지했다. 지난해 남북 간 인적교류가 2008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빈번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가 개성공단의 전면 중단을 결정하면서 올해 남북 간 인적교류는 또 다시 ‘빙하기’에 들어설 전망이다.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후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에 마련된 개성공단 패션 대바자 행사장을 찾은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후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에 마련된 개성공단 패션 대바자 행사장을 찾은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지난해 7년만에 최대 남북교류에서 남북교류절벽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다소 냉랭해진 남북 관계의 마지막 보루는 역시 개성공단이었다. 하지만 개성공단이 사실상 폐쇄 수순을 밟으면서 이 같은 추세에도 변화는 불가피해졌다. 남북 인적교류의 대부분을 개성공단에서 담당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이후 인적교류 수준도 2000년대 이전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 통일절벽

지난 2월 7일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최악상황이 벌어졌다. 개성공단은 군사분계선을 두고 서울에서 60㎞ 떨어져 있다. 그곳에 330만㎡, 북한 근로자 5만4000명, 저렴한 인건비, 섬유와 기계금속업종이 대부분인데 개성공단 한 곳에만 생산시설을 둔 영세업체도 많다. 공단 폐쇄에 자산 동결까지 선포하면서 업체들이 받는 타격은 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개성공단 내 우리 측 자산을 몰수하고 하루 만에 인력을 모두 추방한다는 북한의 일방적인 통보다. 날벼락이었다. 이는 경제적인 것을 떠나 더 이상 대화하기 힘든 등을 보이고 돌아선 것이다.

지난해 경제전문가들은 “북한에 개성과 같은 경제특구가 5∼6개 정도 더 생기면 남북 관계는 거의 혁명적 수준으로 변화가 올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했다.

● 결론

‘어느 벽은 절벽이 되고, 어느 벽은 새벽이 된다’는 글이 있다.

국내 한 언론사가 ‘세계 석학에게 듣는다’ 시리즈에서 지난해 12월 일본의 세계적 경영 사상가인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 비즈니스브레이크 스루대 대학원 총장에게 한국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 절벽에 빠진 우리의 미래를 위해 그의 지혜를 빌려 보고자 한다.

“한국 경제가 ‘중진국 딜레마’에서 벗어나려면 주변 국가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이용할 것은 이용해야 한다.” 그는 중진국 딜레마에 빠진 한국 경제의 미래를 경고했다. 중진국 딜레마는 성장 동력 다변화에 실패해 10년째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덫에 빠져 답보하고 있는 한국 경제를 일컫는 말이다.

먼저 ‘성장 절벽’에 부딪힌 한국 경제에 대한 생각에 대한 답변에서, “혁신의 부재, 기초과학의 경시, 베끼기 문화 탓에 벽에 부딪혀 있다. 지금 방식으로는 딜레마에서 탈출할 수도, 노벨상을 탈 수도 없다. 그 뿌리에는 암기 위주 교육이 있다. 지금 한국은 ‘학교 수재’ 만능 사회다. 이래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한국은 또 경제가 성공하면 원화 가치가 높아져 점점 더 괴로워지는 구조다. 전형적인 중진국의 딜레마다”라고 답했으며, 한국은 앞으로 “먼저 외국에게서 배워야 한다. 일본은 이노베이션으로 엔화 강세와 미·일 무역전쟁을 극복했다. 무엇보다 미국에서의 생산을 궤도에 올려 지금 자동차 400만 대를 미국에서 생산하고 이익을 내고 있다. 다음은 스위스와 이탈리아다. 스위스는 인구 800만 명의 작은 나라가 세계적 기업을 많이 배출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거시 경제는 안 좋지만 작은 도시나 마을이 세계를 상대로 상품을 만들고 있다. 나라는 망해도 도시는 살아남는다는 식이다. 파르메산 치즈나 토스카나 와인 등 세계적 상품을 만드는 마을이 1500곳이나 있다. 작은 마을들이 세계화를 주도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만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기업공개(IPO)를 가장 많이 한 나라가 대만이다. 미국 통계에는 ‘차이나(중국)’라고 돼 있지만 실제로는 모두 대만이다. 대만의 ‘차이완(차이나와 타이완의 합성어)’ 전략이 제대로 먹혀든 것인데, 일본에서 부품이나 기계를 사다가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 등지에 파는 모델이다. 한국은 일본을 활용하지 않지만 대만은 다르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 경제에 재도약의 기회는 남았다고 보냐는 질문에, “역시 인재에 달렸다. 정답을 달달 외운 엘리트로는 안 된다. 현대 일본의 대표 경영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 혼다 소이치로 등은 아무도 대학을 안 나왔다. ‘아카데믹 스마트’가 아니라 ‘스트리트(street) 스마트’가 필요한 시대다. 아카데믹 스마트는 낡은 것만 배운다. 빛의 속도로 세상이 바뀌는데 미국 비즈니스스쿨에 가서 케이스 스터디 외워봤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다. 미국은 그래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독특한 사람들이 모여들어 경쟁한다. 한국과는 다르다. 무턱대고 따라 배워선 득이 될 게 없다.”

우리에게는 누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한국 경제에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희망절벽을 뛰어넘을 용기와 리더십이 절실하다. 도처에 희망절벽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서 암담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쉽게 해답이 보이지 않고 난관을 뚫으려는 국민적 의지도 실종된 지 오래다. 소통과 설득으로 국민과 함께하려는 리더십도 미미하고 지도자를 믿고 따르려는 폴로어십도 사라져버렸다. 미래, 희망, 위기극복, 공동체라는 단어는 생소해지고 그 자리에 갈등, 투쟁, 자신감 상실, 패배주의 등 새로운 글자가 채워지고 있다.

세계 경제는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광풍이 언제 우리에게 불어닥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내부로 눈을 돌리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우리의 생존권을 움켜쥔 수출은 성장동력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했고 기업과 가계는 짓누르는 부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존 산업은 수명을 다했고 새로운 성장동력은 캄캄 무소식이다. 대기업은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를 개척하는 ‘퍼스트 무버’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고 중소기업은 의욕을 잃었다. 여기에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쫓아오고 있다. 한국 경제의 대명사였던 역동적인 ‘다이내믹 코리아’는 옛말이 됐다.

지금 한국은 중증 환자다. 가만 놔둔다면 침몰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뭔가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위기극복을 위한 비상한 돌파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우리에게는 위기가 다가올수록 더욱 강인해지는 ‘코리아 DNA’가 있다.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상대적으로 남들보다 짧은 기간에 극복한 사례가 이를 말해준다. 우선 정부는 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적 에너지 결집을 위해 통합과 설득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지역, 계층, 이념 갈등에 더해 세대 간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대통령을 위시한 정부가 더욱 포용적인 의지로 국민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문제 해결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위기 극복의 주체세력으로서 기업들의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우선 대기업들이 상생과 협업정신으로 새로운 미래 비즈니스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실천하고, 신사업 분야에서 개척자로서의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대기업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성장, 고용, 수출 등이 동시에 정상화된다. 또 협력업체로서 중소기업의 활력도 강화된다. 지금은 살아남는 기업이 승자다. 기업들은 ‘강한 자가 살아 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한눈 팔면 죽는다’는 각오로 세계 경제전쟁에 임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희망절벽을 뛰어넘을 지혜를 모으고 용기를 내야 할 때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우리에게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박경식 미래전략정책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