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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양계농가 눈물짜는 하림의 '직원 노후보장 아이템' 논란…직원 차명으로 양계농가 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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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양계농가 눈물짜는 하림의 '직원 노후보장 아이템' 논란…직원 차명으로 양계농가 소유

[글로벌이코노믹 편도욱 기자]

"자기들끼리 치고
받고 싸우면서 닭값 떨어뜨려 수익은 급감하는데, 직원들까지 돈 더 벌겠다고 뛰어드니…. 영세한 양계농가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입니다."(육계 업계 관계자)

"노후를 위해 양계농가를 하고 싶어하는 직원들이 많습니다. 그렇
게 많이들 하고 싶어합니다.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하림 관계자)

국내 1위 양계기업 하림의 일부 직원들이 차명으로 양계농가를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도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육계업계 한 관계자는 28일 "하림의 J 본부장 및 일부 직원들이 양계농가를 차명으로 운영하고 있어 다른 양계농가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수직적인 구조로 이뤄진 육계업계의 특성상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하림 직원이 직접 양계 사육에 나설 경우 영세한 양계농가와의 형평성이 보장되지 않아 양계 농가들이 상대적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양계농가의 주장이다. 특히 양계농가를 운영하고 있다고 알려진 직원들 대부분이 양계농가 관리 및 양계 사육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자기 이익을 위해 일반 양계 농가에게 피해를 전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양계 산업은 타 축종과 달리 계열화 사업을 발전시켜 생산-가공-유통의 사슬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산업구조로 이뤄져 있다. 계열화에 의해 농가는 닭의 사육을 전문화하고 하림 등 계열화 사업자는 농가 관리 및 사료 제공과 가공 유통 등을 전담하고 있다.

문제는 하림 등 계열화 사업자들이 미국의 스미스필드 등 대형 축산기업에서 도입한 상대평가 제도를 통해 양계농가에게 이른바 '갑'질을 하고 있는 상황이 여러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데도 직원들이 직접 양계할 경우 수매 과정에서 상대적 혜택을 받을 것은 자명하다 .

특히 사료를 적게 쓰는 농가에 대해 혜택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농가 간의 경쟁을 부추겨 육계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양계농가는 사육 규모를 늘려 일종의 박리다매 방식으로 근근히 견디고 있는 상태다.

최근 육계 계열업체들 간 물량싸움이 벌어지면서 지난해 kg당 연평균 산지 육계값이 생산비 1339원을 겨우 넘긴 1400원에 그친데 이어 최근 시세는 1200원대까지 떨어져 양계농가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반면 육계업계 선두기업인 하림의 지난해 매출액은 7952억원으로 2014년 7545억원에 비해 407억원(5.4%)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지난 2014년 12억원 적자에서 지난해에는 49억원 흑자로 반전했다.

이에 따라 계열화 사업자들이 양계농가가 희생을 강요해 수익을 늘렸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사육농가에 계열화 사업자들의 이익을 일부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하림직원이 양계농가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계업계 일각에서 하림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당 직원은 J본부장과 S부장 및 K직원 등으로 이들은 진안과 남원 등에 차명으로 양계농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하림 관계자는 "J본부장 등이 양계농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가족 이름으로 양계농가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어 "하림 직원 들 중 노후를 대비해 양계농가 운영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상당수"라고 밝혔다. 사실상 회사 묵인 하에 직원들이 차명 양계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어서 해당 직원들은 물론 회사까지도 도덕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양계농가의 한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수직적 관계 하에서 농가의 이익을 좌지우지하는 계열화 사업자 현직 직원의 양계농가 소유를 용인할 경우 기존 농가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며 "하물며 하림은 농가에 대한 '갑질'로 종종 물의를 일으킨 업체"라고 말했다. 이어 "계열화 사업이 정부의 정책을 통해 정착된 제도인 만큼,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정책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법적인 문제가 없기 때문에 하림 직원의 양계농가 운영에 대해서 개입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공기업이 아닌 사기업에 제재를 하기는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양계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가 이 문제를 외면할 경우 결국 양계농가가 계열화 사업자에 종속되는 현상이 가속화 돼 몇 억이나 되는 농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소작농으로 전락하는 일이 이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toy10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