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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의 세무회계㉕] 누가 순수 전문경영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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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의 세무회계㉕] 누가 순수 전문경영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나?

김대성 경제연구소 부소장
김대성 경제연구소 부소장
롯데그룹 2인자로 알져진 이인원 부회장(69)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으로 오너 일가의 경영 활동을 보좌하는 것은 물론 90여개 그룹 계열사를 총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자금관리를 비롯해 그룹•계열사의 모든 경영 사항은 이 부회장의 손을 거치게 된다.
검찰은 롯데그룹 내 알짜 자산을 지주회사인 호텔롯데로 헐값에 이전하는 배임 혐의를 조사해 왔다.

또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매년 계열사로부터 300억원대 급여•배당금을 받는데 부적절한 방법으로 빼돌린 자금 가능성 여부를 수사해왔다.

이와 함께 신 총괄회장이 2006년 차명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6.2%를 신영자(74, 구속)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셋째 부인 서미경(57)씨 모녀에게 편법 증여해 6000억원 상당 탈세했는지 여부도 조사 대상이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죽음을 택한 날 오전 9시 30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횡령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 부회장을 수사 대상자 리스트에 올려놓고 지난 6월 수사 착수와 동시에 출국금지한 바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옥죄인 후 오너 일가로 칼끝을 겨누렸던 것으로 보인다.
1947년 8월 경북 경산에서 태어난 이 부회장은 경북사대부고를 나와 한국외대 일본어학과를 졸업한 뒤 1973년 호텔롯데에 입사해 롯데쇼핑 대표이사를 맡는 등 43년간 재직해 왔다.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에 40여년이 넘게 근무하면서도 스톡옵션 하나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도 묵묵히 일해왔다.

이 부회장은 롯데쇼핑 등기임원 대표이사로 근무했지만 롯데쇼핑 단 한주도 갖지 못했다.

지난 2006년 롯데쇼핑이 상장할 당시 자사주를 가질 기회가 있었으나 당시 주식시장 활황 분위기를 감안해 자사주 청약기회를 직원들에게 양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톡옵션도 없고 주식도 없이 오로지 경영에만 전념해온 순수 전문경영인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이 자살을 선택한 양평은 은퇴 후 30~40평짜리 단층 짜리 집을 짓고 소박하게 살고 싶은 곳이다.

이 부회장은 주변 사람들이 신분을 모를 정도로 소탈하고 겸손했다. 또 직원들에게는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청렴함도 항상 임직원들의 모범이 됐다.

이 부회장은 독실한 크리스챤으로 윤리의식이 강하고 몸이 불편한 부인을 끔찍하게 생각했다고 주위에서는 얘기하고 있다.

재무제표는 기업의 언어로 재무제표를 추적해 나가면 기업이 부정한 방법으로 빼낸 자금 등을 어느정도 추적할 수 있다.

그러나 역대 정권들은 영업비밀 보호, 사생활 보호 등의 구실을 들어 기업의 오너들이 비자금을 만들거나 회사돈을 마치 호주머니 돈처럼 사용해도 방조하는 듯한 모습이다.

5조원이 넘는 ‘회계 사기’를 벌여온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서는 누구 한명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고 몇 명의 ‘희생양’을 만들어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분위기다.

입으로는 투명회계를 외치면서도 행동으로는 그룹 오너들을 비호하기도 한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상장회사는 연간 5억원 이상인 등기임원의 개인별 보수를 사업•분기•반기 등 연 4회 공시해야 한다.

기업 오너들이 개별 보수 공시를 피하기 위해 등기이사직을 사임한 사례가 늘자 지난 2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보수총액 기준 5명에 대해 보수와 산정기준을 공개하기로 했으나 유예기간 2년을 거쳐 2018년부터 시행되며 1년에 두 차례 공개하도록 했다.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은 틈만 나면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목으로 공시제도를 완화하려 할 뿐 투명한 재무제표에는 그다지 열의를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일관되지 못한 정책을 지켜보고 있는 언론 또한 사건이 터질때만 ‘반짝’ 관심을 보일 뿐 정부 정책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이 부회장을 자살로 몰고 간 ‘방조범’이라 할 수 있다.

이 부회장 자살을 계기로 투명한 기업회계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또다시 제2, 제3의 인물이 나올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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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경제연구소 부소장 kimds@