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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727)]문학 속에 담긴 흥미로운 '지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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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727)]문학 속에 담긴 흥미로운 '지리이야기'

문학을 현실을 반영한다. 문학작품 속에서 특정한 시대와 공간 속에서 살아 간 인간의 삶이 살아 숨쉬고 있다. 문학으로 보는 이야기는 인물과 사건이 만들어내는 스토리를 중심으로 파악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현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읽으면 새로운 관점으로 문학을 만날 수 있다. 이런 새로운 시각으로 문학 속에 담긴 흥미로운 지리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문학 속의 지리 이야기'라는 책을 소개한다.

이 책에서는 20가지 문학 작품을 산업, 촌락, 인구 등 지리학적 지식으로 문학과 인간의 삶을 해석한다. 글쓴이 조지욱은 고등학교 지리 선생님이다. 문학과 지리를 엮어 동화에서부터 소설까지 20가지 문학 작품을 새롭게 설명하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가장 흥미로웠던 내용은 이솝 우화 '양치기 소년과 늑대'를 지리학의 눈으로 본 것이다.

기원전 6세기경에 고대 그리스인 이솝이 살았던 그리스와 지중해 쪽의 알프스 산지나 에스파냐의 메세타 고원 등 남부 유럽의 지중해성 기후 지역에서는 목초지를 따라 이동하며 가축을 기르는 이목이 널리 행해졌다. 알프스 산맥은 험준하며 오랜 시간을 산지를 떠돌며 양을 돌보던 양치기들은 나이는 많아야 11~13살 사이로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양 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불우한 환경의 소년이었을 것이라고 보았다. 늑대가 출몰하는 산중에서 홀로 양을 치면서 외로움을 느꼈을 것이고 너무나 사람이 그립고 관심이 필요해서 거짓말을 했을 것이다. 알프스 등지의 이목이라는 농업 방식의 사회를 알게 되니 알프스의 깊은 산 중에서 고달프고 외로운 삶을 살았을 양치기 소년에 대한 오해가 풀리며 깊은 연민을 느끼게 된다.

또 다른 문학작품은 이청준의 '매잡이'이다. 매를 잡아 오랜 시간 길들여 매와 혼연일체가 되어 매사냥을 축제로 만들었던 매잡이의 고수 곽돌의 이야기다. 곽돌은 매잡이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기지 않고 자신의 삶 그 자체로 여기며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던 인물이다. 그러나 공업화가 진행되는 사회에서 매잡이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사라졌고, 곽돌은 매잡이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며 살려고 애쓰다가 스스로 식음을 전폐하고 죽음을 택한다는 내용이다. 매잡이 곽돌이 처한 상황이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과 오버랩 되었다.

멀지않은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을 앞지르며 인간의 두뇌와 같은 인공지능이 컴퓨터에 업로드 된 슈퍼컴퓨터가 탄생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인공지능의 발달로 미래에는 더 많은 일자리에 로봇과 인공지능이 활용되면서 인류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 주지만, 인간의 일자리도 거의 대부분 빼앗아간다. 약사, 변호사, 운전사, 우주비행사, 점원. 베이비시터, 재난구조원 등이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직업들의 예이다.(『우리가 아는 미래가 사라진다.』 중에서 p49)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의 발달로 로봇과 인간의 경계가 허물어진 인간을 의미하는 '트랜스휴먼'이 대중화되는 시대가 오면서 새롭게 부상하는 직업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인간 대표 이세돌의 세기의 대결에서 인간의 자존심을 지킨 것은 한 판의 승리가 아니라 승률이 있다고 예견되던 흰 돌이 아니고 계속 패배했을 때 잡았던 검은 돌을 선택한 점이다. 이전의 가치관이 아닌 로봇과 공존하는 삶을 살아가야 할 현대인. 곽돌의 죽음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 낯선 삶에서 절망감을 느낄 우리의 자화상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나 이세돌의 선택을 보면서 익숙하던 세계가 사라지고 낯설게 다가올 불안한 미래를 살아 갈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은 문학 속의 도시와 촌락에 대해 알 수 있는 박지원의 '허생전'이다. 허생이 살았던 묵적골은 어떤 마을일까? 허생이 살던 묵적골은 한양의 남촌(청계천 이남의 남산 자락)에 있는 마을이었다. '먹향이 쌓이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가난한 선비들이 글을 쓰며 살아가는 마을이었다. 다 쓰러져 가는 초가집에 살며 온종일 방 안에서 글만 읽던 허생은 아내의 하소연으로 돈벌이에 나서고, 짧은 시간에 1만 냥을 10만 냥으로 불려 놓는다. 당시 1만 냥으로 온 나라 과일을 모두 사들일 수 있을 만큼 작았던 조선의 경제 규모가 짐작이 된다. 현재 허생이 살았던 묵적골은 남산 한옥마을이 조성되어 있다.

그 주변 새롭게 급부상하고 있는 경복궁의 서쪽이며 인왕산 기슭의 서촌마을이다. 통인동은 이 지역에 있던 마을 이름인 통곡과 인왕산에서 각각 그 첫 자를 따서 합성한 데서 유래되었고 하며, 원래 통곡의 이름을 따서 통동이라 하다가 1936년에 유교의 기본덕목인 인・의・예・지 중 첫째 근본이 되는 '인'을 넣어 이름을 바꾼 것이라고 하기도 한다. 또 종로에는 관리들이 행차할 때 겪는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백성들이 모여 살았던 '피마골'이 있으며,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보냈던 잠실동은 조선 초에 양잠을 장려하기 위하여 '잠실도회'가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잠실'이라 불리어졌다고 한다.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는 성남동은 두엄마을 '분골'이다. 우리 마을의 옛 지명에는 마을공동체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이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는 행정의 편의를 위한 도로명 주소가 아니라 옛 지명에 담긴 마을의 지나온 세월의 자취와 역사 속 이야기를 보존하여 관광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지금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구나, 삶에는 내가 아는 정답만 있는 것이 아니구나. 현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바라는 세상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마지막 책장을 덮는다.
김희지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진로독서센터 연구원(성남 동광중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