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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속으로] 생존 게임, 삶과 죽음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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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속으로] 생존 게임, 삶과 죽음의 경계

짬툰 김성인 대표
짬툰 김성인 대표
죽음 만큼 막연한 공포의 대상이 또 있을까? 후회 없는 삶을 산 운 좋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죽음 앞에서 이성을 잃고 무너져 내릴 것이다. 무의식과 의식이 합심해 그것을 받아들이길 거부할 것이다. 죽음 이후에 어떤 것이 있는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막연하다. 그렇기 때문일까? 혹자는 인간이 때로 죽음 앞에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힘은 초능력이나 초자연적인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생존을 향한 의지가 만들어낸 어떤 것이라고 생각한다. 절망의 코앞에서 결코 희망을 놓지 않는 결연한 의지. 막심 고리키가 말한 것처럼 인간은 하려고 하면 무슨 일이든지 해낼 수 있으니까 죽음 앞에서 기적을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늘 우리를 감동시키고 경각시킨다.
물론 기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죽음 앞에서 본성을 드러내는 이기주의도 있다. 자신이 살기 위해 얼마든지 타인을 희생시키는 경우가 그렇다. 타인의 생명을 말미암아 자신의 삶을 연장시키는 행위, 그 순간 만큼은 평생을 교육 받은 윤리와 도덕도 하찮아진다. 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은 까닭이다.

이렇게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이들의 다양한 군상과 휴머니즘이 담겨 있는 장르가 바로 '생존 게임' 장르이다. 정해진 장르라고 보긴 어렵지만 최근 웹툰계에서 생존 게임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이 나오면서 하나의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게임의 미학이미지 확대보기
게임의 미학


짬툰에서 연재 중인 '게임의 미학'은 그로테스크한 일러스트를 주로 그렸던 슬봉코 작가의 웹툰 데뷔작이다. 기존에 보여줬던 작품 만큼이나 기괴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작품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로부터 돈에 의해 팔려온 13명의 플레이어들이 목숨을 건 게임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각 플레이어들은 엄격한 감시 아래 서로를 죽이는 게임을 해야 한다. '게임의 미학'에서 펼치는 게임은 기존의 비슷한 장르적 특성을 가진 작품들 속 게임과는 그 속성이 다르다. 일말의 데자뷰를 느낄 수 없다.

그것은 두뇌 전략이나 철저한 계산에 따른 정치적 게임도 아니라 오로지 폭력에 관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투에 뛰어난 기술을 가진 인물들도 아니다. 정의감과 도덕심을 내세우는 소년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주인공부터 독특하다. 판다 가면을 쓰고 나와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구분되지 않는다. 도대체 어떻게 생존하게 될까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한심한 인물이다. 이 주인공 아닌 주인공과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이 회를 거듭할수록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펼친다. 결말이 어떻게 될까? 작가의 머릿 속을 들여다보고 싶은 작품이다.
제로게임이미지 확대보기
제로게임

'제로게임'은 '2015 대학만화 최강자전' 수상작으로 네이버웹툰을 통해 연재되고 있다. 대학 신인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뛰어난 작화와 탄탄한 스토리텔링 기본기를 갖춘 즐바센 작가의 데뷔작이다. 기본적으로 생존 게임의 틀을 지니고 있지만 정통 판타지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설정을 갖췄다.

현실 세계에서 가족을 잃고 버려지게 된 한 소녀가 죽음 직전에 인생을 새롭게 재건설 할 수 있는 기회를 받고자 생존 게임인 '제로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런데 이 '제로 게임'은 현실과는 다른 세계에서 하게 된다.

그 세계에서는 마치 게임처럼 라이프가 주어지고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는 마법 같은 스킬을 얻게 된다. 그리고 이런 능력을 통해 타인의 라이프를 획득하는 배틀을 벌인다. 처음 게임에 참가하게 된 주인공 한라가 유약하기만 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점차 게임에 적응해나가고 성장하는 모습에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자칫 진부하고 유치할 수 있는 소재를 작가는 다양한 설정과 아이템, 그리고 신선한 발상으로 영리하게 풀어나간다.

Last Test이미지 확대보기
Last Test


다음웹툰에서 연재 중인 'Last Test'는 이질적인 세계관을 가진 SF판타지 웹툰이다. 독특하게도 우주 행성을 배경으로 한 생존 게임을 그리고 있다. 치밀한 SF적 설정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광활한 우주의 주인, 인간을 창조한 것이 누구인지 질문하면서 신의 존재에 대한 철학적 성찰도 녹여냈다.

이 웹툰은 공포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구에서 무작위로 선정된 100인의 인간들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에 의해 어느 행성에서 생존력 테스트를 받아야만 한다. 이 행성에서 100일을 버티면 다시 지구로 돌아가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이들이 견뎌내야 할 대상이란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괴물들이다.

보통 사람을 단번에 해치울 수 있는 괴물이 그것도 조직적으로 이들을 덮친다. 거기에 식량, 식수도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고 서로의 불신과도 다퉈야 한다. 어느 하나 생존의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이 절망의 틈에서 괴물들을 공략할 방법을 알고 있는 인물이 나타나면서 사태는 반전된다. 그리고 이들을 테스트하는 존재가 무엇인지 서서히 그 베일이 벗겨진다.

김성인 짬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