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조직변화 성공 원한다면 철저한 사전준비부터 하라

공유
2

조직변화 성공 원한다면 철저한 사전준비부터 하라

[우형록 교수의 변화를 넘어 미래로(7)]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준비하라

기업들 준비 없이 변화원해
목적 불분명한 교육 등 매진
성과에 한계 느껴야만 후회
모든 조직 구성원이
변화에 대한 지지자가 돼야
불필요한 갈등•낭비 사라져

Plans are Worthless, but Planning is Everything.

미국의 34대 대통령이자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최고사령관이었던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가 전장에서 뼈저리게 느낀 바를 담아 낸 경구이다. 계획했던 작전(plan)은 쓸모가 없었지만 계획하기(planning)는 절대적으로 긴요했다는 의미이다. plan은 planning이라는 ‘과정’의 결과물이다. 추정컨대 전투에 앞서 계획된 작전이 실제 전쟁터에서 그대로 수행되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싸움터의 지형지물, 적군의 화력과 수, 기후조건 등이 수립된 작전과 맞아떨어지는 일은 드물다. 이렇게 plan은 현실을 맞닥뜨리자마자 폐기된다. 그렇다고 전투를 포기하고 다시 작전을 제대로 짜기 위해 후퇴하는 바보는 없다. 어차피 plan이 무용지물이 되는 형국이라면 무엇으로 싸우겠는가.

planning이다. 작전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구축된 각자의 역할과 책임, 공유된 정보, 서로의 신뢰로 싸우게 된다. 작전상 예상하지 못했던 진흙탕이라 내가 좀 늦게 목표 지점에 도착하더라도 동료병사들이 버텨주고 뒤에서 엄호해 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싸운다. 아이젠하워의 격언은 계획의 결과(plan)보다 계획하는 과정(planning)의 의미를 새삼 강조한다. 계획된 작전과 예측 불가능한 전투 상황 간의 격차가 극심할수록 planning의 실효성은 배가된다. 나아가 기업환경의 불확실성과 급변성이 이런 전쟁터와 진배없다면 조직 변화를 준비하는 과정 또한 재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변화 준비는 최근까지도 등한시되거나 변화의 첫 단계에 불과했다. 그러나 오클랜드와 태너(J. S. Oakland and S. Tanner)는 조직 변화로부터 독자적인 영역으로 변화준비를 분리한다. 조직 변화 체계는 ‘변화준비(readiness for organizational change)의 고리’와 ‘변화실행(implementing organizational change)의 고리’로 구성된다. 두 고리를 상하로 중첩되도록 연결시켜 변화 준비와 변화 실행이 순환적으로 이어지는 상호작용을 표현하고 있다.
먼저 상층에 위치한 변화 준비 고리는 조직 외부에서 발생하는 변화 동인에 의해 촉발된다. 일반적으로 변화 동인은 외부에서 도래할 수도 있고 내부에서 요구될 수도 있다. 고객, 주주, 경쟁, 규제 등이 외부 동인이고 제품 및 서비스의 품질 및 개발, 프로세스 개선, 운영효율성 제고 등이 내부 동인이다. 그러나 오클랜드와 태너는 내부 동인이란 외부 동인을 해석하여 고안해낸 해결 대안이라고 보았다. 예를 들면 외부 동인인 고객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하거나 운영효율성을 높일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파악된 변화 필요성을 반영하여 가치, 비전, 목표 등을 새롭게 구성하고 이들을 효과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하층에 위치한 변화 실행 고리는 실제 업무에 새로운 변화를 적용하는 단계이다. 조직을 재구축하여 역할을 부여하고 역량과 자원을 안배한다. 성과를 모니터링하여 지원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교육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조직구성원의 행동적 실행을 유도하게 된다.

오클랜드와 태너의 연구에서 변화 실행 고리에 비해 변화 준비 고리를 상대적으로 경시한다고 밝혀졌다. 대다수 기업이 변화 실행 고리로 곧장 돌진하여 목적이 불명확한 교육이나 실행 과제들에만 매진한다는 것이다. 초창기에 가졌던 열정과 에너지가 고갈되고 성과에 한계를 느낀 후에야 비로소 변화 준비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왜냐하면 지속적인 변화 추진력은 강건한 변화 준비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미국 16대 대통령 링컨(A. Lincoln)이 남긴 명언을 성찰해 보자. 혹시 우리의 변화 관리가 무뎌진 도끼로 나무를 실효성 없이 내려찍고 있는 되풀이 활동은 아닌지.

나무를 베는 데 6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먼저 4시간은 도끼를 날카롭게 가는 데 쓸 것이다(Give me six hours to chop down a tree and I will spend the first four sharpening the axe.).

이상적인 조직 변화 준비란 모든 조직 구성원이 변화의 지지자가 되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조직 변화 준비에 대한 연구 결과는 5요인 모형으로 점철된다. 첫째 요인은‘불일치(discrepancy)’이다. 현재 상태와 원하는 상태의 격차를 규명하고 알리는 활동이다. 불일치는 ‘왜 조직변화가 필요한가?’에 대한 답이다. 현황과 목표의 차이를 알려줌으로써 조직 구성원들은 변화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동참하려는 의지도 싹트게 된다.

