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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포켓몬고와 지도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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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포켓몬고와 지도쇄국

[글로벌이코노믹 이재구 기자] 포켓몬고 게임 열풍은 “구글에게 (사실상 무조건적으로) 우리나라 지도반출을 허용하라”고 주장하는 네티즌들을 다시금 분기시키고 있다. 이들은 국가안보를 내세워 구글에게 우리나라 디지털지도를 내주지 않는 것은 글로벌 시대에 맞지 않으며, 터무니 없는 규제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급기야 이들은 포켓몬고가 속초에서만 되는 이유까지도 우리 정부에 뒤집어 씌우며, 억지주장인 ‘정부의 구글 지도 공개 요청 허가를 촉구하는 서명 운동’까지 시작했다.

과연 구글은 이들의 기대대로 다른나라 영토도 개방적(?)으로 구글어스맵상에서 훤히 보여줄까?
지난 2010년 아이티 지진때,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현장지역을 생생하게 전한 구글어스맵은 그래 보인다. 세계는 평평하고도 공평하게 글로벌화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스라엘에 이르러서는 이 원칙이 무너지고 만다. 이 나라를 구글어스맵으로 또렷하게 샅샅이 훓어 보기란 불가능하다. 온통 흐릿하다.

왜일까? 미국의회가 지난 1997년 구글어스맵에서 고해상도 이스라엘지도를 제공하지 못하게 법제화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서 2미터이상 해상도 지도 수집 및 배포가 금지됐다. 킬-빙가먼 수정법(Kyl-Bingaman Amendment Act) 때문이다.

구글의 이스라엘지도 규제 법규 준수에 대해 구글 대변인은 “구글어스의 이미지는 다양한 상업 및 공공소스로부터 나온다. 우리는 상업적으로 공급되는 이스라엘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제한하는 미국의 킬-빌가먼수정법은 물론 국가방위허가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에 따라 미국위성지도회사로부터 지도를 구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규제에 따라 구글어스 맵은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텔아비브는 물론 점령지인 팔레스타인 가자지역까지도 흐릿하게 보여준다. 이스라엘 정부의 미국 의회에 대한 로비력이 반영됐음을 짐작하긴 어렵지 않다.

이스라엘은 왜, 뭐가 무서워서 자국의 지도공개를 그토록 꺼려할까? 팔레스타인지역은 또 왜 포함되는 걸까?
이스라엘정부는 테러리스트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 인권단체들의 지적은 또 다르다. 월등한 군사력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포격이나 공습을 가하더라도 피해상황이 필터링된 구글어스맵에서 표출될 리는 만무하다.

배경이야 어쨌든 간에 이스라엘 정부는 2005년 구글어스 영상지도서비스 시작 이래 이처럼 자국의 세밀한 구글영상지도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막는데 성공하고 있다. 구글은 미국법을 지금도 잘 지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선 어떨까?

세계유일의 분단국인 우리나라는 원자폭탄, 수소폭탄과 각종 첨단 미사일로 무장하고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는 북한과 대적하고 있다. 이스라엘보다 훨씬더 심각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구글은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해 우리세금으로 제작한 디지털지도를 제공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정부가 국가안보에 민감한 지역을 흐릿하게 처리하고 주기적으로 검수 받으라는 것은 과한 요구가 아니다. 구글이 우리나라 지도영상 해상도를 멋대로 높였다 낮췄다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이 대목에서 구글에 (무조건)지도를 내줘야 한다는 사람들은 보다 분명한 이유를 대야 한다. 구글은 이들 뒤에 숨어서 말도 안되는 이유를 대며 물밑 로비나 할 생각일랑 접어야 한다. 구글코리아 직원들을 앞세우는 것도 비겁하다. 딱히 그럴 만한 이유가 없다면 우리 정부의 법적 결정에 따르는 것이 합당하다. 구글어스맵을 필터링 하고 한국에 서버를 두어 우리 법을 지키는 희생(?) 정도는 이후 따라올 막대한 경제적 이익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이는 누구나 다 알 만한 사실이다. 작금의 상황은 참으로 황당하고도 아이러니하다. jklee@


이재구 기자 jk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