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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고에 미쓰비시 파문 등 ‘3중고’로 시름하는 일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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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고에 미쓰비시 파문 등 ‘3중고’로 시름하는 일본경제

[글로벌이코노믹 조은주 기자] 일본 경제가 각종 악재로 위기를 맞고 있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이른바 극단적인 돈풀기 정책으로 한때 달러당 130엔에 육박했던 엔화 환율은 하락을 거듭하며 106엔대까지 무너졌다.

엔화 가치는 올초 글로벌 경제가 크게 흔들리자 안전자산인 엔화로 자금이 몰리면서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여기에 일본은행이 1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자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더욱 거세지면서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특히 지난달 28일 일본은행이 추가부양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엔화 가치는 급등세를 타며 2014년 10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이하 미쓰비시차)의 연비 조작 파문과 구마모토 대지진 여파는 일본 제조업뿐 아니라 일본 경제 전반이 크게 흔들고 있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엔고 등의 악재가 자동차와 전기 등 수출 관련 기업의 실적을 압박하는 등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일본 경제가 각종 악재로 위기를 맞고 있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이른바 극단적인 돈풀기 정책으로 한때 달러당 130엔에 육박했던 엔화 환율이 하락을 거듭하며 110엔까지 무너졌다. 지난달 28일 일본은행이 추가부양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엔화 가치는 급등세를 타며 2014년 10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거래되고 있는 모습. / 사진 = 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경제가 각종 악재로 위기를 맞고 있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이른바 극단적인 돈풀기 정책으로 한때 달러당 130엔에 육박했던 엔화 환율이 하락을 거듭하며 110엔까지 무너졌다. 지난달 28일 일본은행이 추가부양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엔화 가치는 급등세를 타며 2014년 10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거래되고 있는 모습. / 사진 = 뉴시스

◇ 미쓰비시는 존폐위기 직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일 미쓰비시차의 지난달 경차 신차 판매 대수가 전년 동월 대비 약 45% 감소한 1500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연비 조작 파문의 여파로 지난달 20일부터 미쓰비시의 주력 경차인 'eK 왜건'과 'eK 스페이스' 등 4개 모델의 판매가 일제히 중단됐기 때문이다.

또 오카야마 현 구라시키 시의 미즈시마 제작소의 직원 1300명이 자택 대기 중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태로 가동이 중단되거나 타격을 입은 하청업체는 7777곳에 육박한다.

미쓰비시 측은 문제의 차량을 구입한 고객뿐 아니라 부품업체 등에도 배상을 해야 한다. 노무라증권은 이번 파문의 총 비용이 1040억엔(약 1조800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차 전체 판매량에서 eK 시리즈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40%. 따라서 이들 차량의 판매 중단으로 미쓰비시차는 존폐 위기에 내몰린 셈이다.

◇ 지진으로 제조업, 관광업계 모두 '울상'
지난달 14일 발생한 구마모토 지진 여파도 일본 경제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혼다, 소니 등 일본 굴지의 제조업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기 때문이다.

혼다는 오는 6일부터 구마모토 제작소의 생산라인을 일부 재개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하지만 지진 피해 복구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3개월 이상 더 걸릴 전망이라고 혼다 측은 밝혔다.

소니는 이미지 센서를 제조하는 구마모토 공장의 가동을 이달 말 일부 재개하기로 했다. 공장 고층은 지진 피해가 심각해 생산 재개가 불투명하지만 저층의 웨이퍼 공정은 가능하다는 게 소니 측의 설명이다. 지진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지진 보험 최고보상액인 200억 엔을 초과할 것으로 소니 측은 보고 있다.

도요타 부품업체 아이신은 구마모토 공장에서 생산하던 제품을 모두 다른 공장에서 대체 생산하기로 하고 1일 조업을 시작했다.

이번 지진으로 인해 규슈지역 관광 업계는 그야말로 '휴업' 상태다. 지난달 29일 일본 최대 연휴 기간인 ‘골든위크’가 시작됐지만 지진 피해가 복구되지 않은데다 여진도 계속되고 있어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현재 3만7000명 이상이 구마모토현 여행 예약을 취소했다. 현 내 대표 관광지인 구마모토성은 복구까지 최소 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복구를 위한 비용은 100억 엔(약 1029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연간 25만 명이 방문하는 기쿠치 시 기쿠치 계곡은 지진으로 인한 산사태로 접근이 아예 불가능한 상태다.

일본 정부는 이달 1일부터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세 면세 금액을 기존 1만 엔 이상에서 5000엔 이상으로 인하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당분간 일본 관광 산업 전반이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일본 구마모토 현 내 대표 관광지인 구마모토성은 복구까지 최소 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복구를 위한 비용은 100억 엔(약 1029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전날 강진으로 무너진 구마모토성의 모습. / 사진 = 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구마모토 현 내 대표 관광지인 구마모토성은 복구까지 최소 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복구를 위한 비용은 100억 엔(약 1029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전날 강진으로 무너진 구마모토성의 모습. / 사진 = 뉴시스

◇ 추가 완화 기대했지만...환율 리스크 부상
환율 리스크 역시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달 28일 시장의 예상을 깨고 일본은행이 추가 금융완화를 보류하자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장중 111.88엔에서 3% 이상 폭락하며 107.92엔을 기록했다.

또 지난달 30일에는 장중 106.28엔을 터치하면서 107엔대 마저 무너졌다. 이는 엔화 강세 현상이 심했던 4월 초보다도 더 낮은 환율로 2014년 10월 22일 이래 최저치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낮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엔화 가치가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시장조사기관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를 인용해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7주째 일본 주식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EPFR 자료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일본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약 20억 달러(약 2조2800억원)다. 이에 대해 UBS웰스매니지먼트의 앤드루 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일본 경제의) 기초체력이 취약해지고 있고 기업 심리도 좋지 못하며 물가 상승 기대감은 커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행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다소 놀랍다"고 지적했다.


조은주 기자 ej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