그러나 필요한 것이 항상 유익한 것은 아니다. 모름지기 조직 변화는 인식된 불일치를 완화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 효능이 있어야 한다. 조직 변화의 유익한 가치가 ‘유의성(organizational valence)’이다. 남들이 하니까, 좋다고들 하니까 도입하는 것은 정당성이 약하다. ‘이 조직 변화는 우리에게 합당한 것인가?’라는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풍문에 경영진의 성장과 네트워크 형성에 기여해야 할 조찬회가 오히려 기업에 악영향을 준다고들 한다. 경영진은 빠른 성과를 기대하고 조찬회에서 들었던 경영기법을 도입하는 데 결말이 부정적이다. 시중에 유행한다고 우리 회사에도 유익하라는 법은 없다. 변화 추진자가 철저히 점검하더라도 조직 구성원에게도 충분히 전파, 설득해야 쓸모 있는 유의성이 형성된다. 불일치가 변화의 필요성이라면 유의성은 변화 도입에 대한 조직적 인정과 직결된다. 불일치와 유의성이 동시에 공인되어야 조직 구성원들이 합당한 변화의 이유와 필요성에 공감하게 된다.

조직변화가 가져올 개인 차원의 유익한 ‘혜택(personal valence)’도 사전에 규명되어야 한다. 조직 구성원들이 조직 변화의 성과나 효능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작용할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효과에도 관심을 갖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조직 변화의 성과로서 기업의 효율성 및 효과성이 제고된 후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면 자연스레 조직 변화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조직 변화가 개인에게 자아실현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염두에 두었던 경력 목표 달성에 기여할 때 조직 구성원들의 수용도는 극대화된다. 따라서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보상제도, 업무 난이도, 경력개발과 같이 조직 변화와 관련된 인사제도는 미리 마련되어야 한다.

네번째, 조직 구성원들이 제안된 변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변화효능감(change efficacy)’을 북돋워 주어야 한다.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과업을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변화 효능감은 성공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 성공경험이 부족하다면 조직구성원들이 조직 변화에 필요한 지식, 기술,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음을 강조하여 자신감을 고취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를 개발할 수 있는 교육과 훈련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해 주어야 한다. 기존의 약점이나 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할 학습과 개발이 변화 효능감의 초석이 된다. 이런 투자에 인색한 기업은 아무리 겉모습이 화려하더라도 내부적 변화 동력은 제약될 수밖에 없다.

가장 구비하기 힘든 요인은 ‘핵심 인물의 찬동(principal support)’이다. 기업 내 영향력 있는 리더나 동료의 지원과 참여를 말한다. 일반적인 영향력은 공식적인 지위나 전문성으로부터 발현되지만 조직 변화에 더욱 핵심적인 것은 ‘준거력(reference power)’이다. 준거력이란 특정한 인물에게 사람들이 일체감을 느껴 추종하고 신뢰하며 존경하는 힘이다. 준거력을 보유한 핵심 인물은 조직 변화에서 어떤 경영진이나 전문가보다 막강한 영향을 미친다. 조직 구성원들은 핵심 인물이 변화에 반대하는지, 아니면 변화에 앞장서는지 관심을 갖는다. ‘어떤 조직변화이냐’도 중요하지만, 그 변화를 ‘누가 지지하고 있느냐’도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핵심 인물을 파악하여 조직 변화에 대한 홍보 및 설명을 사전에 수행하여 참여시키거나 찬동하도록 유도하는 사전 계획이 필요하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핵심 인물을 조직 변화의 주관 부서로 영입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현실의 대부분은 이와 정반대이다. 변화를 주도할 조직을 새롭게 구성하면서 핵심 인물은커녕 각 부서에서 역할이 애매했던 직원들이 차출되어 조직되는 경우를 흔히 본다. 그도 그럴 것이 각 부서의 관리자들이 본연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면서 핵심 인물을 선발해 줄 이유가 없다. 이러한 평판은 조직 구성원들에게 부지불식중에 빠르게 전달되어 변화 추진 과정에서 지원이나 협조를 원활하게 받을 수 없게 만든다. 조직 전반에 걸쳐 소통하는 조직 변화 업무의 특성상 이는 치명적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으므로 실패를 계획한 것이다.

이상으로 조직 변화 준비로 정의된 불일치, 유의성, 혜택, 변화 효능감, 핵심 인물의 찬동은 조직 변화를 적극적으로 착수하겠다는 메시지이다. 조직 변화 준비 작업이라면 흔히 선행하여 도입한 기업들을 동종업계와 이종업계를 따져 찾아내고 성과를 확인하고 투입된 인력과 경비를 따져본다. 하지만 조직 변화는 결국은 연성자원(2016년 5월 4일자)인 사람이 움직여야 완성된다. 조직 변화 착수 전에 전달할 메시지의 내용, 전달자, 소통 방법과 피드백을 관리하는 체계적인 조직 변화 준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조직 변화를 준비하면서 너도 나도 ‘최고경영진의 관심과 참여’를 주문한다. 참 쉬운 말이다. 최고경영진의 관심과 참여를 온전히 받을 수 있다면 조직변화뿐이랴, 어떤 과업도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튼튼한 지렛대와 받침목만 주면 지구를 들어올리겠다던 아르키메데스의 호언장담과 같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자금, 시간, 인력만 원하는 대로 충분히 주어지면 업무를 성공시킬 수 있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는 논리적 공백이 있다.

게다가 현실에서 최고경영진의 관심은 항상 미온적이고 참여는 언제나 형식적이다. 냉소적인 비판이 아니라 우리가 인정해야 할 현실과 현상이다. 최고경영진이 몰입해야 할 영역은 많고 나름의 효과적인 안배는 당연지사이다. 혁신도 중요하지만 안정도 중요하다. 두 발을 허공에 띄운 저돌적인 공격을 난발하는 무술고수는 없다. 최소한 한 쪽 발은 항상 땅 위에 지지하고 나머지 손발로 싸우는 것이 정상이다. 곧 논리적이든 현실적이든 조직 변화의 성패를 최고경영진의 관심과 참여로 핑계 삼는 일은 불필요하다. 최고경영진의 관심과 참여가 미약하더라도 조직 변화를 성공으로 견인하려는 체계적 노력이 조직 변화 준비이다.
우형록 한양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